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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 전자담배 편의점 퇴출…최악 위기에도 무기력한 '쥴'

등록 2019-10-28 11:10:42   최종수정 2019-11-04 10: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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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륙 5개월 만에 최대 위기

첫 출시 땐 기대 현재는 애물단지

정부 강력 대응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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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가 가향(加香) 액상 전자담배 판매·공급 중단에 나서면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상징하는 회사였던 '쥴랩스(JUUL Labs) 코리아'가 국내 진출 5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차례로 액상 전자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가 운영하는 점포수는 전국 편의점 4만3000개 중 95%를 차지한다. 전체 담배 판매량의 70% 이상은 편의점을 통해 유통된다. 쥴랩스코리아는 28일 "편의점 업체들과 계속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조사·연구 결과를 내놓기로 한 내년 상반기까지 변화가 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쥴랩스코리아 운영하는 직영 매장이나 전자담배 전문점에서는 여전히 관련 제품을 구할 수 있다. 또 '쥴'의 액상 니코틴 카트리지 5개 종류 중 클래식과 프레쉬는 판매·공급 중단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판로가 완전히 막혔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의 액상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와 편의점 업계의 후속 조치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액상 전자담배 사용자를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게 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가도 되고, 일반 담배로 가도 된다. 대체재가 많다"고 했다.

지난 5월24일 쥴이 국내 상륙했을 때만 해도 국내 전자담배 업계에 지분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체 담배 시장의 12%인 전자담배 시장 전체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예상이었다. 쥴이 미국 전자담배 시장 1위 제품으로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전자담배계의 '애플'로 불릴 만큼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에서 액상 전자담배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의문의 폐질환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고, 급기야 같은 달 25일 케빈 번스(Kevin Burns) 쥴랩스 CEO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쥴 포함 액상형 전자담배를 향한 국내 인식도 악화했다. 정부도 지난달 23일 해당 제품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건 이달 초 30대 남성이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폐질환에 걸려 입원하면서부터다. 이 남성은 상태가 호전돼 입원 사흘 만에 퇴원했으나 정부는 이번 사례를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로 엄중하게 인식, 사용 자제 딱 한 달 만인 지난 23일 더 강도 높은 조치인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사용 자제' 권고 때까지만 해도 쥴랩스코리아는 "당사 제품에는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 등 대마초에서 추출된 어떠한 화학 성분이나 비타민E 화합물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고 적극 대응했으나 '사용 중단' 권고 후에는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배 특성상 적극적인 홍보나 대응이 어렵기도 하고, 정부가 이렇게 강력한 조치에 나선 상황에서 쥴랩스코리아가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쥴랩스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쥴랩스 본사와 번스 전 CEO는 유해성 논란이나 마케팅 방식 등 쥴을 둘러싼 각종 이슈와 관련해 지난달 말부터 미국 연방검찰·연방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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