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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D-100④]남북 단일팀 성사 완전 물 건너 갔나?

등록 2021-04-12 06:03:00   최종수정 2021-04-19 09: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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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19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 의사 밝혀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이후 33년 만

도쿄서 '제2의 평창올림픽' 구상하던 정부 구상 수포로

이기흥 체육회장 "단일팀·공동입장 추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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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코리아팀)과 일본 경기에 앞서 북한 응원단이  몸을 풀기위해 등장안 단일팀을 향해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2018.0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경남 기자 = 코로나19로 북한이 33년 만에 하계 올림픽에 불참하면서 한반도 정세 반전카드로 떠올랐던 남북 단일팀 구성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북한은 지난 6일 코로나19에서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오는 7월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이 하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3년 만이다. 앞서 북한은 냉전 시대 반쪽 대회로 치러진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에 나가지 않았고, 서울올림픽에도 잇따라 불참했다.

이후에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모두 참가했다.

북한은 지카 바이러스(모기를 매개로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가 유행한 브라질에도 선수단을 보냈으나, 도쿄올림픽에는 코로나19로 선수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며 참가를 포기했다.

4월 초 기준으로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50만 명에 육박했다. 하루 확진자 수도 3000명을 돌파했다. 올림픽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있지만, 지금 일본의 상황은 북한이 우려할 만하다.

실제로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을 밝힌 가운데 일본 내부에서도 감염 확산 때문에 올림픽 부대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남북체육 교류 역사에서 남북 단일팀 시도는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1년 앞둔 1963년부터 추진됐으나, 여러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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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10일 저녁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1차전 경기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북한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부부장,  이이희범 조직위원장이 경기 관람 및 응원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앞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 2018.02.10.     [email protected]
당시에도 일본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렸는데, 1963년 스위스 로잔과 홍콩 등에서 남북이 세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단일팀 구성은 불발됐다.

1979년에는 제35회 평양 세계탁구선수권 단일팀이 추진됐으나 이뤄지지 못했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도 공산국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도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3년에 걸친 협의가 진행됐지만, 북한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수정안을 거부한 뒤 올림픽에 불참했다.

단일팀의 물꼬를 튼 건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였다.

당시 남북 단일팀인 '코리아팀'이 출전해 남한의 현정화, 북한의 리분희 등이 주축을 이룬 탁구는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했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축구는 8강에 올랐다.

1991년 탁구와 축구를 마지막으로 다시 사라졌던 남북 단일팀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부활했다.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전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했다. 평창에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세계의 이목을 받았고, 아시안게임에선 카누 여자 단일팀이 용선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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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남북 단일팀 코리아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2018.02.09.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 북한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려던 정부의 구상도 수포가 되게 됐다.

일본은 자국 올림픽을 남북-북미-북일 간의 대화 계기를 모색하는 '제2의 평창올림픽'으로 흥행시키려는 구상을 세웠다. 그러나 북한이 불참하면서 남북 접촉 기회가 상실됐다.

북한의 불참 선언 후 통일부는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한반도 평화 계기를 모색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불참 결정 번복 가능성에는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판단에 중요한 요인이 될 거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사태를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이 불참을 번복하지 않는 이상 남북 단일팀 구성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3년 만에 국제 종합대회에서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과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 2019년 3월 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도쿄올림픽 개회식 때 남북 공동입장과 여자농구, 여자하키, 유도(혼성단체전), 조정 등 4개 종목에 단일팀 구성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후 남북 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북한이 남북 체육 당국 간의 대화를 모두 끊었고, 유도를 제외한 3개 종목의 단일팀 결성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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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친선 평가전, 스웨덴과 한국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02.04 [email protected]
앞서 북한은 여자축구대표팀의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출전을 포기해 도쿄올림픽 출전 보이콧에 대한 우려를 낳은 바 있다.

결국 코로나19 여파가 해를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으면서 북한의 불참은 현실이 됐다.

한발 더 나아가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IOC가 올해 2월 우선 협상지로 호주 브리즈번을 선택하면서 공동 유치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이번 도쿄올림픽 단일팀 무산으로 작은 희망마저 사라지게 됐다.

체육계도 북한의 불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단일팀, 공동입장 등을 추진해서 2032 남북올림픽 개최에 계기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IOC도 아직 북한 쪽 입장을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다. 아마 IOC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IOC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정확한 입장을 알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IOC는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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