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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공격경영①]자율주행 '퍼스트무버'…美에 2.4兆 합작 투자

등록 2019-09-30 11:00:00   최종수정 2019-10-07 09: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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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케빈 클락 앱티브 CEO와 자율주행 S/W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2019.09.24.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1년 사이 확 달라졌다. '순혈주의', '보수적', '수직적'라는 평가를 받아온 현대차그룹은 외부인재영입과 자율복장제, 직급체계 축소 등으로 한층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변했다. 해외시장에서 '싸고 착한 차'로 인식됐던 현대차는 이제 유럽과 아시아의 레이싱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한층 스타일리시해진 디자인, 꽉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으로 무장한 신차들과 역대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 해외투자 등 굵직굵직한 투자도 현대차가 주목받는 이유다. 변화의 중심에는 현대차그룹 3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있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전동화·연결성 등 미래차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그룹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편집자주]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를 발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대차그룹이 합작투자의 상대로 선택한 미국 앱티브사는 글로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3위로, 현대차는 이번 투자로 한 번에 자율주행 후발업체에서 선도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에 2조4000억원(20억 달러)을 투자, 앱티브(APTIV)사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JV)를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2개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도 남을 수준의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신설 합작법인은 전세계 완성차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목표로 활동하게 된다. 합작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및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에 1조2387억원(지분율 26%), 기아차는 6670억원(지분율 14%) 현대모비스는 4764억원(지분율 10%)을 각각 출자, 합작법인에 참여하게 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합작법인에 출자한다.

앱티브는 제네럴모터스(GM)의 부품사업부였던 델파이가 파워트레인 부문 사업을 분할하며 만들어진 회사로, 웨이모와 GM에 이은 글로벌 순수자율 기술 글로벌 3위 업체다. 2015년 오토마티카(410억원), 2017년 누토노미(4950억원) 등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인수, 로보택시 시험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자율주행 전문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지난해 매출 15조9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기록했으며, 근무인력은 14만3000명에 이른다. 지난 20일 기준 시가총액은 26조6000억원이다.

차량용 전기, 전자장비를 비롯해 ADAS,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커넥티드 서비스 등 전자 및 안전 관련 등 전장부품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리프트를 통해 이미 자율주행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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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케빈 클락 앱티브 CEO와 자율주행 S/W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9.24.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email protected]
신설 합작법인은 설립 인허가,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미국 보스턴에 설립될 예정이다. 현재 개발처인 피츠버그, 산타모니카, 싱가포르 외에 한국에 추가적인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합작법인 전체 인력은 800여명 내외가 될 전망으로, 현대·기아·현대모비스 인력이 100명 미만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투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1년6개월 가량 공을 들였다. 정 부회장이 협상 초기단계부터 직접 관여했고, 정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걸 기획조정실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기획조정실과 연구개발(R&D) 분야 임원, 실무진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무작업을 해왔다.

정 부회장은 투자 발표 후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투자는 왜 지분투자가 아닌 직접투자, 조인트벤처로 결정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해야 다른 자동차회사에 공급이 가능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고 발언, 자율주행시스템을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2022년 말쯤 (자율주행 플랫폼을)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이라며 "이는 성능 뿐 아니라 원가의 측면에서도 만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이 이 조인트벤처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도록 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차와 현대차가 선도하고 있는 수소전기차를 결합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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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케빈 클락 앱티브 CEO와 자율주행 S/W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9.24.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email protected]
정 부회장은 "향후 자율주행차가 레벨 4, 5 수준으로 가면 전력 소모가 클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며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에도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며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의 좋은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시작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었지만 의지는 높았다.

현대차는 2015년 11월 제네시스 DH 자율주행차 일반 도로 시연을 시했고, 같은해 12월 미국 네바다주에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FCEV)와 쏘울 전기차(EV) 등 4개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시험 면허를 획득했다. 2015년 12월 출시된 제네시스 EQ900에는 현대차 최초로 앞차와의 간격조절, 차선중앙유지 등을 돕는 고속도로 주행보조(HDA)이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6월 부산모터쇼에서 스마트워치로 호출되는 기아차쏘울 EV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2017년에는 2030년에 완전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인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고성능 레이더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 투자를 실시했고, 올해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 전략투자를 실시했다. 지난 7월에는 현대모비스가 러시아 얀덱스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한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로 글로벌 자율주행 선두업체들을 한 번에 따라잡았다"며 "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후 자율주행, 수소전기, 전동화 등에 대한 굵직굵직한 투자가 이뤄지고 내부적으로는 조직문화가 바뀌는 등 재계에서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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