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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박쫓는 코린이들…깡통 위기에도 "물타기"

등록 2021-04-20 15:41:36   최종수정 2021-04-26 0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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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24시간 거래대금 27조원 상당

한달여 사이 급등…코스피·코스닥에 필적

"나도 한 번 해보자"…신규 투자자 유입

초반 수익 올리다 손실…투자금 늘리기도

손실 나도 계속…"한번 터지면 복구" 기대

"투자 위험 크고, 가격 조정 단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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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미국과 한국에서 특별단속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20일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2021.04.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윤희 홍지은 천민아 기자 = #1.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이달 초부터 암호화폐(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암호화폐 투자로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주변인들의 얘기가 끊이지 않아서다. 처음에는 수익을 내는 듯했지만 어느 순간 손실이 커졌고, 이제는 원금 회복을 위해 투자금을 늘리며 '물타기'를 하고 있다.

#2. 29세 직장인 이모씨도 2주전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한 이른바 '코린이'다. 이씨 역시 주변 사람들의 '대박' 소식에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으로 투자에 나섰다. 초반에는 이윤을 실현해 투자금을 늘렸는데, 어느새 마이너스로 돌아서 근심이 크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광풍'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올라 성공사례가 늘어나자, 너도나도 '대박의 꿈'을 품고 투자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뇌동매매'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입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투자금을 늘렸다가 낭패를 보는 악순환 사례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 행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일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약 27조3401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코스피(15조3781억원)와 코스닥(12조7432억원) 거래대금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4대 거래소 암호화폐 거래대금이 불과 한달여전 11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 규모가 급등한 모양새다.

투자금의 급격한 증가는 암호화폐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금이 확대된 영향도 있지만, 새로운 투자자들이 대규모 가세한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달 사이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는 투자자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대다수가 주변의 성공사례에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투자 사례로 언급된 이씨는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워낙 많이 들어서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2주전부터 투자에 나섰다"며 "암호화폐 투자도 하지 않으면 '벼락거지' 신세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씨도 "주변에서 하도 '몇억', '몇십억' 이득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나도 재미삼아라도 한번 해보자면서 시작했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투자에 나섰다는 박모(31)씨도 "주변에서 다들 하길래 (암호화폐) 열차에 탑승했다"고 했다.

많은 투자자가 대박 사례에 끌려 투자에 나섰고, 실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코린이'는 처음 올렸던 수익보다 더 큰 손실을 입어 고민하고 있기도 했다.

박씨는 "5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한동안 이득을 봤다"면서도 "최근 10% 넘게 폭락하면서 한달 생활비를 잃어 밤잠도 설치고 집안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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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미국과 한국에서 특별단속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20일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2021.04.20. [email protected]
직장인 김모(28)씨도 "처음에는 비트코인에 200만원을 투자해 수익을 얻었는데, 이후 알트코인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20% 손실이 났다"고 했다.

이씨와 정씨 역시 초반에는 수익을 냈으나 어느 순간 손실을 입게됐고, 최근 들어서는 손실이 확대돼 속을 끓고 있다고 전했다.

손실이 확대되면서 투자금을 늘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른바 '물타기 전략'이다.

정씨는 "300만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0만원을 추가로 넣었다"며 "손실을 어느정도 회복하는가 싶더니 다시 떨어졌다"고 말했다.

수익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투자를 순순히 포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일단 원금을 회복해야한다는 과제가 눈앞에 있고, 앞서 수익을 올렸던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 손실이 이윤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한다.

이씨는 "계속 떨어져도 한번만 수익을 거두고 나오면 된다. 잭팟이 한번 터지면 그동안 손실도 복구하고 플러스도 되니깐, 그런 한방 욕심이 있다"며 "합법적인 도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판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씨 역시 "월급의 일부를 조금씩 더 넣어 물타기를 할 예정"이라며 "코인의 실체가 없다거나 사용가치가 적다는 지적이 언론에 많이 노출된다. 다들 폭탄돌리기라는 생각은 하고 있을지라도 그 폭탄이 터지려면 멀었다는 판단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위험성이 크고 머지 않아 가격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지양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은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수익성 등을 근거로 가치를 평가하지만, 암호화폐는 내재적 가치 평가가 합리적이냐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 상품이 갖는 위험성도 주식보다 크다"고 했다.

아울러 "암호화폐 시장이 난리인데, 상당수 자금이 단타 매매를 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지금까지의 가격 상승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언제든 가격 조정기가 찾아와도 이상할게 없는 단계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조정에 대비하는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게 좋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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