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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의 혐오·망상, 오테사 모시페그 '아일린'

등록 2019-03-17 06:14:00   최종수정 2019-03-25 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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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지금 나는 혼자 산다. 행복하게. 심지어, 기쁨에 겨워. 다른 사람들 일에 관여하기에는 너무 늙었다. 그리고 이제는 미래를 끌어다가 생각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젊었을 때는 항상 걱정에 빠져 있었고, 적잖이는 내 미래에 대한 걱정, 대개는 아버지와 관련한 걱정을 했다. 아버지가 얼마나 더 살까, 무슨 짓을 할까, 매일 저녁에 퇴근해 돌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져 있을까 같은."

미국 작가 오테사 모시페그(38)의 장편소설 '아일린'이 번역·출간됐다. 201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이다.

미국 보스턴 외곽의 소년원에서 비서로 일하는 24세 여성 '아일린'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겉으론 조용하고 옷차림도 보수적이지만, 소심한 성격에 야한 상상과 독특한 망상을 즐긴다. 한집에 살고 있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버리고 뉴욕으로 탈출할 계획을 매일같이 세우고 있다.

짝사랑하는 소년원 교도관을 집앞에서 스토킹한다. 드러그스토어에서 정기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비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일상에 아름답고 쾌활한 소년원 교육국장 '리베카'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두 여자는 급격히 가까워진다. 친구 한 명 없는 아일린에게 리베카가 먼저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 보내자고 제안한다. 아일린은 파티를 위해 와인을 사고 아버지가 맡겨둔 총을 챙겨 리베카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몹시 낡고 지저분한 집안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리베카의 태도도 석연치 않다. 그날 밤 둘만의 행복한 시간이 산산조각나버린다. 아일린은 리베카의 차가운 진실을 알게 된다. 평범한 젊은 여성의 내면에 내재된 혐오, 망상, 미성숙함이 세밀하게 그려졌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이렇다. 아름다운 곳에서 산다. 아름다운 침대에서 잔다. 아름다운 음식을 먹는다. 아름다운 곳들을 따라 산책한다. 사람들을 마음 깊이 좋아한다. 밤에 내 침대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위에 나 혼자 누워 있으므로. 고통이나 기쁨으로 쉽게 울며 그걸로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다. 아침이면 밖으로 나가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런 삶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옮긴이 민은영씨는 "여러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모시페그의 성격은 그의 글만큼이나 개성적이다"고 했다. "자신만만하고 냉철한 눈빛과 솔직하고 냉소적이며 재치 넘치는 말투, 가식과 편견을 깨부수는 풍자,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화법 등으로 미루어보아 모시페그는 영특함과 직관만으로 이십대의 혼란을 치열하게 헤쳐나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패기 넘치는 작가인 듯하다." 372쪽, 1만45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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