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노동과 경제 문제들, 장강명 소설집 '산 자들'
장강명(44) 소설집 '산 자들'은 비인간적인 경제시스템이 만들어낸 비극의 본질을 꿰뚫는다. 섬세한 필치로 2010년대 서민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담아냈다.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과 그러한 현실을 빚어낸 경제 구조를 짚었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누구도 악인이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되기도 한다. 공생하거나 상생할 수 없다. 무한경쟁 구도 안에서 승자 없는 싸움을 계속한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았고 그 무엇도 결정할 수 없다. 격렬하고도 공허한 싸움이 개성적인 인물과 상황을 통해 변주된다. 2015~2019년 여러 문예지에서 발표된 단편소설 10편을 묶었다. '알바생 자르기'는 젊은작가상, '현수동 빵집 삼국지'는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젊은작가상 심사위원인 소설가 전성태(50)씨는 '알바생 자르기'를 "당대의 현실적인 문제를 가감없이 직입해 실감나게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책 제명은 수록작 '공장 밖에서'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파업 중인 공장 옥상에 현수막이 걸려 있고, 현수막에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해고는 살인이었으므로 해고당한 사람들은 '죽은 자'이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산 자'인 셈이다. '산 자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의 억압 구조에 사로잡혀 옴짝달싹 못한 채 그저 살아만 있을 따름이다. 작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는 양상을 포착했다.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더니 땅바닥이 몇 초간 묵직하게 떨렸다. 공장 옥상에서 죽은 자들이 타이어 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무게가 몇 킬로그램은 나갈 금속 덩어리였다. 차장이 공장과 대리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닥을 구르는 쇠 파이프를 주워 들었다. 그 촉감이 낯설었다. 검은 연기가 그들을 에워쌌다. 차장은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을 치며 조립 공장으로 달려갔다." 장 작가는 "지금 우리가 매일 이야기하는 한낮의 노동과 경제 문제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장면들을 단순히 전시하기보다는 왜, 어떻게 그런 현장이 빚어졌는지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공감이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진다"고 한다. 384쪽, 1만4000원, 민음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