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주한 美 인사들, 한줄 트윗으로 일파만파
해리스 미국 대사, 정찰 자산 일방적 공개 트윗에이브럼스 사령관, 조롱하듯 '김칫국 마신다'정호섭 "트럼프에 진실 말해선 안된다 분위기"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국에 파견된 미국 외교안보 인사들이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한국인과 한국 정부를 자극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주재국 정부와 국민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발언하는 이들을 향해 무례하다거나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이 강고하다고 앞장서 외쳐온 이들이 실제로는 부적절한 행위로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2~3호기 한국 인도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우리 군 당국을 무시한 행위였다. 한국 국방부가 공개를 반대했는데도 해리스 대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 트윗에 앞서 미 대사관은 우리 국방부에 '글로벌호크 인도 사실을 공개하려 한다'며 의견을 물어보긴 했다. 이에 국방부는 민감한 감시정찰 자산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해리스 대사는 공개를 감행했다. 그간 우리 군 당국은 미국에서 들여오는 감시정찰 자산을 가능하면 공개하지 않았다.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군 자산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수 있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었다. 그런 점에서 해리스 대사의 이번 트윗은 한국 군 당국의 기존 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해리스 대사의 이 트윗은 주재국 내부의 분열을 야기했다. 한국 내 좌우 양 진영은 해리스 대사의 트윗에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진보 진영은 해리스 대사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며 비판을 이어간 반면, 보수 진영은 해리스 대사가 잘못한 게 없다며 오히려 자산을 숨기려 하는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주재국인 한국 내 논란을 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9월23일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소속 여야 의원을 미 대사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올해 1월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우리 정부가 남북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개별관광을 추진하려는 데 대해 "(미국과의) 오해로 인해 추후 미국 독자 제재 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촉발하는 일을 피하려면 워킹그룹을 통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내정간섭 같은 발언" "무슨 조선 총독인가" 등 비판이 쏟아졌고 청와대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지금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핵보유국이 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야 할 때"라고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주한미군 사령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역시 거듭 설화에 휘말리고 있다. 그는 최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임하는 청와대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비꼬는 듯한 표현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2일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 가능성을 언급한 청와대와 우리 정부를 향해 '김칫국 마신다'라는 표현을 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는 오늘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것이 때가 될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것을 배웠다"며 "영어와 한국어에 비슷한 표현이 있으면 내 통역관이 더 쉽게 일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또 '김칫국 마시다'를 영어로 설명하는 한영사전 내용을 올렸다. 이에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협상 조기 타결 가능성을 언급한 한국 정부를 조롱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밖에도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그간 우리 정부의 입장이나 한국 내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을 지속해 논란을 초래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논란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11월 당시 그는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한·미·일)가 그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며 우리 정부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2018년 9월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 내용 중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축소에 관해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령부의 관할"이라며 "그들(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모든 관련 사항은 유엔사령부에 의해 중개·판단·감독·집행돼야 한다"고 우리 정부의 행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들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행정부 내 기강 잡기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파견된 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은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승조원 하선을 요청했던 미 루즈벨트호 브렛 크로지어 함장 사례를 들며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정 제독은 "군에 어떤 해가 될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든가 아니면 해고되든가 하는 상황이 현재 미군 내에서 전개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과 충돌이 생기면 누구든 진실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루즈벨트함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군 통치스타일과 맞물려 미 해군의 전비태세는 물론, 군의 정치적 중립성, 군 지휘계통 내 소통부재 및 불신 등 총체적 국가안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