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전쟁]⑧백신 접종시기·물량 '불투명'…우선 순위 전략 준비해야
선진국 대비 물량 부족…"물량보다 접종 시기가 중요"AZ백신 기대와 불신 교차…도입 시기별 물량 '미지수'각국 다음 접종순위 두고 '고심'…구체적 순위 정해야
서방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 이스라엘, 바레인, 중동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자국민에게 접종 중이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가 밝힌 백신 확보 물량은 5600만 명분이다. 전 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긴 하지만 주요 국가들의 백신 물량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백신 안전성이나 유효성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발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백신마다 도입되는 물량과 시기가 불투명하다. 물량 부족으로 계획보다 늦게 백신이 공급될 경우 접종 순위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에서는 벌써부터 우선접종대상자 다음으로 누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선진국 대비 물량 부족…"물량보다 접종 시기가 중요" 4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 백신협약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화이자 1000만 명분, 모더나 2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 등 총 56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현재까지 확보한 물량으로 전국민 접종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요 국가의 백신 물량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인구수 대비 백신 물량이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백신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체 인구 대비 수 배에 달하는 백신을 구매해 놨다. 인구 약 3770만 명인 캐나다는 4억만 회분이 넘는 백신을 구매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도 인구 대비 5~8배 많은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자국민보다 수 배나 많은 백신 물량을 확보한 것은 백신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어떠한 백신이 부작용이 있을지, 면역 효과는 얼마나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많이 확보해 놓는것이 '만일의 사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백신 물량보다는 도입시기와 안전성 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체 물량보다는 개별 물량들이 언제 들어오느냐, 검증이 완료 됐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5600만 명분이라는 것은 숫자에 불과하고 실제로 언제 가지고 오고, 언제 접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Z백신 기대와 불신 교차…도입 시기별 물량 '미지수'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국내 제약사와 생산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우선 확보할 예정이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가격이 3~4달러에 불과하고 일반 냉장 온도(2~8℃)에서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아직도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상 임상시험 중간분석 결과 발표 당시 투여량에 따라 예방효과가 달라지고, 핵심 데이터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에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미루고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도 이달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사용 승인 권고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사전검토를 진행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이나 EU 등 해외 국가의 백신 승인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체 판단하에 허가심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영국과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이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영국은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는 편이다. 영국의 데이터를 보면 어느정도는 다 나올 것"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영국에서 접종이 시작되면 아스트라제네카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접종 속도가 더 빠를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데이터는 충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이외에도 얀센(600만 명분)과 모더나(2000만 명분) 백신을 2분기에 도입하고, 화이자(1000만 명분) 백신을 3분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얀센 백신은 아직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물량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영하 70도 보관 화이자 백신, 별도 접종센터서 맞을 듯 정부는 2월 중 첫 백신이 들어오는 즉시 언제든 접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특히 각 백신별로 보관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하겠단 계획이다.화이자 백신은 영하 70℃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백신 효과가 유지된다. 모더나 백신은 영상 2~8℃에서 30일 간 보관할 수 있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2~8℃에서 최소 6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 정부는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 도입에 대비해 초저온 냉동고 250여 대를 구비하기로 했다. 또 100~250개 별도 접종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이 곳에 냉동고를 배치할 계획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내외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종합병원급에 공급이 되고, 그곳에서 접종을 하게되지 않을까 한다"며 "의원급은 인프라 구축 등에 어려움이 있어 모더나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다음 백신 접종순위 두고 '고심' 정부의 계획대로 2월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도입되면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 환자 등이 첫번째 접종자가 될 전망이다.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인 국가들도 대부분 의료진과 요양병원 환자에게 최우선 접종하고 있다. 다만 이들 다음으로 누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기업과 철도 노조, 식료품 노조 등 각종 단체들이 백신 조기 접종을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자문단은 식료품 직원, 교사, 유치원 교사 및 직원, 75세 이상의 성인,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최전선의 근로자들이 다음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다. 구체적인 우선순위를 정하는 각 주(州)당국은 CDC의 가이드라인과 각 기업, 단체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접종 순위를 정해야한다. 이에 우리 정부도 접종 우선순위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준비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욱 교수는 "의료인 중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하는 의료인은 몇 명인지, 또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에 대한 접종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세심하고 세부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 거주자 및 종사자 다음으로 65세 이상, 만성질환자(경증 제외), 초·중·고·유치원 등 학교와 어린이집 교직원, 역학조사관 등 코로나19 1차 대응 요원과 경찰·소방관·군인 등을 접종 대상자로 검토하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일반국민 대상 접종순위를) 정하려는 노력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