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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사진 치유자'...'당신 곁에 있습니다'

등록 2020-03-13 06:00:00   최종수정 2020-03-23 09: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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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 치유자 '임종진' 작가의 '당신 곁에 있습니다'. (사진 = 소동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첫 장을 넘기면 푸른 숲 속을 비추는 한 줄기 빛과 마주한다. 숱한 글들 사이 곳곳에서 웃는 얼굴, 무언가를 갈구하는 눈빛, 무심한 듯한 일상, 반가운 만남, 숭고한 죽음, 신나는 연주, 수줍은 미소를 만날 수 있다.

월간 '말'지와 '한겨레 신문' 등에서 취재활동을 하다 '사진치유자'로 활동 중인 임종진 작가의 저서 '당신 곁에 있습니다' 이야기다.

임 작가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역사의 순간으로 기록하며 사진 기자로 활동했다. 여섯 차례에 걸쳐 방북 취재를 한 바 있다. 덕분에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아는 남녘 사진기자로 통했다고 한다. 취재 결과물은 2018년 '평양의 일상' 사진전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반전평화팀 일원으로 이라크 전쟁 취재에도 나섰고 캄보디아 국제구호기관에서 활동하면서 무료 사진관을 열기도 했다. 귀국 후에는 전문 사진심리상담가로 5·18 고문 피해자, 70·80년대 간첩조작 피해자 등 국가 폭력이나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상처입은 이들의 마음 회복을 위한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사진을 다루면서 끊임없이 가졌던 '사진의 쓸모'라는 고민에 대해 임 작가는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다루며 자신의 사진을 '사람 사이의 공감과 이해를 위한 도구'로 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신 곁에 있습니다'는 사진을 통해 '치유의 철학'을 실천하는 임 작가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저자가 몸소 겪은 '사진이 주는 치유의 힘'은 과연 어떤 것인지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5·18 생존자 황의수씨의 사례가 크게 와닿는다. 황씨는 저자와 함께 사진 작업을 동행하면서 얼씬도 않았던, 자신이 공수 부대원에게 잡힌 건물 앞 계단에 다시 서게 된다. 외면했던 과거 고통의 기억과 마주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방북 취재 이야기는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단숨에 읽히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일상을 녹여낸 드라마가 나오긴 했지만 각색없는 날 것 그대로의 북녘 주민 일상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이야기, 고(故) 김광석 관련 일화도 빼놓지 말아야할 사연들이다.

사진은 어느 덧 흔하디 흔한 콘텐츠가 됐다. 사진 한 장이 별 의미 없는 장면으로 여겨질 수도, 역사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수도, 누군가에겐 마음의 안정을 주는 치료제로 쓰일 수도 있다.

사진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따라 걷다보면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자기소개에 공감하게 된다. '나는 기쁨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일상의 기쁨을 위해, 나아가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스스럼 없이 바라보기 위해 사진을 대하는 방법을 배워보자. 368쪽, 소동, 1만65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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