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본 '뒤통수'에 신속 대응…1년 전 수출규제 '학습 효과'
靑 "韓에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日 일방적 발표" 즉각 대응"지난해 수출규제 발표 때 이어 신뢰 없는 행동 깊은 유감"日, 지소미아 연장 합의 때 사실 왜곡…반면교사 작용 평가수출규제 국면 초 '로우키' 대응…실패 않겠단 판단 해석도"日, 방역 상황 따라 추가 조치…공식 대응은 외교부 통해"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서 출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거쳐, 조건부 연장 합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확인한 일본의 태도를 감안할 때 왜곡된 사실 관계를 신속히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 10일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어 입국제한 조치 결정을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를 했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윤 부대변인은 "일본은 우리 정부에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이번 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지난해 수출규제 발표 때에 이어 반복되고 있는 일본의 이러한 신뢰 없는 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을 다시 한 번 표명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해 "일본의 생각이나 조치의 내용은 한국 측에 외교 경로를 통해 사전 통보했다"는 스가 장관의 주장을 하루 만에 반박한 것이다. 윤 부대변인은 "지난 5일 오전 우리 정부가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 가능성을 감지하고 외교 통로를 통해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요청을 했을 때도 (일본 정부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외교부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동일한 메시지가 나간 데 이어 청와대가 공식 대응을 추가적으로 한 것은 지난해 수출규제 초기 국면에 비춰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앞서 외교부 당국자를 통해 일본 측으로부터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다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차원의 이러한 신속한 대응은 노림수가 뻔히 보이는 일본의 '정치적 의도'에 엮일 필요가 없다며 '로우키(low-key)' 전략으로 일관했던 지난해 수출규제 초기 국면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쳐 급기야 불필요한 진실 공방을 벌여야 했던 '결과적 오인' 사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전에도 일본 언론을 통해 가능성이 먼저 보도됐었다"면서 "당시 일본 정부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똑같아 사실 관계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이 각의(閣議·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반도체 3대 핵심소재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폴리이미드(투명폴리이미드) 등 1100여개 전략물자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 배제 결정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을 당시 청와대의 기본 방침은 무대응 전략이었다. 아베 총리가 지지층 결집이라는 자국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한국 때리기에 나선 만큼 최대한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상대 의도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후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명분을 안보적 관점에서 찾자 공세적 대응 기조로 180도 전환했었다.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대상인 불화수소를 북한으로 반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출을 규제할 수 밖에 없다는 일본의 논리를 적극 반박하고 나선 바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해 보였지만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22일 수출규제 철회를 위한 한일 양국 간 정책대화를 시작한다는 조건으로 지소미아를 연장한다는 데 한일 양국이 합의하면서 정면 충돌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합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소개했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실명으로 "견강부회(牽强附會·가당치도 않은 억지 주장)", "시험하려 하지 마라"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일본 정부를 작심 비판 했었다. 현재의 한일 양국의 상호 입국제한 조치를 둘러싼 대응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서 촉발돼 한미일 안보 갈등으로 확산된 일련의 과정과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엄연히 다르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일본과의 전면전을 감수하면서까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탈(脫) 일본화를 결심하게 된 당시와 달리, 철저하게 사실 관계 중심으로 잘못된 부분만 바로잡는 수준으로 대응하겠다는 절제된 태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간 코로나 사태에 관한 정보 공개의 투명성 차이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조치가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지난 5일 "사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1만3000명을 검사한다"면서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데, '일본이 과연 우리 만큼 투명할까'라는 점에서 의심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우리는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일본 정부의 방역 역량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일본 상황이 변하면 외교부를 통해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와는 별도로 일본 정부가 사실 관계를 계속 왜곡하려 한다면 이를 바로 잡는 원칙적 대응 역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부대변인이 전날 "수출규제 발표 때에 이어 반복되고 있는 일본의 신뢰 없는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스가 관방장관이 청와대 반박 하루만에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한국 측에 사전 통보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추후 진실 게임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에 입국제한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사전에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의 생각과 조치의 내용에 대해 한국 측에 사전 통보를 했다"며 "조치를 발표한 이후에도 정중히 설명하고 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