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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4차혁명시대 전통 공방의 생존법은…"필연의 제품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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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16 05:30:00
황주연 조선유기공방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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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연 조선유기공방 대표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유기, 필연의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경쟁력 있는 고급식기로 세계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주연 조선유기공방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전통을 지켜온 전문 공방의 현황과 앞으로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수세기에 거쳐 변화를 거듭해오며 제조업에도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아직도 전통 방식의 제조를 고집하는 곳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식기인 유기그룻이 대표적이다.

조선유기공방은 방짜유기그릇을 전통 갯토주물사(주조) 방식으로 제조하는 공방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 공방에서 만들어진 유기는 종묘 행사에 오른다. 정부의 문화재 복원 사업에도 다수 참여하는 등 전통 유기그릇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그릇 브랜드 '우리놋'을 론칭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유기그릇은 구리와 주석을 우리만의 고유의 합금기술(구리 78%+주석 22%)로 만드는 전통식기이다. 과거에는 제사나 차례 등에 주로 쓰였지만 최근 황금색 빛깔이 가진 아름다움과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면서 생활식기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구리가 항균과 살균의 기능을 갖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황 대표는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내려온 전문 공방의 가업을 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었던 그는 홀연히 공방에 내려와 할아버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황 대표는 "아버님이 건강이 나빠지시면서 공방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었다"며 "문득 집안의 유기그릇을 보면서 닦아야 빛이 나는 유기그룻처럼 내가 공방을 잘 닦아 빛을 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전통 공방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이제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공방은 전국적으로 10여곳 정도 남았다. 공방은 사라지고 있지만 기계로 찍어낸 유기그릇 브랜드는 늘어났다. 한류와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유기그룻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전통 기술은 사라지고 있다.

당연하게도 수익적인 측면에서 기계와 사람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도가니에 방짜쇠를 녹이고, 갯토로 금형을 다지고 쇳물을 부어 그릇을 만들고, 칼을 대고 그릇을 깍아 연마해 완성하는 갯토주물사(주조) 방식은 대량생산이 어렵다. 유기그릇을 기계로 만들면 가격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황 대표는 "기계 도입이나 자동화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오랜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쇳물을 부어 그릇을 만드는 주물과정과 일일이 손으로 깍아서 만드는 가질과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 같다"며 "공방과 공장의 차이가 여기서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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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전통 공방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판매 방식, 상품 마케팅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기그릇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맞는 낮은 품질의 기성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천편인률적인 기성품보다 SNS로 소통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꼼꼼히 따져 소비하는 시대에서 어쩌면 전통유기공방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전통 방식이야 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고급화의 시대에 맞다"며 "손으로 다듬어 만들어가는 공예의 매력과 경쟁력은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주요 제조공정은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전통 기술을 지켜나가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전통 공방은 인력 수급부터 설비까지 전부 정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공법을 살리면서 자동화 설비를 갖춘다는 것은 전통 공방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기란 매우 지난한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사실 전세계 어디에도 여전히 청동그릇으로 생활식기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만이 고유의 합금기술로 사용하고 있지만 정부의 관심은 그만큼 따라 오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당장 정부에서 진행하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도 전통 공방은 빗겨나갔다"며 "일반적인 제조업체와는 많이 다른 부분이 있어 좀 더 세밀하고 직접적인 지원이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유기그릇은 잘 닦아야 하고 그럴수록 빛이 난다"며 "이런 번거로움에도 아름답고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식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 전하고 싶은 그릇, 갖고 싶은 그릇을 만드는 것, 또한 쓰임이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공방의 생존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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