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환환 그림이 전하는 해방감...이명미 개인전
북촌로 피비갤러리, 5월8일까지한국 현대미술 1세대 여성작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코로나 시대여서일까, 봄이 오고 있어서일까. 알록달록한 색감에 더 마음이 끌리고 있다. 서울 북촌로 피비갤러리가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18일 개막한 이명미 개인전 'I am a person'은 봄꽃이 피어난 듯 화사한 분위기다. 컬러풀하고 유쾌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회화로 언뜻 보면 젊은 작가 작품처럼 보이지만, 세련된 색감의 하모니와 미니멀하지만 존재감 넘치는 드로잉은 내공이 만만치 않다. 서울 미술시장에서 이름이 아직은 낯선 이명미 작가는 1950년 대구 출생으로 그동안 대구에서 작업하며 활동해왔다. 피비갤러리에 따르면 작가 이영미는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여성작가다. 1970년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회화’라는 장르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밝고 에너지 충만한 작품들을 개진해왔다. 다양한 색이 넘치지만 '깨발랄' 하지 않고 정중동의 고요함과 순수함이 전해지는 이유로 보인다. 작가가 왕성하게 활동할 1970년대는 앵포르멜 회화로 인한 개념미술관 전위미술, 흑과 백 그림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작가는 그 시절에도 자유로운 원색을 사용했다. 주변 미술인들에 눈총을 받았지만,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회화로 한국 화단에서 독자적인 작품의 결을 구축해왔다. "우리 왕실에 찬란한 색이 있었고 민화에서도 자유로운 색을 썼는데, 유행을 쫓을 필요는 없다"는 의지였다. 모더니즘의 시간을 통과하며 주류에 편승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지평을 넓혀온 그의 작업은 캔버스 작업 뿐 아니라, 천, 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회화로 확장됐다.
1970년대부터 패치워크나 스티치, 스티커, 피규어 같은 오브제가 등장하기시작해고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 단순한 단어 뿐 아니라 유행가 가사, 시, 때로는 성경구절까지 인용됐다. 이는 곧 관람자들의 심상을 두드리는 일종의 감성 코드로 작용, 회화를 소통의 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선을 긋고, 점을 찍고, 물 감을 화면에 스며들게 하거나 흘러내리게 하는 등 다채로운 방법들을 통해 과거 회화의 관습적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파스텔톤 색감의 여백과 자유로운 붓질이 해방감을 선사하는 이번 작품에 대해 작가는 "저의 그리기라는 유희가 치유의 역할로 즐거운 삶의 에너지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피비갤러리는 전시장 한 벽면에 작가의 즉흥적인 드로잉도 선보인다. 이명미 작가의 작업세계를 압축한 작품이자 내면의 색들이 한 눈에 펼쳐진 현장이다. 전시는 5월8일까지. 관람은 무료.
1950년 대구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 그로리치 화랑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인공갤러리(1987), 동경화랑(1993, 도쿄), 신라갤러리(1996, 1997, 2002, 2018), 대구미술관(2015), 인당미술관(2019), 우손갤러리(2020) 등 다수의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8년 대구미술관의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전시에서는 김구림, 이건용, 이승택, 이강소 등과 함께 한국의 아방가르드 작가로 소개되었으며, 대구현대미술제 ‘ 1970년대, 그 기억의 재생과 해석’(2013), 부산시립미술관 ‘부산국제아트페스티발’(1998), 이탈리아에서 선보인 ’88 한국현대미술전’(1988, 로마), 교토시립미술관‘한국현대미술-80년의 정황’(1987) 등 한국현대미술 태동기를 형성했던 아방가르드 미술을소개하는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대구미술관, 대구은행,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중구청, 한국기계연구원, 포스코, 홍익대학교 박물관, 부산시립미술관, 현대중공업 등 다수의 기관 및 기업에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