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터뷰]'탄금' 작가 장다혜 "객주·토지등 소설에서 생소한 단어 수집했죠"
40대에 소설 데뷔작…"원래 시나리오로 집필했던 것"조선시대 상단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고어·방언 눈길리디북스 소설부문 4주 연속 1위...드라마 제작도 문의와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독자들의 마음속엔 '장다혜'보다는, '탄금'의 재이나 홍랑, 혹은 무진의 이름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책장을 덮고 난 후에 그리하여 그들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지길 바랍니다." 자신의 이름보다 작품 속 인물들이 더 기억되길 바라는 장다혜 작가는 40세에 소설 '탄금'으로 데뷔했다. 20대에는 작사가로, 30대에는 에세이스트로 활동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호텔리어로 일하기도 했다. 소설가로 이끈 '탄금'은 조선시대 상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작품이다. 1980년대 초 프랑스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로, 시대극의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사극에서 맛볼 수 있는 대화체의 묘미와 탄탄한 줄거리 전개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거상 심열국의 아들 홍랑이 누이 재이에게 홍동백을 따다 주겠다고 한 뒤 실종된다. 팔도강산을 뒤져도 나오지 않자 심열국은 양자 무진을 들이는데, 홍랑이 사라진 지 1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정과 잔혹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명화같은 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현재 프랑스에 거주 중이다. 유학 중 남편과 만나 결혼했고 현지에서 직장을 구해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랑스에 살게 됐다고 한다. 이메일을 통해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고전 읽으며 고어 수집…원래는 시나리오로 집필" 작가는 "고전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내용 자체보다도 생소한 단어를 발견, 채집하는 것을 더 큰 재미로 여길 때도 많다"고 했다. "김주영의 '객주', 박경리의 '토지', 송기숙의 '녹두장군' 등 장편소설과 김동리, 김유정, 이효석, 김동인의 단편소설 등에서 흥미로운 단어들을 수없이 발견하고 수집했다. 수집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금'은 다채로운 고어와 방언이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풍파에 휩쓸린 인간의 몰락과 복수를 예술품 거래 상단이라는, 참신한 배경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풀어내며 사라져가는 토속신앙을 두루 재현하여 조선의 숨겨진 단면을 펼쳐 보인다. 그 시절 안경을 부르던 호칭 '애체', 부채의 쇠고리에 다는 작은 장식품 '선추(또는 선초)', 겉옷에 착용하던 가느다란 띠 '세조대' 등 익숙한 듯 낯선 단어들과 의미를 알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는 모르겠는 단어들이 등장해 조선의 분위기를 살아난다. 24절기에 맞춘 이야기 전개도 특징이다. 작품을 읽으면 자연스레 그 장면이 그려진다. 덕분에 몰입도도 높은 편이다. 탄금은 원래 시나리오로 시작된 작품이다. "영화로 제작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었어요. 지문과 인물묘사가 방대하게 늘어나 자연스레 소설로 그 형태가 바뀌었죠." 그는 "소설 읽기의 재미는, 주인공들의 생김새를 비롯해 말투며 일상까지, 하나의 세계를 오롯이 머릿속에 그려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4절기의 흐름으로 그 세상이 조금 더 명확하고 풍성해지길 기대했다"고 했다. 집필은 5년이나 이어졌다. 작가는 "5년 내내 글을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킬 때만 썼다. 제 만족을 위한 낙서같이 시작되어 놀이로 이어진 것 뿐이었다"고 했다. "머릿속에서 '탄금'을 놓은 적은 없었으나 몇 달 동안 덮어놓고 쳐다보지 않은 적은 많다. 생소하게 보아야 어색한 점이 보였다. 5년은 이야기의 숙성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홍랑이 사라졌다 돌아오는 전개는 프랑스에서 실제 있었던 실종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 큰 얼개 안에서 거듭하는 반전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장 작가는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실종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탄금'의 반전이 되는 이야기, 이 두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있던 각기 다른 글감이었다. 그 두 이야기를 얽은 것이 5년 전"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설의 모든 인물은 이 반전을 위해 만들어졌고, 모든 사건은 반전을 향하도록 설계되었다. 인물들의 생고생 또한 오롯이 반전을 반전답게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남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홍랑과 재이, 그리고 주변인으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사그라져버린 무진. 상단주인 심열국과 민씨 부인, 심열국의 수하 방지련과 민씨 부인의 심복 육손. 무진의 수원인 부영과 홍랑의 벙어리 의제 인회. 제 성정에 눈먼 민씨 부인을 쥐락펴락하는 귀곡자와 송월 객주의 존재. 그리고 재이를 가장 가까이서 수발하는 을분 어멈과 을분에 이르기까지 실타래같이 얽힌 이야기에 어느 누구 하나 관여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그만큼 사건의 얼개는 정교하고 탄탄하다. 또한 모두가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 할 만큼 이야기는 풍성하고 다채롭다. 특히나 결말로 치달을수록 전혀 예상치 못한 비밀스러운 사건들이 드러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러한 반전의 요소들은 이 소설이 선사하는 여러 묘미 중 하나일 뿐이다. 각 인물의 성정이 드러나는 묘사 하나하나는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출간 한 달여만에 드라마 제작 문의 잇따라…"독자들부터 언급, 흥미로워" 지난달 출간된 '탄금'은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4주 연속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평점도 5점 만점에 4.7점이다. 서점가에서도 알라딘 추리/미스터리 소설 6위, 예스24 한국 소설 베스트셀러 54위 등 다양한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르면 16일부터는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인기를 입증하듯 출간 한달여만에 드라마 제작사 두 곳에서 '탄금'의 드라마화에 관해 문의했다고 한다. 장 작가는 "영상화에 대해서 많은 독자가 언급해주고 가끔은 캐스팅까지 해줘서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 '탄금'이 영상화되어 더 많은 분께 선보여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독자들이) 영상화만큼이나 번역에 관한 말씀을 많이 해준다"며 "저 또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탄금'이 여러 언어로 번역돼 타국의 독자들에게도 닿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차기작도 조선시대…"명창 '이날치'에 관한 이야기" 장 작가는 준비 중인 차기작도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고 말했다."조선시대 명창 ‘이날치’에 관한 스토리를 구상 중입니다. 늦은 나이에 소리꾼으로 나아간 분이라 남사당패의 줄꾼으로 활약하는 20대의 이날치를 조명하려고요." 그는 "조선시대 후기의 분인데도 자료가 빈약하여 완전한 픽션이 될 것 같다. 현재는 남사당패의 놀이판과 판소리에 관한 자료를 조사 중이다. 나에게는 신세계라 즐거움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소설은 말 그대로 아직 작은 이야기인지라, 언젠가는 대설(大說)을 쓰고픈 욕심이 있다"는 그는 "여운과 벅참의 크기가 남다른 글을 쓰고 싶다'고 작가소개에 적은 것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머물렀던 지난 1년은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시간이었어요. 그러나 읽고 싶었던 책을 욕심껏 읽으며 나름의 소소한 기쁨도 누렸죠. '탄금'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였으면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