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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문화현장]공연 연습 내내 마스크 못벗어..."병적일 만큼 방역 철저"

등록 2021-07-31 05:05:00   최종수정 2021-08-25 1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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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극단 신세계 단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다음달 21일 무대에 올릴 예정인 연극 <별들의 전쟁> 대본 연습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신세계는 새로운 세계와 믿을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하는 젊은 예술가 집단이다. 2021.07.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하 1층 문을 여니 캄캄함 대신, 밝음이 쏟아졌다. 

30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극단 신세계 연습실. 그간 일부에서 대학로 극단에게 덧씌웠던 선입견이 산산조각났다.

온도를 체크하고 명부를 작성한 뒤 입성한 연습실은 음습하기는커녕,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의상·소품은 한쪽 벽장에 일사불란하게 정리됐고 그 위를 커튼으로 덮었다. 바닥엔 먼지 한톨 없었다.

김수정 상임연출 겸 대표가 이끄는 신세계는 이날 오전부터 신작 연극 '별들의 전쟁'(8월 21일~29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테이블 작업'을 진행했다.

테이블 작업은 창작진과 배우들이 대본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말맛을 살리고 흐름에 맞게 맥락을 수정하는 걸 가리킨다. '별들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과 일본군 위안부 사건 등을 다루며 우리 시대 '젠더 규범'에 대해 이야기한다.
 
약 15명의 신세계 단원들이 각자 일정 간격을 두고, 뺑~ 둘러앉았다.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니, 마스크 착용은 필수. 갈증이 날 법한데 마스크를 내리고, 물을 마시는 단원들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모금을 마셔야 하는 경우, 마스크 안쪽으로 병목을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연습실 내 음식 섭취는 당분간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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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극단 신세계 단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다음달 21일 무대에 올릴 예정인 연극 <별들의 전쟁> 대본 연습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신세계는 새로운 세계와 믿을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하는 젊은 예술가 집단이다. 2021.07.31.  [email protected]

극단 신세계가 보통 연극 한편을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은 프리 프로덕션 포함 대략 5개월 안팎. 신세계는 코로나19가 찾아온 이후 프리 프로덕션은 화상 회의로 대체했다. 최대한 모이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공연이 한달도 채 안 남은 지금은 연습실에 모일 수밖에 없다. 극단 내 코로나 담당자가 더 바빠졌다. 극단 신세계는 작년 코로나19가 발발한 초기,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극단 내에서 방역 담당자를 지정했다. 작년엔 이강호 단원이, 올해는 고용선 단원이 해당 직책을 맡고 있다. 

방역 용품과 청결을 꼼꼼히 챙기는 건 물론, 매일 배우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것이 코로나 담당자의 몫이다. 연습에 들어가면, 연습실과 집만 오가는 단원들이지만 식자재를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트 등을 방문하는 일이 생긴다. 그곳에 확진자가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코로나 담당자의 몫이다. 정기적인 코로나19 검사 체크도 필수다.

극단 유튜브 채널과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게재된 '극단 신세계 비하인드 브이로그'(신비로그)를 통해 고용선은 얀센 백신을 맞는 과정을 '영상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방역을 위한 조치는 이뿐만 아니다. 배우장(배우들을 대표하는 리더)은 다른 단원들보다 30분 일찍 연습실에 도착한다. 문고리, 도어락의 숫자판 등을 부지런히 닦고 소독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수정 연출은 "연습에 들어가면 단원들은 주변분들을 만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지인은 물론 가족까지도요. 어디서 어떻게 감염이 될 지 모르니까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면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단원들은 집, 연습실, 집, 연습실만 반복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김 연출을 비롯 신세계 단원 20명은 엄혹한 시기에도 절망하기보다 씩씩하다. 방역지침을 지키며 지난 5월 '제42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생활풍경'을 비롯 꾸준히 공연을 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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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극단 신세계 단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다음달 21일 무대에 올릴 예정인 연극 <별들의 전쟁> 대본 리딩 연습을 하고 있다. 4단계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연습에 몰두하는 단원들에 불편함은 대사 전달을 방해하는 마스크뿐이다. 2021.07.31.  [email protected]

김 연출은 "객석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건 물론 아쉬워요. 그런데 좋아진 점도 있어요. 무엇보다 다들 건강해졌어요. 우선 술자리가 없어졌으니까요"라고 귀띔했다. "병적으로 방역을 열심히 하다보니, 다들 손도 너무 자주 씻어요. 그러다보니 감기 같은 질병이 모두 없어졌죠."

김 연출은 요즘 같은 시대에 제일 안전하게 느껴지는 곳이 극장 안이라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창작지원사업을 올해 포함 3년간 지원 받은 신세계 단원들이 국공립극장의 방역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다.

다만 국공립극장 등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가 민간극장이나 극단들 연습실에도 배포됐으면 좋겠다고 김 연출은 전했다. "저희도 번듯한 열화상 카메라 하나가 있으면 좋겠는데, 민간에선 구입하기가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어쩔 수 없이 온도계를 사용하는데, 워낙 자주 쓰다보니 금방 망가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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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극단 신세계 단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다음달 21일 무대에 올릴 예정인 연극 <별들의 전쟁> 대본 연습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신세계는 새로운 세계와 믿을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하는 젊은 예술가 집단이다. 2021.07.31.  [email protected]
오프라인 최대한 지키되, 온라인 활동도 병행
극단 신세계는 코로나19 시국에 '수륙양용 극단'으로 통한다. 오프라인 공연을 안전하게 치러내는 동시에, 온라인 활동도 활발히 병행하고 있다.

화상화의가 대표적. 김 연출은 "한 화면에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는 화상회의가 집중력을 높여줄 때가 있다"면서 "이동 시간을 줄여주기도 하고, 잘 사용하면 실효성 있는 플랫폼"이라고 여겼다.

또 극단 신세계가 코로나19 시국에 신경 쓰는 작업 중 하나다 '시어터 필름'이다. 공연의 특성을 '영상'이라는 매체와 결합했다. 작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공식초정작인 연극 '나는 광인입니다'를 '시어터필름'으로 선보였다. 올해는 극단이 세월호를 잊지 말자며 매년 진행해온 '망각댄스'를 '시어터 필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달 초엔 '생활풍경'을 온라인 송출 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배우, 스태프들은 유튜브에 끊임없이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브이로그'도 올린다. 오프라인에서 관객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영상을 통한 친밀감으로 달래기 위해서다. 최근 연출부 고주영은 1박2일로 안전하게 캠핑을 다녀온 모습을 촬영해 게재했다.

김 연출은 "극장의 객석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부터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온라인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서 "품도 많이 들고, 돈도 드는 작업이지만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계속 새로운 걸 시도 중이에요. '별들의 전쟁'도 영상 작업을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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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30일 서울 성북구 극단 신세계 연습실 우편함. 연습실이 지하에 있지만 음습하기는커녕, 반짝반짝 빛이 났다. 바닥엔 먼지 한톨 없었다. 극단 신세계는 새로운 세계와 믿을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하는 젊은 예술가 집단이다. 2021.07.31.  [email protected]
느린 속도가 장기적으로 오래가는 방법
극단 신세계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창작집단 툭'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2015년부터 극단 이름을 지금의 신세계로 바꿨다. '새로운 세계, 믿을 수 있는 세계를 만나고 싶은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을 표방한다.

이 극단은 파격, 불편, 도발, 역발상 등의 키워드를 내세워 2010년대 중반 대학로의 지형도를 바꿨다.

가학성을 거침 없이 드러냈던 '인간동물원초', 검열을 키워드로 대한민국을 발가벗긴 '그러므로 포르노', 집단주의의 매서움을 체험하게 한 '파란나라', 사람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역사를 톺아본 '공주들', 젠더이슈를 정면 돌파한 '이갈리아의 딸들', 우리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파헤친 '생활풍경' 등이 대표작이다.

'그러므로 포르노' 공연 도중 배우가 흥건한 무대 바닥의 물을 끊임없이 마시는 장면에서 관객이 "제발 그만해달라"고 요구했던 일은, 끊임없이 회자된다. 

무엇보다 '공동체 정신'으로 똘똘 뭉친 팀이다. 작품을 만들든, 극단의 방향성을 논의하든 '집단 토론'을 통해 모두가 동의하는 지점을 찾은 뒤 진행한다.

김 연출은 단원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오래 전 대학로의 폐해 중 하나로 여겨지던 극악한 위계가 이곳엔 없다. 성·위계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매뉴얼도 갖췄다.

그런데 공동으로 합의를 하다 보니, 일처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하지만 김 연출은 개의치 않는다.

"일이 생길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이 얘기를 나누면 처리 속도가 아무래도 느려져요. 그런데 그 방법이 저희 극단이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하나라도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어요. 합의된 약속이 하나둘씩 생기면 나중에 같은 일이 생길 때, 처리 속도가 빨라지죠. 관계적인 측면에서도 힘든 일이 없어지고요. 젠더 이슈든 코로나 이슈든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이런 극단에게도 물론 위기가 있었다. 작년에 코로나19가 터지고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어날 당시 벌어졌던 긴박한 토론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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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극단 신세계 단원이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다음달 21일 무대에 올릴 예정인 연극 <별들의 전쟁> 대본 연습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신세계는 새로운 세계와 믿을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하는 젊은 예술가 집단이다. 2021.07.31.  [email protected]

김 연출은 "과연 이런 시국 속에서, 우리가 계속 연극을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어요. 한참 갑론을박이 오갔죠"라고 돌아봤다. 그 때 내린 결론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저희에겐 공연이 직업이고, 극단이 직장이잖아요. 그러면 어떻게든 안전한 방법을 찾으면서 진행하는 것이 맞죠. 식당들이 배달에 주력하는 것처럼, 저희 역시 똑같아요. 어떻게든 저희 직업을 지킬 방법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어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저희가 더 조심하고 더 청결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행정적인 실무를 담당하는 김보경 단원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방역과 안전엔 당연히 예외가 없다. 번거롭더라도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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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극단 신세계 전웅 사무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다음달 21일 무대에 올릴 예정인 연극 <별들의 전쟁> 대본 작업을 하고 있다. 별들의 전쟁은 단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창작 작업이다. 2021.07.3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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