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너무 알면 재미 반감"...조진웅 "미묘한 맛의 영화"
57세에 감독 데뷔...'사라진 시간' 17일 개봉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배우 정진영이 57세에 영화배우라는 꿈을 이뤘다. '사라진 시간'을 통해서다. 33년간 배우로 살아온 그는 감독 데뷔작에서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는 미스터리 드라마를 들고 왔다. 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사라진 시간'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감독 정진영과 배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이 참석했다. 정진영 감독은 "어릴 때 꿈이 영화 연출이었는데 오랫동안 배우로 지냈다. 20년 전에 연출부 막내로 한 작품 했지만 작품을 완성할 능력이 있나 생각하다가 접고 살았는데 4년 전쯤에 능력이 되든 안 되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박하게 하고자 시작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망신당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저를 묶은 족쇄였는데 '망신 당할 수도 있지, 하고 싶은 거 해보자'는 마음으로 해봤다"며 "언론시사를 하니까 이렇게 무서운 자리라는 걸 생각 못 하고 왜 시작했을까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어떻게 봐주시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고 떨린다"고 말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타인이 규정하는 삶과 자신이 바라보는 삶의 간극 속에 놓인 한 사람의 고독과 외로움이 부각된다. 삶의 정체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미스터리 드라마의 형식을 빌린 듯한 모습이다. 정진영 감독은 "자유롭게 이야기 쓰고 싶고 끌고 가고 싶었다. 기존의 영화 어법이나 규칙을 생각지 말자고 각오하며 시작했다"며 "세상에 아주 많은 이야기가 있고 훌륭한 감독이 있는데 내가 한다면 새롭고 이상한 걸 해야 그나마 내가 만드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힘주었다. 이어 "그런 낯섦이 우리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형구의 정체는 뭐라는 물음에서 나의 정체는 뭐 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 영화가) 생각하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짚었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는 "정보와 선입견 없이 보는 게 영화를 볼 떄 가장 유리할 것 같다. 너무 알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이 될 것 같다"며 "와서 보시고 자유롭게 영화를 해석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이 영화는 한 장르로 해석할 수 없다. 시작은 호러, 다음은 코미디, 멜로고, 이어 형사물과 판타지였다가 마지막은 선문답으로 끝난다. 마지막의 선문답을 던지기 위해 앞에 내용을 재밌게 구성하려고 했다"며"굳이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자면 슬픈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서 외로운 인간의 슬픔을 그리려 했다"고 보충했다.
배우 조진웅이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형사 '형구'를 연기한다. 형구는 수상한 마을 주민들을 조사하던 어느 날 아침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깨어난다. 이후 집도, 가족도, 직업도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조진웅은 이 영화를 놓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주 미스터리하고 미묘한 맛의 영화"라고 평했다. "시나리오 읽을 때는 도무지 무슨 얘기인지 몰랐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하나의 명제를 두고 뒷받침하는 설명은 아닌 것 같다. 미묘한 지점이 많다. 가슴 속으로 진하게 몰려드는 무언가, 흐름을 쫓아가면 될 것 같다. 자연스럽게 쳐다보면 소화가 돼서 영화를 곱씹으면서 재해석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영화가 끝나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배수빈과 차수연이 비밀을 지닌 외지인 교사 부부 역으로 출연하고, 정해균과 장원영이 이들의 비밀을 알게 되는 마을 주민으로 나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을 전개한다. 17일 개봉.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