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터뷰]이선우 "갱년기·무기력증 극복 달리기 만한 게 없어요"
'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 볼게요' 출간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하루에 10㎞는 기본으로 뛰었어요. 주말엔 30㎞ 이상 장거리를 뛸 때도 있고, 그 다음 날은 힘들어서 5㎞ 정도만 뛸 때도 있었죠." '100일 달리기' 목표를 달성한 이선우씨는 '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 볼게요'까지 출간했다. 군인,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거쳐 현재 명지대 통합치료대학원 객원 교수로 활동하는 그는 올해 나이 54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고 다부진 몸이 돋보였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해도 과체중, 관절염, 갱년기에 시달리고 코로나19로 스케줄이 정지되면서 무기력증에 빠졌었다. 그를 다시 삶의 에너지로 끌어올린 건 '달리기'였다. 무작정 새벽 달리기를 시작했다. 100일 동안 총 1180.95㎞를 달렸다. "나이 40 넘어서 등산, 자전거, 수영, 골프 등 여러 운동을 해봤지만 정말 체력이 좋아지는 건 달리기인 것 같아요." 젊었을 땐 달리기를 싫어했다. "원래 직업군인이었어요. 5년 5개월 군 생활을 했었는데, 제일 싫어했던 게 구보였어요. 특히 달리는 건 질색했죠. 또 제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그런 사람한텐 달리기가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되도록 안 달리려고 했죠." 처음부터 100일을 달리자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우선 딱 10일만 달려보자 했고, 10일은 30일, 30일은 어느새 100일이 되었다. 영화 '말아톤' 때문이었다. "2005년 친구와 영화 '말아톤'을 보고 나오는 길에 친구가 '넌 뭐 하고 싶은 것 없냐'고 묻더군요. 문득 춘천 마라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친구가 '쟤(조승우)도 하는데'라고 하더군요. 제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죠." 하지만 쉽게 달리기를 시작할 순 없었다. 초등학생 때 핸드볼 선수를 하면서 얻은 무릎 관절염을 비롯해 몸무게 등 걸리는 것이 많았다. 그는 "2018년 헬스를 하면서 트레이너에게 무릎, 어깨가 아프다고 했더니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했다"며 "이상이 없다고 나오니 그럼 운동을 해도, 나가서 뛰어도 된다고 하더라. 3개월 정도 열심히 PT를 한 뒤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100일 동안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뛰었다. 너무 피곤하면 쉬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새벽이 되면 무작정 몸을 일으켜 나갔다. 어제는 두 바퀴를 돌다가 숨이 찼는데 오늘은 세 바퀴를 돌아도 숨이 차지 않는 경험, 매일 달리기를 하며 오가는 사람들과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하루하루를 축적했다. 때로는 새벽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키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기도 하고, 달리면서 유난히 몸이 무거운 날도 있고, 기대했던 것만큼 체중이 빠지지 않아도 꿋꿋하게 100일을 달렸다
"코로나19가 밖에서 터진 포탄이었다면 중년이라는 나이는 안에서 터진 포탄이었다. 한 방도 힘든데 연거푸 두 방을 맞고 나는 쓰러졌다. 가자미처럼 배를 깔고 침대에 엎드려 게슴츠레한 눈으로 푯대를 잃어버린 부표처럼 떠다녔다. 이렇게 떠나니다 인생이 끝나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렇게 살기 싫었다. 다시 일어나야 했다." 좋은 습관은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습관은 만들어지지 않아요. 다시 한 번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좋은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자기계발 관련 이야기 중 14일, 21일, 66일이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이 있어요. 다들 100일이나 했으면 습관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아니에요.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어요. 의지를 갖지 않으면 아침에 눈을 떠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쉽지 않죠." 달리면서 '사탕 한 알', '지나가는 사람의 인사' 등 사소한 것에서 많은 힘을 얻었다. 달리기 11일차 당시 물 한 모금 없이 사탕 한 알을 물고 21㎞를 완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사소한 것들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아찔했던 경험도 있다. 함께 달렸던 지인이 자전거 사고가 나 머리를 다쳐 위중한 상황에 처했었다. 함께 운동을 하자고 권했던 사람이 자신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한강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다.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닐 수 있는 겸용 도로"라며 "반드시 안전 속도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100일 달리기라는 목표에 달성했다고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100일은 또 다른 시작의 의미다. 대단한 체력과 남다른 인내심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100일 간의 기록을 읽어가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 달린 후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지는 기분.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 이것이 달리는 이유다."
"일이 많아 굉장히 바쁘게 살아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없어졌어요. 친구들도 자주 못 만나니까 더 끈끈해지고 친해졌죠. 그 덕분에 달리기를 하고, 그 덕분에 책도 쓰게 되었네요." 특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요즘, 달리기만한 게 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동안 사람을 만나서 즐거움, 재미는 많이 누렸잖아요. 이제 혼자만의 시간도 괜찮은 것 같아요. 달리기는 절대 고독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죠. 코로나 시대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서 모두가 다 잘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100일 달리기를 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저자 이선우는 "모든 악조건에서 100일을 달리며 나는 더 성숙해지고 변화하며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며 "한번 달려보자"고 권한다. "매일 아침 5시반에 10km 어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