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EXID' 안희연 "욕설 힘들었지만 연기의 맛 제대로 봤죠"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로 스크린 데뷔착실한 이미지 벗고 가출청소년으로 변신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걸그룹 EXID 출신 안희연(하니)이 첫 영화로 가출 청소년들의 민낯을 그대로 담아낸 문제작 '어른들은 몰라요'를 선택했다. 가출 청소년으로 분한 그는 술, 담배를 하고 거침없는 욕설을 내뱉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가출 청소년 주영을 연기하며 지금까지 견고하게 지켜왔던 무언가를 무너뜨려야 했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만난 안희연은 "'나는 무너지면 안 돼', '완벽해야 해' 등의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 틀에서 벗어나니 자유로워졌다"고 밝게 웃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안희연이 파격 변신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강렬한 내용과 연기가 부담이었다. "EXID 계약이 끝나고 여행 가있을 때 감독님이 '내가 '박화영' 감독이다'라고 하면서 DM를 주셨어요. 의심을 할 수도 있었지만 계정 피드에 '나는 감독이다'라는 티가 많이 났죠. 이야기가 너무 세고, 어려운 신이 많아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더군다나 회사도 없고 큰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마음이 돌아선 건 이환 감독을 만나면서부터다. '왜 이 영화를 만드냐'는 물음에 답한 감독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안희연은 "박 감독은 우리 주변에 실제 있지만 현미경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지 않는 면을 들춘다"면서 "보기 싫어서 눈을 돌리는 일을 비춘 것이 영광스럽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면서 "'박화영'을 보니 이 사람이 연출한다면 걱정을 안 해도 될 거 같았다"고 전했다. '조금이라도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하자'는 자신의 철학과 방향이 맞았고 "그래서 함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개 시점은 뒤로 밀렸지만 연기를 처음 시작한 작품으로 의미도 남다르다. 연기의 무게를 모르는 상황이라 선택은 더욱 과감했다.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면 많은 것을 따지느라 결정하는 것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 때는 정말 용감했어요. 한국에서 이환 감독님의 전작 '박화영'을 봤는데 두근거렸어요. 두근거림, 설렘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었죠." 두 달 정도 워크숍 시스템을 거쳤다는 그는 "이 영화를 찍을 때 연기가 정말 처음이었다. 워크숍 시스템을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배웠다"며 "캐릭터뿐 아니라 악쓰는 연기, 욕하는 연기 등 감독님께서 감정이 올라오도록 도와주셨다"고 했다.
하지만 10대들의 탈선을 다룬 '어른들은 몰라요'를 촬영하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 힘든 신도 상당했다. 안희연은 "청소년 문제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영화 내용이 세다. 대사의 절반이 욕설로 느껴질 만큼 욕설 연기도 힘들었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이랑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납득을 서로 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세진'을 돌로 내려찍는 등의 과격한 신을 언급하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다. 나는 28년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견고하게 지켜왔던 무언가를 무너뜨려야 했다"며 "하루 종일 촬영했는데 '나도 무너질 수 있구나', '무너져도 나구라'라는 것을 느꼈다. 생각보다 자유로워져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안희연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의 맛'을 깨달았다고 고마워했다. 믿고 기다려준 이환 감독과 상대역 이유미 덕이다. "함께 한 사람들이 소중해요. 감독님과 유미라는 친구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한 분야에서 7년을 해 나름 베테랑이었는데 영화로 오니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이 된 거죠. 하나부터 열까지 감독님과 유미가 다 알려줬어요.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만들어주셨어요. 주위에서 연기 잘했다고 하는데 민망해요. 감독님과 유미가 만든 거고 저는 매일 깨질 것을 알지만 부딪쳤을 뿐이죠."
2012년 그룹 EXID 하니로 데뷔한 안희연은 웹드라마 '엑스엑스',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로지 시리즈 'SF8-하얀 까마귀', 카카오TV 오리지널 '아직 낫서른' 등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어느덧 EXID 하니 만큼이나 배우 안희연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연기가 좋은 이유는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에요. 공부로 배울 수 없는 관계, 타인, 세상, 특히 나에 대해 배워요. 그 배움이라는 게 정말 짜릿하고 좋아요. 기존 안희연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이 생겨서 내가 확장된 느낌이에요. 이환 감독이 없었으면 연기가 이렇게 다가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뭐든 다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만난 게 행운이고 축복인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