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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영화 '카사블랑카'와 샴페인

등록 2021-02-06 06:00:00   최종수정 2021-05-11 15: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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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후 괴뢰 정권인 프랑스의 비시 정부가 통치 중이던 제2차 세계대전 중 북아프리카의 도시 카사블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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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려는 전쟁 난민들이 중간 기착지 삼아 통행증을 얻으려 몰려들고 있었다.

미국인 리처드 블레인(Rick, 험프리 보가트 분)은 이 곳에서 Rick’s Café Americain이라는 바를 운영하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거리에 어둠이 내리는 저녁, 바에 들어선 일자(Ilsa, 잉그리드 버그만 분)는 피아니스트 샘에게 “As time goes by(세월은 흘러가고)”라는 곡을 연주해 달라고 한다.

평소 샘에게 이 곡은 연주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 곡이 들리자 릭이 화를 내며 무대로 나온다.

하지만 거기에는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던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파리. 릭은 몽마르트 언덕의 카페에서 일자에게 샴페인 잔을 건네면서 말한다.

 “Here’s looking at you, Kid.”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당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로 번역된 명 대사다.

험프리 보카드가 대본에는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원래의 뜻은 영국의 선술집이나 포커판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훔치거나 속임수를 쓰지 못하도록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뜻으로 쓰던 표현인데 한층 로맨틱하게 의역되었다. 우리말 초역이 아니라 원래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재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미국의 영화연구기관 AFI가 역사상 최고의 로맨스 영화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1988년 톰크루즈 주연의 바 영화 ‘칵테일’에 앞선 최초의 바 영화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가 바에서 많이 이루어 진다.

그래서 영화에는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릭은 손님과 적절한 거리를 두기 위해 주로 혼자서 술을 마시는데 샴페인을 마시기도 하지만 미국산 버번이나 브랜디를 주로 마신다.

하지만 일자와 같이 있을 때는 샴페인을 마신다. 다른 사람들도 여러 사람이 함께 할 때는 샴페인을 마신다. 잔은 샴페인 탄생 후 300여년 동안 사용된 볼이 넓은 ’마리 앙투아네트’ 쿠페 잔이 보인다.

1950~60년대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 샴페인을 마실 때 대부분 이 잔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이 잔을 잘 쓰지 않고 볼이 좁은 플루트형이나 튤립형을 주로 사용한다.   

릭이 일자와 함께 마신 샴페인은 'Mumm Cordon Rouge'이다. 샴페인의 본고장인 프랑스 상파뉴 지역에서 생산하며 피노누아,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 품종을 사용한다.

경찰서장에게 릭이 주문해 주는 샴페인은 'Veuve Clicquot 1926'이다. 뵈브 끌리꼬는 특히 여성들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많이 마신다.

영화속에는 전통적인 샴페인 칵테일도 나온다. 일자의 남편인 빅터가 주문하는 술이다. 샴페인과 꼬냑, 약간 쓴 리큐르주, 각설탕을 섞는다.

실연한 이본느가 마시는 'French 75'는 프랑스군의 75미리 야포에서 이름을 따 왔는데 샴페인에 진, 레몬, 설탕을 넣는다.

상파뉴 지방에서 유래하여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만 영어로는 Sparkling Wine 혹은 Bubbly로 부른다. 샴페인에는 AOC등급이 없다. 그냥 상파뉴라고만 표시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샴페인 병에서 흔히 보는 ‘브뤼(Brut)”라는 표기는 당도 1% 미만으로 아주 당도가 낮다는 뜻이다. 영어로는’Extra dry’보다 더 dry한 ‘Bone dry’로 표현하기도 한다.

샴페인은 식전주용이나 테이블 와인용 모두 좋다. 샴페인은 마담 퐁파두르, 마릴린 먼로처럼 유명한 여성들이 좋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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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특히 마릴린 먼로는 자기전에 샴페인으로 목욕을 하고 아침에는 샴페인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지만 샴페인만은 괜찮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이다.

릭은 일자와 그의 남편 빅터를 비행기로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독일군 장교를 쏜다. 경찰이 몰려들지만 경찰서장 르노는 “유력한 용의자들(Usual Suspect)”을 수색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하면서 릭을 체포하지 않는다.

또 다른 명작영화 ‘유쥬얼 서스펙트’의 제목은 이 대사에서 왔다. 릭은 남고 안개 낀 카사블랑카 하늘로 비행기가 사라져 간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ybb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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