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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 위해 해제" vs "마지막 보루"…그린벨트 갈등 '재점화'

등록 2020-07-17 06:00:00   최종수정 2020-07-20 09: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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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공식화…"주택 공급 불안 해소"

서울시,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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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주택공급 대책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강남 대치동 소재 은마 아파트 등에 대한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시유지 및 국·공유지 개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사진은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2020.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안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간 갈등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집값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해야 된다'는 정부와 '온전히 보전해야 한다'는 서울시가 맞서는 모양새다.

정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혀, 당분간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측의 협의 결과가 집값 안정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주택공급확대TF는 지난 15일 수도권 주택 공급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유관부처 및 지자체와 함께 실무기획단을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기존에 검토된 방안과 함께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주택 공급 대책에 그린벨트 해제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린벨트에 대한 문제도 같이 점검이 이뤄질 수 있는 그런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는 점을 말씀을 드린다"고 대답했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낸 든 것은 세금 강화와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 대책만으로 널뛰는 집값을 잡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발굴'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고, 민심 이반도 예사롭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2년 실거주 조건 등을 내세우며 재건축·재개발을 규제했다. 정부는 공급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3기 신도시(30만 가구)와  용산정비창(8000가구) 공급 등 오는 2025년까지 서울·수도권 공공택지에 총 77만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안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주택 공급 위축 불안이 커졌고, 집값은 잠시 주춤하다 상승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와 무관치 않다.

서울시내 그린벨트 면적은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를 차지하는 규모다.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다. 이어 강서구(18.92㎢) 노원구(15.91㎢)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 순으로 규모가 크다.

강서와 노원 지역은 산이 많아 택지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강남3구에 몰린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서초구 내곡동 일대와 강남구 세곡동 일대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초구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강남지역에 대규모로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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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시 그린벨트 지정현황. 2019년 12월 기준.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서울시와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용산과 여의도 개발 방침을 내놓았다가 집값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한 차례 맞은 서울시 입장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달갑지 않다. 또 그린벨트를 풀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면 해제 주체인 서울시에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후손에게 물려줄 서울의 마지막 보루인 그린벨트를 훼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5일 국토부와 주택공급 실무기획단 첫 회의 직후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그린벨트는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대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규제로 묶여 있던 은마아파트 등 낡은 아파트들의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와 시유지 및 국·공유지 개발 등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행위는 납득할 수 없다"며 "단 한 평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서울환경운동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과 함께 정부에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국회 국정감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수요가 몰린 서울지역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시장의 과열과 집값 상승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수급 불균형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서울지역에 신규 공급확대 등을 통한 수요·공급 조절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녹지로서의 효용성을 잃어버린 곳을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일반)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도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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