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세에 여성계 압박까지…與 '박원순 진상 규명' 응답할까
통합당 "특임검사 통해 성추행 규명·책임자 처벌"여성가족위 등 국회 차원 대응 박차…靑 정조준도정의당 "이젠 진실·연대의 시간…서울시 진상조사"여성계 "정치권, 피해자 호소 외면 말고 책임지라"與 일각도 호응…박용진 "당 차원 진상파악 해야"김부겸측 "진상규명 필요…서울시 인권위 조사를"이해찬, 15일 공개 표명 검토…사과, 재발방지책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를 마친 뒤 고인을 둘러싼 의혹 규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야당이 특임검사 수사까지 요구한 데 이어 장례 중 공식 입장을 삼가던 여성계도 공론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거센 진상규명 요구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에 응답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양상이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의 박 시장 고소건 청와대 보고를 거론하며 "서울 경찰청은 수사기밀 누설 부분에 있어서 이미 수사대상으로 전락했다"며 "본인들 의견으로도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니 사건을 가지고 있지 말고 조속히 검찰로 송치바란다"고 포문을 열었다. 주 원내대표는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성추행 사건을 명백히 밝힐 뿐 아니라 서울시장 비서실의 은폐 방조 여부, 수사기밀 누설 이런 것들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상도 의원은 "박 시장의 성추행 사건뿐 아니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관련자들의 미투 사건들을 신속히 철저하게 규명해서 엄벌해야 한다"며 "박 시장 비서실 내 묵살이 또 다른 성폭력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 의혹과 관련한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대응도 예고됐다. 당장 통합당을 중심으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집을 요구했고, 행정안전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유관 상임위와 연계한 대응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나아가 성범죄 피고소인 사망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되는 것을 막는 세칭 '박원순 진상 규명법' 마련에 들어갔다. 통합당은 또한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이 사전에 전달됐는지 여부를 놓고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까지 과녁에 넣고 있다. 진보야당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이제 진실과 연대의 시간"이라며 "서울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허위사실 유포, 비난 등 2차 피해를 막기위한 최선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 대표는 또한 "경찰은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를 명확히 공개하고 2차 피해에 대한 고소 건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정의당은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박 시장을 고발한 전직 비서의 2차 가해를 우려해 조문을 거부한 것을 놓고 당원간 갈등이 확산되자 심 대표가 사과하는 등 내홍에 빠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장례 기간 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여성계와 시민단체도 성추행 피해자와 본격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 전직 비서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속 활동가들은 영결식 후인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 시장에 의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견에 참석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기를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피해자가 원하는 바대로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여성계 차원의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몇몇 의원들의 발언이 피해 호소인(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민과 여성과 피해 호소인에게 2차 피해가 되는 발언을 삼가하라"고 비판했다. 당안팎의 진상조사 요구에 직면한 민주당 내에서도 조사 요구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점차 퍼져가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차원의 진상 파악과 대책 마련이 있어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피해자 중심주의에 서는 것이 맞다"며 "특히 안희정·오거돈 사태에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이 적지 않은데 당이 그동안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서 여성친화적인 정당, 성평등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해영 최고위원이 "향후 당 소속 고위공직자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깊은 성찰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이어 진상규명 요구까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이다.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측 김택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객관적 사실 확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조사가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박원순계 핵심인 박홍근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으로 인해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인의 상처를 제대로 헤아리는 일은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인 고인으로부터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생전에 가까이 소통했던 저로서는, 고소인께서 받으신 상처에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는 피해 호소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라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잇따른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정에 차질을 빚고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성찰과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발방지책을 약속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이해찬 대표가 직접 박 시장 의혹과 관련한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책 등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형식은 오는 15일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이 유력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3일 고위전략회의에서 강훈식 수석대변인의 대독으로 이 대표의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지만, 각계의 비판이 거세자 대표가 직접 나서 육성으로 입장을 표명하려는 것이다. 다만 진상조사는 서울시 혹은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규명을 촉구하는 선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처리된 데다가 당 차원의 조사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오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