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중연 "미스터트롯은 신의 한수, 두번 망하기 싫었죠"
2015년 그룹 '에이식스피'(A6P)로 데뷔다음달 14일 트로트 데뷔 싱글 발표
2015년 그룹 '에이식스피'(A6P)로 데뷔했지만,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우연한 기회에 나간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소속사의 권유로 지원한 뒤에도 두려움이 컸다. 주로 댄스 음악과 발라드만 불러 트로트에 편견이 없지 않았다. 그는 "두려움이 컸다"면서도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얼떨떨해했다. 김중연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며 쌓은 내공을 십분 발휘했다. 트로트에 댄스를 접목,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똑같은 춤을 춰도 아이돌 제스쳐와 카리스마 가득한 눈빛이 남달랐다.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는 모습에 심사위원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정통 트로트는 구성지고 감정을 전달하기 좋지만, 내 장기를 살리고 싶었다. 춤을 격하게 추면서 트로트를 부르는 분들은 거의 없지 않느냐.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많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아이돌로 활동한 경험은 많이 도움됐다. 쓰라린 결과였지만 약이 되더라. 사실 '미스터트롯'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서 데뷔할 때보다 힘들었는데, 이전에 힘들었던 경험이 바탕이 돼 잘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할 수 있었다. 두 번은 망하기 싫었으니까."
김중연은 예선에서 김수희(67)의 '남행열차'를 불렀다.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대중적인 곡이라서 부담이 크지 않았을까. "정말 단순했다. '남행열차'는 국민적인 노래 아니냐"며 "사실 아는 트로트가 많이 없었다. '남행열차'는 퍼포먼스를 녹여서 신나게 부를 만한 노래라고 판단했다"고 털어놓았다. 심사위원들에게 '올 하트'를 받는 순간 울컥했다. 그 동안 노래를 부르면서 인정 받아본 적이 없는데, "올 하트가 터져 쌓여 있던 게 올라왔다"며 "전문가들이 볼 때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 압박감이 컸다. 그래도 '노래를 헛하지 않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걱정이 다 씻겨져 나가는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심사위원인 그룹 'JYJ'의 김준수(34)가 안아줄 때는 감정이 주체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멈칫하며 감격스러워했다. "첫 무대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 김준수 선배를 여기서 볼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롤모델인 선배가 걸어 오는데 빛이 나더라. 처음으로 후광이 느껴졌다. 평소 정말 좋아한 선배라서 포옹할 때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본선에서는 천명훈(42), 황윤성(24), 추혁진(28), 이도진(31), 최정훈(30)과 팀 'NTG'를 이뤄 무대를 꾸몄다. 당시 김종찬(60)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를 재해석했다. 김중연의 고음을 시작으로 완벽한 군무에 아크로바틱 안무가 더해져 올 하트를 받는데 성공했다. 멤버들 모두 합격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김중연은 "아이돌 그룹보다 춤이 격렬했다"며 "정통 트로트 속에서 조금이나마 인정 받으려면 '일단 잘하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가만히 서서 노래를 해도 멋있지만, 퍼포먼스는 땀을 뻘뻘 흘리며 절실함을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중에 프로젝트로 한 번 뭉치고 싶다. 오랜만에 함께 땀 흘리며 공감하는 동료들을 만났다"고 추억했다. "NTG 때 실수를 하나도 하지 않아서 가장 만족한다. 그만큼 노력을 많이 해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3주 정도 연습했는데, 명훈 형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24년차 선배인데도 거리감이 없이 대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파트 분배할 때 본인보다 동생들이 더 돋보일 수 있게 양보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형한테 정말 감사하고 배운 점이 많다. 반면 '남행열차' 때는 가장 아쉬웠다. 올하트를 받고 울컥해 마지막에 목이 갈라지지 않았느냐. 프로페셔널한 행동이 아닌데 감정 조절이 안 됐다. 반성을 많이 했다." 본선 2차 경연 1대 1 데스매치에서 변화를 꾀했다. 김정호(1952~1985)의 '이름 모를 소녀'를 선곡, 파워풀한 가창력을 자랑했다. 셔츠를 풀어 헤치고 '생수 샤워' 퍼포먼스로 정점을 찍었다. 우승 후보로 꼽힌 양지원(26)을 1표 차로 꺾은 비결이다.
김중연은 "솔직히 노렸다. 가수는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지만, '아이돌은 노래를 못한다'는 편견이 있지 않느냐. 사실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을 수십배로 한다. '남행열차' 때 '춤만 정신없이 추고 노래는 찢어지네'라는 댓글을 보고 많이 속상했다"며 "여기서 떨어져도 노래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절절한 감정을 어필하는데 집중했는데 먹혔다"고 설명했다. "양지원에게 1표 차로 이긴 건 기적이다. 방송에서도 '달걀로 바위치'라고 하지 않았느냐. 당연히 질 줄 알았는데, 이전까지 무대와 다른 매력을 보여준 게 통했다. 양지원은 정말 잘하지 않느냐. 자극이 많이 됐다"며 "막판에는 윤성이에게 자극을 받았다. 3라운드에서 아이돌부 중 나와 윤성이 2명 밖에 안 남았을 때 '더 열심히 하자. 같이 결선에 올라가면 서로 지목하자'고 약속했다. 내가 떨어져서 윤성이가 슬퍼하는데, 끝까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미스터트롯'은 최종 결승전만 앞두고 있다. 김중연은 본선 3차 기부금 팀 미션에서 탈락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솔직히 예선 탈락을 예상해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요즘 어머니가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어깨를 피고 다니더라"면서 "이런 게 효도가 아닌가 싶다"며 행복해했다. '미스터트롯'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획을 그었다. 시청률 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넘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상태다. 팬들은 KBS 2TV '불후의 명곡', MBC TV '복면가왕' 게시판에 출연 요청 글을 올리며 응원하고 있다.
우승 후보로는 임영웅(29)을 꼽았다. "'미스터트롯' 지원자들 중 노래 잘하는 분들이 정말 많지 않느냐"면서도 "영웅 형은 부담없이 편하게 부르고 감성 전달도 최고다. 사람들이 형의 노래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끌어 당기는 힘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중연은 본격적으로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는다. 이달 14일 트로트 데뷔 싱글을 발매할 예정이다. 소속사 브이엘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그룹 '트리탑스'의 반형문(40)이 작업한 곡을 선물로 줬다. "아직 타이틀 곡이 안 정해졌다"며 "워낙 좋은 곡이 많아서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최대한 타이틀곡은 퍼포먼스 위주로 가고, 수록곡은 정통 트로트로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것"이라고 각오했다. '트로트계 아이돌'이 되는 게 꿈이다. '아이돌 망해서 트로트 하는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우려를 불식시키는 건 나한테 달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로트계에서 롤모델은 장윤정(40)이다. "타이틀 곡 하나만 유명한 게 아니라 수록곡까지 국민들이 모르는 곡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스터트롯'에 참여했을 때 자고 싶지 않았다. 녹화하면서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건강했다. 내가 원한 게 노래 부르고 춤추는거 였으니까. 살아있는 느낌이 들더라. 아이돌로 데뷔했을 때도 지금 못지 않게 열심히 했는데, 음악 프로그램 출연도 쉽지 않고 일이 안 들어오니 우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저 친구 무대를 볼 때마다 절실해 보인다'는 댓글을 보고 뿌듯했다. 물론 절실했지만 정말 재미있어서 즐겼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 하는데, 천천히 올라가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