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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미국의 자존심, ‘파리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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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17 09:00:00  |  수정 2021-05-11 15:25:35
미국 서부 역사와 캘리포니아 와인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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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Chateau Montelena Chardonnay) 1973. (사진=몬텔레나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976년 5월, 타임지의 파리 특파원 조지 테이버 기자는 파리에서 와인 스쿨과 와인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영국인 사업가 스티븐 스퍼리어로부터 와인 시음회에 취재 초청을 받는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우연히 근처에 일이 생겨 5월24일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던 시음회에 참석하게 된다.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처음 대결했던 바로 그 시음회다. 초청을 받은 다른 매체의 기자들은 결과가 너무나 뻔했기 때문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2주 후인 6월7일자 타임지에는 그날의 시음회 결과와 분위기를 묘사한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다. 이 기사는 나중에 세기의 특종이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모두 3~6년 된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정확히 말하면 캘리포니아 와인 중에서도 나파 와인이다.

이후 1978년, 1986년, 2006년에 더 숙성된 동종의 빈티지 와인으로 비슷한 시음회가 열렸지만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샌파블로 만에 접한 37번 주도를 따라가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29번 주도를 만난다. 29번 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더 가면 나파 카운티가 나오고 나파 밸리 지역의 와이너리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인다.

특히 나파 카운티를 기점으로 29번 도로와 함께 나란히 북쪽으로 나 있는 지방도로인 실버라도 트레일 주변에 집중적으로 와이너리들이 분포해 있다. 파리의 심판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에 각인시킨 명망 있는 와이너리들이 대부분 이곳으로부터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실버라도 트레일을 타고 약 25분 정도 위쪽에는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카베르네 소비뇽1973’으로 보르도 와인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스택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가 있다. 조금 더 위쪽에 이름이 비슷한 ‘스택스 립 와이너리(Stag’s Leap Winery)’라는 150년된 와이너리가 있는데 두 곳은 완전히 다른 곳이다.

전자는 1970년에 설립됐다. 이름을 두고 대법원까지 30년간이나 다투었으나 최종적으로 이름을 함께 쓰라는 판결을 받았다. ‘Stag’s Leap’은 이곳의 포도 재배지역 명칭(AVA)이다.

스택스 립 와인 셀라의 바로 옆에는 ‘끌로 뒤 발 (Clos Du Val) 와이너리’가 있다. 1986년 파리의 심판 재대결에서는 이 와이너리의 1972년 카베르네 소비뇽이 스택스 립 1973과 프랑스 와인을 누르고 레드 와인 1위를 차지했다.

실버라도 트레일을 따라 세인트 헬레나 카운티 외곽에 이르면 오른쪽에 ‘하이츠 와인 셀러(Heitz Wine Cellar)’가 있다. 이 와이너리의 1970년 빈티지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1978년 시음회에서는 2위를 차지했으나 1986년 와인 스펙테이터 잡지 시음회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 조그만 계곡에 레드 와인의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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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29번 도로로 다시 나와 오크빌을 지나면 ‘오퍼스 원(Opus One) 와이너리’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와이너리’가 길 양쪽으로 연이어 나타난다. 오퍼스 원 와이너리는 프랑스의 샤토 무통로칠드와 나파 밸리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합작으로 설립하였는데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가장 비싼 레드 와인 중 하나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 공대의 도움을 받아 저온 숙성, 스테인레스 탱크, 공정의 기계화, 유기농 농법의 도입 등 현대 와인 양조에 있어서 수많은 혁신을 주도한 로버트 몬다비가 1966년 설립했다. 와인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29번 도로가 128번 도로와 합류하는 러더포드에서 조금 더 가면 왼쪽에 ‘그르기치 힐스 에스테이트(Grgich Hills Estate)’가 나온다.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화이트 와인 1위를 차지한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Chateau Montelena Chardonnay) 1973’을 만든 마이크 그르기치가 독립해 1977년 설립했다. 유기농 와인과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을 생산한다. 조금 위쪽 세인트 헬레나 카운티의 외곽에는 ‘스프링 마운틴 바인야드(Spring Mountain Vineyard)’가 나온다.

스프링 마운틴 바인야드는 1976년과 1978년의 시음회에서 ‘샤도네이(Chardonnay) 1973’으로 각각 4위와 3위를 차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 지역의 대형 산불로 인해 나파 밸리의 일부 와이너리가 피해를 입고 또 품질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어 보인다.   

29번 도로의 북쪽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칼리스토가 외곽에 드디어 샤토 몬텔레나가 나타난다. 와이너리는 1882년에 설립되었다. 영화 ‘와인미라클(원제 Bottle Shock)’에서는 농장주 짐 바렛(빌 풀먼)과 아들 보 바렛(크리스 파인)이 나왔는데 현재는 아들 보가 CEO를 맡고 있다.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1위를 차지한 샤토 몬텔레나와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1973년 빈티지는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 중 하나로 전시되어 있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ybb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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