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민주당이 똥볼 찼다"…文에 독설 날린 나경원 득실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먹튀 정권" 文정부 맹비난나경원, 본회의장 나오면서 미소 띤 채 주먹 불끈한국당 "민주당이 호들갑" "똥볼 찼다" 흡족 분위기
나 원내대표의 '독설'은 두 달 만에 해소 국면을 맞은 정국을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으나 당내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입장에서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게 더 많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 실정을 작심한 듯 비판하면서 "김정은 수석대변인", "먹튀정권", "한미동맹 별거" 등 민감한 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라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민주당 의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먹튀 정권, 욜로 정권, 막장 정권이란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폄훼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했다. "진짜 비핵화라면 자유한국당도 초당적으로 돕겠다. 하지만 가짜 비핵화라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실소나 야유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한·미간 엇박자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한미 양국이 '별거'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별거 상태가 언제 이혼이 될지 모른다" 등 한미 관계를 '별거', '이혼'으로 비유하며 동맹 균열을 부각시킬 땐 여당 의원들이 불쾌한 반응을 나타냈다. 민주당 의원들의 불만은 다음 대목에서 절정에 달했다. 나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나왔고 일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퇴장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단상 쪽으로 걸어가 사과를 요구하면서 민주당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와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삿대질과 고성을 섞어가며 대치했다. 산발적으로 중단된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1시간만에 가까스로 마무리됐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희비는 본회의가 끝난 후 극명하게 엇갈렸다. 나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을 빠져 나오면서 미소를 띤 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유한국당 다른 의원들도 승기를 잡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 측 강력 항의에 대해 "반대편의 이야기를 안 듣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도리어 역공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나 원내대표에게 공식적으로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 윤리위 제소로 엄포를 놓았다. 본회의 직후 열린 민주당의 긴급의원총회는 나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당 차원에서 "즉각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라"고 지시했고, 홍 원내대표는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도를 넘은 것을 떠나 정말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었다"고 분개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청와대의 반응을 두고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 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야당 대표로서 비판을 했지만 과한 면이 있었다"면서도 "(김정은 수석대변인 비유는)과거 미국 언론에서 나왔던 얘기 아니냐. 그런 얘기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민주당에서) 좀 과민한 반응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도 "야당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옹졸한 대응으로 폄하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거론한 국가원수모독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막말을 한 민주당 의원들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국민께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며 "국가원수 모독죄는 없어진지 이미 오래됐다. 도대체 이해찬 대표는 지금 어느 시대를 살아가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도 "오늘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를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의 안중에는 청와대만 있었고, 국민들은 없었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고함과 야유, 발언석까지 나와 이어진 연설 방해는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고 주장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여당과 야3당이 선거제 개혁을 연결고리로 합세해 '4대1 구도'로 한국당이 수세에 몰리자, 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의도적으로 초강수를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정부 비판과 관련된 내용은 일부러 하나씩 따로따로 언급하기로 한 것이었다"며 사전에 당 차원에서 '조율'된 연설임을 짐작케 했다. 당내에서는 실질적으로 든든한 우군이 없는 나 원내대표가 강한 야성을 발휘해 원내 동력의 결집을 시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태우·신재민·손혜원·서영교 사건 등 대형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한국당의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것을 두고 당 내에서는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나 원내대표 취임 후 대여 투쟁 일환으로 시작한 릴레이 단식 농성이 '웰빙 단식'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나면 릴레이 농성을 풀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꽤 있었지만 나 원내대표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나 원내대표는 릴레이 농성을 풀만한 명분이 마땅치 않아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원내 수장에 오른 뒤 마땅한 '실적'이 없던 나 원내대표는 최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가장 먼저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해 3월 국회 문을 열었고, 여야 4당이 따르도록 압박했다. 미세먼지 사태와 관련해선 먼저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해 법안 처리를 논의하는 등 주요 현안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여당의 거센 반발을 야기하면서 나 원내대표가 '투사'로 변신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들려 온다. 한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 연설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고 거칠게 항의하는 게 여당의 현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낸 게 아니냐"며 불쾌감을 보이면서도 "민주당이 '똥볼'을 찼다"고 흡족해했다. 당 지도부의 다른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가 그 정도 말도 못하면 국회가 뭐하러 존재하느냐"면서 "민주당이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