"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되길"…250만 요구 담은 제야의 종
31일 자정 총리공관 앞에서 '제야의 종' 행사"장애인은 숫자로 규정할 수 있는 존재 아냐""장애등급제 폐지 예산 위해 새해도 싸울 것"
250만 장애인 권리 단체가 장애등급제가 '진짜' 폐지되는 2019년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종소리를 울리며 새해의 시작을 알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31일 오후 11시30분부터 자정을 넘긴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앞에 모여 '장애인의 제야의 종' 행사를 열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그동안 장애등급제를 폐지해 달라고 (역대) 국무총리를 많이 따라다녔다"며 "장애등급제 기준이 전 부처에 다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폐지할 수 있는 힘은 국무총리에게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새해 첫 날을 총리실 공관 앞에서 맞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장연은 2019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두고 장애인의 욕구나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산조차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핸드벨을 손에 들고 총리 공관 앞에 모인 이들은 '사랑밖에 난 몰라'를 개사해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던데 너무 좋아/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폐지돼 내일은 행복할거야/…/기만적 가짜 폐지 꺼져버려/예산추가 진짜 폐지"라는 가사로 예산 확보 없이 실시되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날 수화로 메시지를 전한 청각장애인 이종운씨는 "우리는 어떤 숫자에 의해 규정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단순히 등급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를 완전히 인정하는 것이 아닌 행정 편의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이런 생각이 정부에 전달돼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게 됐지만 우리의 권리가 완전히 인정되는 진짜 등급제 폐지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며 "우리는 파이를 나눠먹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우리의 예산을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각오했다.
그러면서 "그저 장애인에게 예산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라며 "그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2019년에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투쟁에 한 걸음씩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떡국차를 준비한 이들은 카운트다운 후 떡국을 먹으면서 이 총리를 향한 면담 요청서를 곳곳에 붙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예산 반영 없는 장애등급제의 단계적 폐지는 단계적 사기행각"이라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는 희망의 해가 절망의 해가 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올해 7월부터 기존 1~6등급으로 매기던 장애등급제는 폐지되고 장애 정도가 심하거나(기존 1~3등급), 심하지 않거나(4~6등급)로 둘로만 분류된다. 이전 체계에서는 1~3등급은 무조건 활동지원서비스 등이 제공됐지만 폐지 후에는 별도 심사를 거쳐야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