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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구 감독이 깨부순 독립영화 편견…'팡파레' 그 묘한 쾌감

등록 2020-07-04 06:00:00   최종수정 2020-07-13 09: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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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제작비 4500만원으로 장르물 첫 시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감독상 수상...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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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팡파레' 이돈구 감독.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영화 '팡파레'는 다양성(저예산) 영화는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부순다. 다섯 명의 빌런(악당)이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며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밀폐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에 블랙 코미디 요소도 더한 과감한 장르적 변주로 신선하기까지 하다.

'팡파레'를 연출한 이돈구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팡파레'는 핼러윈 파티로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이태원의 어느 한 바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린다.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 휘말린 다섯 빌런이 오직 살기 위해 벌이는 악몽보다도 끔찍하고 잔인한 하룻밤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드러낸다.

데뷔작 '가시꽃'(2013)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라노마 부문에 초청, '박찬욱, 김기덕을 잇는 잔혹 미학'이라는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돈구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 감독은 '팡파레'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 감독은 전작들과 달리 장르적 실험에 집중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다.

순 제작비 4500만원으로 장르물을 시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밀폐된 공간이 주는 스릴감을 고조시키기로 했고 이태원의 한 바를 택했다. 1층과 2층을 다른 콘셉트로 기획 조명은 물론 여러 소품을 다르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공간적 볼거리를 확장했다.

"상업적 투자를 아예 안 받은 것은 아니어서 독립영화는 아니에요. 정확히 얘기하면 저예산 장편 영화죠. 팡파레 역시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지만 장르물의 속성을 따랐죠. 드라마 형식으론 밋밋해 장르물로 기획했는데, 장르물을 찍기엔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잖아요. 스태프들의 열정과 도움 없이는 절대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촬영은 2018년 10월 들어갔는데 9일 만에 끝냈어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기획할 때 돈 계산을 잘 안 해요. 무조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죠."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잠시 대인기피증이 왔다는 그는 당시 느꼈던 주변 사람들의 초상을 섞어서 극 중 캐릭터를 그려냈다.

그의 말대로 영화 속 5명의 인물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드러낸다. 예기치 않은 살인을 저지르게 돼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희태'의 불안감, 돈 때문에 살인 사건에 개입하게 됐지만 묘하게 이런 상황이 짜릿한 '쎈'의 쾌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백구'의 의심 등이 극한의 스릴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상황에 따라 갑과 을의 위치가 뒤바뀌는 구성이 묘한 쾌감을 부른다.

"기본적으로 5명이 악당은 자신들이 모두 강자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하죠. 사람들 모두가 타인을 마주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갑'과 '을'을 정한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생각했던 '갑'과 '을'의 위치가 예상치 못하게 서로 뒤바뀌면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죠. 영화를 완성하고 든 생각이지만 나는 늘 '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누군가에겐 나도 '갑'으로서의 폭력을 행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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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팡파레' 이돈구 감독.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영화 제목은 축제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악장을 의미한다. 극 중 다섯 인물이 밀착된 공간에서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전쟁이기도 하면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임화영 배우가 연기한 '제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제이'는 인질이자 목격자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흐름을 주도하는 위치에 선다.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통쾌할 수밖에 없다. 5명의 인물 중 홍일점이기도 하다.

"제이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봤고 제이에 투영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했어요. 제이에게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일까 생각했죠. 제이를 비롯해 그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겐 지금 이 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전쟁이기도 하면서 축제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이 영화에서 느끼고 싶은 감정과 같죠. 영화에 '이걸 너희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라는 대사가 있는데 결국엔 선입견에 대한 영화에요. 제이라는 인물은 정체를 밝히지 않는데 모두 술집 여자라고 지레짐작하죠."

임화영부터 박종환, 남연우, 박세준, 이승원까지 독립영화계의 개성 강한 배우들이 대거 총출동한다.

"예전부터 다섯 배우에 대한 강렬한 흥미랄까, 애정 같은 게 있었어요. 임화영 배우의 경우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다가 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분명 청순한 모습인데 어딘지 모르게 싸늘한 기운을 느꼈어요. 운이 좋게도 함께 할 수 있었고 놀라운 배우들의 역량 덕분에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죠. 다섯 악당의 복잡한 심리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있어 가능했어요."

비주류 영화계에서 이름을 알린 이 감독은 상업 영화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처음 기획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구분 짓고 선을 긋지는 않아요. 그냥 나의 육체와 정신이 자유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메시지를 희석하는 것을 안 좋아해요. 그냥 정공법으로 쭉 밀고 나가죠. 창작자니 자유로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생각이에요. 영리하게 기획해서 미련하게 영화를 만든다가 저의 철학이에요."

'팡파레'는 9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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