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블랙홀' 사라져버린 정국…한국당 투쟁 노선 고심
장외집회 비중 낮추고 원내투쟁·정책투쟁 주력할 듯'포스트 조국' 검찰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저지 고심당분간 지도부 비판·교체론 수면 아래 가라앉을 전망황교안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통렬히 사죄해야"
'반(反)조국'을 고리로 대여(對與)투쟁의 동력을 끌어올렸던 자유한국당은 투쟁 노선을 갈아타야 할 시점이지만, 급격한 변화 대신 원내 투쟁과 원외 투쟁, 정책 투쟁이라는 큰 틀의 전략을 유지하면서 투쟁의 방향이나 비중에 당분간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트 조국' 정국에서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패스트트랙 법안을 놓고 다시 전운이 감돌 기류여서 한국당의 원내투쟁 전략은 '조국 파면' 대신 '패트 저지'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태세지만, 한국당은 여야 협상을 통해 합의 처리하자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여당의 검찰개혁안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여 충돌이 불가피하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16일 회동에서 '2+2+2' 회의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지만, 실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14일 교섭단체 회동에서도 여야 간 이견이 뚜렷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의 본회의 상정 시점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 차만 재확인한 채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은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인 만큼 최장 90일의 체계·자구심사 없이 바로 이달 29일 본회의에 부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소관 상임위가 사개특위에서 법사위로 바뀐 사정을 감안해 법사위에서 최장 90일의 체계·자구심사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원리상 29일부터는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국민들의 요구가 강력한데 이것을 국회가 어떻게 수렴하고 매듭지을 것이냐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29일이 되면 검경수사권 조정 등 소위 검찰 장악 법안을 그대로 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불법 사보임에 이어 불법 상정하겠다는 것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완전 파괴시키는 행위"라며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국회에서 논의한다면 당연히 여야 합의에 의해 해야 할 것이고, 공수처법안은 저희 당으로선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천명한다"고 밝혔다.
'조국 퇴진'을 연결고리로 범야권의 '반문(反文)연대' 구축에 공을 들였던 한국당의 장외집회는 점차 횟수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번 주말인 19일 광화문광장에서 당 차원의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조 장관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집회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국당은 중앙당 후원회와 재정위원회를 가동하며 총선 대비 재원 마련에 힘을 쏟곤 있으나, 당 안팎에서는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잇단 장외집회로 '곳간'이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후원인은 3000여명에 달할 만큼 늘었지만 교섭단체가 늘어나면서 국고보조금이 줄어들고 당비를 인하한 점도 당 살림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과 함께 광화문 서명운동본부 및 장외집회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비공개 회의를 갖고 장외 집회 개최 여부를 좀 더 시간을 갖고 판단하기로 했다. 박 사무총장은 "장외집회를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 아닌가. 문 정권 헌정유린 중단하라, 그리고 조국 사퇴시켜라, 두 가지 중 하나는 됐는데 하나는 진정성이 담겨있는지 판단하고 내일 결정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허심탄회한 진정 어린 사과를 해주면 좋을텐데 그렇게 못 느껴서 안타깝다. 국정 전반에 대한 나름대로의 과제라든지 그런 데 대한 송구가 아닌 것 같아 진정성 여부를 보고 장외투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정책 투쟁에 더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경제, 외교, 안보, 교육 등 각 분야에서 대안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정책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이미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대안정책으로 민부론(民富論)을 발표하고 지난 주 수원에서 현장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16일에는 황교안 당대표가 대구로 직접 내려가 정책간담회를 갖는다.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다듬고 있는 외교·안보 대안정책도 곧 선보일 것으로 보이며, 당내 '저스티스 리그' 기구에서도 조국 사태로 인한 대입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고 교육정책을 논의 중이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무엇보다 임기 후반기를 맞은 문 대통령 스스로가 이번 조국 사태를 거울삼아 경제와 외교, 안보 등 그간 국정 곳곳에 누적된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과감한 문책인사를 포함한 국정쇄신을 즉각 실현해 국력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조국 임명 강행 및 감싸기라는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 소신 있는 말 한마디 못하고 국정 혼란을 방치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에 대한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사퇴하긴 했지만 조국 장관의 구속이 수사의 종착역인 만큼 '조국 정국'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아직 조국 캐슬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조국 부부가 거짓과 위선, 자녀에게 모든 특혜로 입시스펙을 만들어주고도 뻔뻔하게 이 나라를 흔들어댄 것에 대한 엄중한 검찰수사가 확실하고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국 정국'에서 일부 실책성 전략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을 취임 35일 만에 끌어내린 만큼 당분간 지도부 교체론이나 비대위 체제론은 수면 밑으로 사그라들 것으로 관측된다. 황 대표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차례다"라며 "국민적 상처와 분노, 국가적 혼란을 불러온 인사 참사, 사법 파괴, 헌정 유린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통렬하게 사죄해야 한다. 송구스럽다는 말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 계파의 수장을 자임하며, 국민을 편 가르고 분열을 부추긴 데 대해서도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라고 공세의 고삐를 더 옥죄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