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임기반환점③]경제 체질 개선에 주력…성장 둔화 속 혁신, 투자 창출 사활
소득주도성장·혁신·공정으로 경제 체질 개선 집중근로소득 기반 강화되고 사회안전망 보강 등 성과글로벌 경기 둔화 공포 현실화…韓 성장세 직격탄정부 총력 대응…확장재정 편성, 혁신성장에 초점文대통령, 잇단 경제 행보로 기업 투자 유도 나서주52시간 등 기존 정책 속도조절…규제 완화 추진
소득주도성장은 개인의 소득을 높여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기업 활동도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공정경제는 대·중소기업이나 기업·소비자 등 경제 주체 사이의 거래에 부당한 권력 관계 등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다. 혁신성장은 신산업 육성, 4차산업혁명 기반 구축 등을 통해 경제 주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 하에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공공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이 추진됐고, 많은 변화가 뒤따랐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근로소득 기반이 강화됐고 기초연금, 아동수당, 근로장려금 등을 통해 사회 안전망이 보강됐다. 쌍용차, 콜택, KTX 등 오랫동안 사회적 부담으로 남아있던 장기 분규 사업장 문제도 해결됐다. 최근 취업자수 증가 폭이 두달 연속 30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일자리 정책도 점차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부터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2017년 3.1%, 2018년 2.7%를 기록한 뒤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4%)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공포감도 커졌다. 또 미중 무역 전쟁, 일본 수출 규제, 신흥국 금융 불안 등 각종 리스크 요인도 산적해 있다.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성장 잠재력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43조9000억원(9.3%) 증가한 513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이라며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책 기조도 소득주도성장보다는 혁신성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와 각종 지원책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유도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번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는 29번, '혁신'은 20번이나 언급했다. 반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의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기업(삼성·현대차·셀트리온)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혁신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10월10일),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10월15일), 인공지능 컨퍼런스(10월28일) 등 경제 일정을 잇따라 소화하며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100+α 품목에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 2022년까지 5조원 이상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재계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의 완급 조절에도 들어가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를 맞아 투자 확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 진작이 필요할 경우 정부가 나서서 건설·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생각도 밝혔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건설 투자를 통한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자리에서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왔다.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 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