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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부 이첩' 판정패 당한 공수처…수사입지 좁아지나

등록 2021-06-16 11:01:00   최종수정 2021-06-21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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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이규원 기소' 문제 없다는 법원
공수처, 수사권만 넘기고 "기소권 유보"
검찰 "일부권한만 이첩 안돼" 전격기소
규칙 내놨지만…공수처, 입지 좁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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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과천=뉴시스] 김재환 하지현 기자 = 검찰이 이규원 검사를 공수처로 이첩하지 않고 재판에 넘긴 게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사법부가 사실상 '유보부 이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인데,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특히 유보부 이첩을 담은 공수처 자체 규정의 실효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수사·기소권 중 어느 하나만 행사하는 것도 어려워져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사건도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전날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 검사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확정적 견해는 아니다.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확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 공소제기가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본인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수처의 '기소권 유보부 이첩'에 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그동안 공수처는 검찰이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라 이첩한 검사 사건에 관해서는 수사·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공수처법 24조 3항에 근거해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길 때는 일부 권한만 떼서 이첩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에 연루된 이 검사와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을 검찰로 다시 이첩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했다. 기소권은 우리가 행사할 것이니 검찰은 수사만 한 뒤 사건을 다시 송치하라고 한 것이다.

검찰은 '사건과 권한을 분리해 이첩할 수 없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공수처가 부여하는 게 아니다'라며 즉각 반발했다.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이 지난 4월 이 검사를 재판에 넘겼고 공수처는 위 주장을 사건사무규칙에 담았다.

하지만 검찰이 공수처로부터 다시 이첩받은 검사 사건을 기소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공수처는 힘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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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공수처는 "대법원 판단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공수처가 입건한 사건 중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제외하면 전부 검사 사건이다. 부족한 수사 인력에 비해 다소 많은 검사 사건을 수사 중인데 법원 판단대로라면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기소 여부만 공수처가 판단하는 것은 어려워진 셈이다.

유보부 이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수처의 수사 인력이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입건하는 사건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도 개정해야 할 당위성도 높아졌다. 이 검사 등 사건을 제외하면 검찰에 유보부 이첩을 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사건 이첩 기준과 권한을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에서도 공수처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문 규정이 없이 '당신들은 수사만 해. 기소 여부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것은 법률에서 정한 위임 범위를 넘은 것"이라며 "검찰은 기소권이 있기 때문에 재판에 넘긴 것이고 법원도 검찰의 결정이 맞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judy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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