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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 갔다온 작가, '붉은 거미줄'을 쳤다

등록 2020-07-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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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Between Us'

가나아트센터·가나아트 나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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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hiota Chiharu, Beetween Us, 2020, red wool, wooden chairs installation view, Gana Art, Photo by Lee Dong Yeop, Copyright Gana Art and the artist.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0.7.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하나의 핏줄과도 같은 실은 연결된 거미줄을 타고 움직이며 하나의 큰 우주를 만든다."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는 '붉은 거미줄' 작가다.

두번의 암 투병을 겪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하지만 죽음은 깨달음을 선사했다. 죽음은 육체의 끝이며, 영혼과 의식은 영원히 존재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혈관’, ‘머리카락’ 혹은 ‘피부’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업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있던 불안정했던 시기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특히 붉은 실로 칭칭 감아낸 작품들은 피가 흐르는 혈관이자 우리는 핏줄속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대한 '붉은 거미줄 동굴' 처럼 구현해낸 시오타의 'Between Us'(우리들 사이)는 압도적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3층 전시장에 선보인 시오타의 이번 전시는 그를 대표하는 설치작업중 하나로 올해 놓치지 말아야할 전시로 보여진다.

마치 혈관이나 뇌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제공한다. 붉은 실에 뒤엉킨 의자도 눈에 띄는데 "의자는 인간의 존재를 의미한다."

시오타에게 의자는 공간 안에서 서로 관계 맺으며 사회적 공간을 창출하는 상징도구다. 특히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오브제들을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는데 이 작업에 사용된 의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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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hiota Chiharu, Beetween Us, 2020, red wool, wooden chairs installation view, Gana Art, Photo by Lee Dong Yeop, Copyright Gana Art and the artist.

이번 전시도 작가의 지시에 따라 실제로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그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의자들을 찾았다.

갤러리에 따르면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그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의자들을 찾아서 사진을 찍어 보내며, 매번 작가의 확인을 받아가며 오브제를 수집했다. 인간의 관계를 테마로 하는 이번 전시에는 30개의 의자가 설치됐다.

 또한 한국산 붉은 실들로, 실을 엮어내는 작업에는 10명의 숙련된 팀이 참여했다. 시오타 치하루의 지시를 받아가며 12일에 걸쳐서 완성했다. 물리적 정신적 노력을 집중하여 이루어지는 작업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한다.

시오타 치하루는 의자를 사용한 누군가의 기억, 그리고 그들의 의식이 오브제에 남아있다고 여긴다.  죽음 이후에도 영혼과 기억은 남는다는 그녀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마치 회화에서의 선을 그리는 것처럼, 실을 엮는 것을 통해서 숨결과 공간을 탐구할 수 있다. 실의 선들을 모아 면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주의 세계로까지 확장되는 듯한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실의 설치 작업은 나아갈 공간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에 비로서 완성한다”

결국 이 작품 '우리들 사이'는 결국 서로 관계를 맺고 네트워킹하는 사회적 본능을 지닌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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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hiota Chiharu, Beetween Us, 2020, red wool, wooden chairs installation view, Gana Art, Photo by Lee Dong Yeop, Copyright Gana Art and the artist.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0.7.2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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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Chiharu Shiota_photo Sunhi Mang.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0.7.24. [email protected]

시오타 치하루는 일본 교토 세이카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호주에서 폴란드 출신의 작가,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Magdalena Abakanowicz, 1930~2017)의 설치 작품을 본 후, 독일 유학을 결심한다. 1996년 독일로 유학 길을 떠나 함부르크 조형대학에 진학한데 이어, 브라운슈바이크 예술대학에서 러시아 출신의 퍼포먼스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1946) 밑에서 퍼포먼스를 공부한 후,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독일 작가, 레베카 호른(Rebecca Horn, 1944-)의 제자로 수학했다.

때문에 시오타의 초기 퍼포먼스 작업들은 그의 스승인 마리나와 레베카의 영향을 받아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주를 이룬다. 시오타는 졸업 후에도 독일에서 생활하며 유럽, 아시아, 미주 등의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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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hiota Chiharu, In the hand, 2020, Bronze, brass wire,32 x 26 x 28 cm, Gana Art Photo by Lee Dong Yeop, Copyright Gana Art and the artist.

시오타 치하루는 인간의 유한함과 그에 따르는 불안한 내면을 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경험의 파편들 속에서 느낀 ‘불확실성’에 대한 인간의 내면과 성찰을 드로잉, 조각, 설치와 퍼포먼스까지 하나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의 미술을 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전시장 한 켠을 크게 자리한 'Out of my body'도 걸었다. 부드러운 가죽을 설계도를 그리듯이 칼로 도려낸 후, 이를 천장에 걸어 마치 피부처럼, 혹은 떨어지는 핏물처럼 길게 늘어트리는 작업이다. 2017년 암이 재발한 후 시도한 연작으로 투병생활을 하며 겪은 고통이 담겨있다.

작품은 결국 마음에서부터 만들어진다. 그리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죽음의 문턱을 갔다온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이 그것을 보여준다. 

전시는 가나아트센터에서 8.월23까지,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8월2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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