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구구단 세정 "첫 미니앨범, 씨앗 심어놓은 '화분' 같죠"
아이오아이 출신 대표 아이돌"40대에 트로트 부르는 것 목표"
2016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1에서 2위를 차지한 김세정(24)을 기억한다. 항상 밝은 표정과 털털한 성격 그리고 탄탄한 보컬과 춤 실력을 갖춘 그녀는 '안정감을 주는 아이돌의 표상'이었다. '프로듀스 101'에서 2위를 차지한 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를 거쳐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의 그룹 '구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정은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다. 연예계 데뷔 4년 만인 17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첫 미니앨범 '화분'이 그 증거다. '화분'이 좋은 음반인 이유는 모든 것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세정이 자신의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담았다는 것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높게 평가한다. 최근 청담동에서 만난 세정도 "제 나이 때에 맞는 감정, 이야기가 따로 있어요"라고 했다. "너무 멋있게 보이려고 하거나, 완벽하게 보이려고 하면 더 빈틈이 생기더라고요. 조금은 부족하지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는 태도에서 여유가 드러났다.
요즘 같은 시기에 가장 필요한 '위로'를 내세운 이번 앨범에는 총 5개 트랙이 실렸다. 타이틀곡은 후배 여성 가수들이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꼽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작곡하고, 선우정아와 그룹 '바버렛츠'의 안신애가 공동 작사한 '화분'이다. 앨범 제목이 되기도 한 이 곡은 화분에 담긴 작은 생명에게서 받은 감정을 풀어낸 곡이다. 싱그러우면서 담백한 세정의 목소리는 누군가를 감히 위로한다. 세정은 기존에 발표한 솔로곡인 '꽃길', '터널'과 달리 이번 '화분'에서는 "보컬을 덜어내서 따듯함을 주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선우정아에 대해서는 자신이 중학교 시절부터 팬이었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녀가 곡을 준 것은 "열심히 발로 뛴 결과"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세정은 타이틀곡을 제외한 네 곡 모든 곡에 작사,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따듯함을 가득 품은 '오늘은 괜찮아', 빛을 테마로 삼은 모던 록 팝 장르의 '스카이라인(SKYLINE)', 물 위에서 우아하게 떠 있는 것 같지만 그 아래에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오리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오리발', 만날 수 없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낸 '꿈속에서 널'이 그것이다. 아이돌 발굴이 아닌 보컬 발굴 오디션인 '슈퍼스타K'와 'K팝스타'에 출전한 경험도 있는 세정은 글 쓰는 것에 대한 흥미는 진작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작곡에 도전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작곡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지만, 세정의 원래 무기 중 하나는 다채로운 보컬. 본래 그녀의 보컬 매력은 허스키함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아이유의 '시간의 바깥'을 부를 때 한 없이 맑은 보컬을 선사했다. "처음 노래를 시작한 학생 때 제 목소리를 '특색 있는 보컬'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으면, 특이한 목소리가 되지 않을까 최대한 제 보이스를 만들지 말자는 생각도 했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거든요. 이번 앨버이 그래요. 허스키부터 맑은 보이스를 힘을 빼서 다 담으려고 했어요." 세정이 아이유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얘기. 그런데 그녀가 아이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항간에서는 오해도 한다. "그런 인식이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걸 어떡해요. 하하." 롤모델이 따로 있지만 세정도 본인의 스텝으로 한 계단씩 차곡차곡 밟아 올라왔다. 최근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에 빠졌었다며 "40대에 트로트를 부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작년 드라마 '너의 노래를 들려줘' 등에 출연하는 등 배우 활동도 병행하는 세정은 연기에 대해서도 급한 마음은 없었다. 영화 출연도 신중한 이유다. "인물이 가까워 보이는 영화는 좀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가요계뿐만 아니라 사회가 얼어 붙었다. 최근 가수들 대면 인터뷰는 동시에 많은 미디어와 진행이 되는데 이번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한 타임당 최소 인원만 얼굴을 마주했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돕고자 재해구호협회에 성금을 기부하기도 한 세정은 "마음과 몸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 어쩌면 한 감각을 열게 되는 시기가 아닐까 해요. 음악을 듣는 귀도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다행히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제 어두움도 알고 있어요.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것 같을 때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제 안에서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을 찾는 편인데, 결국 그것은 제 바깥 분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 분들이 계시니까 걱정 없이, 제 안에 집중할 수 있는 거잖아요." '화분'을 다시 듣는다. 작은 생명에 대한 이 노래에게는 햇살과 그늘이 함께 담겨있는 '화분'처럼 빛과 어둠이 같이 담겨 있었다. 세정의 삶도 그렇고, 우리의 삶도 그렇다. 이 청춘은 그걸 알고 오늘도 노래한다. 밝음만 있다고 강조하며 억지로 만들어내는 위로가 아니라 더 귀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