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물가비상②]코로나에 소득 줄고 일없는데…한숨뿐인 서민경제
1분위 2분기 소득 6.3% 감소…3년만에 최대↓소비지출 7% 늘어…장바구니 물가 상승 영향사회적 거리두기로 취약계층 일자리도 휘청정부, 국민지원금·희망회복자금 '현금' 지원물가상승 압력 높여…금리 인상도 부담 작용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소득은 줄어드는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가게 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인 취약계층은 물론 치솟은 물가에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은 서민들은 한가위 즐거움을 누릴 여유조차 없다. 정부는 추석 전 국민지원금, 희망회복자금 등 현금성 지원을 통해 '인공호흡'에 나설 방침이지만,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6월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6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6.3%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지급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지자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18년 이후 3년 만에 소득이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이다. 소득은 줄었지만, 씀씀이는 오히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7.0%나 커졌다. 저소득층(1분위)의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식료품·비주류 음료가 21.2%로 전제 지출의 5분의 1이나 차지했다. 농축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자 생존을 위한 먹거리 지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3.4%)는 2017년 8월 이후 3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명절을 앞두고 추석 성수품을 중심으로 여전히 물가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저소득층 가계 살림은 더 팍팍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지면서 2분기 저소득층 적자 가구 비율 또한 55.3%로 상승하며 2014년(연간 단위 조사한 2017~2018년 제외)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저소득층 2가구 중 1가구는 마이너스(-) 살림을 꾸린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의 일자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4만2000명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27만7000명)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26만5000명 증가에 그친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7월 증가 폭(29만9000명)보다 작은 수준이다. 특히 대면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18만6000명 쪼그라들며 2019년 6월 이후 26개월 연속 뒷걸음질했다. 회복세를 보이던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도 1만2000명 감소하며 4개월 만에 내림세로 전환됐다. 고용 지표는 경기 후행적 성격을 띠는 만큼 코로나 4차 확산에 따른 영향은 추후 지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대면 서비스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소득 피해가 누적되고 일용직 등 취약계층 일자리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약계층인 일용직 근로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가슴 아프다"면서 "7월 전체적으로 고용 개선 흐름이 이어졌으나 최근 방역 강화 조치 등으로 8월 고용 지표부터는 시차를 두고 충격 여파가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국민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에 달하는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석 전부터 시작하고 최대 2000만원인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을 추석 전 90% 지급을 완료하는 등 '현금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을 대상으로 1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저소득층 국민지원금도 추석 전에 지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부는 24일 1차로 지원대상인 약 296만명 중 90%인 266만명에게 지급을 완료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도 10월부터 지급을 개시한다.
정부는 추석 전 '현금성 정책'을 서둘러 집행해 취약계층의 가계소득 지원에 나설 방침이지만, 시장에 한꺼번에 돈이 풀리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성 지원이 시장 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구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p) 올리면서 물가 안정화에 나섰지만, 이 또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취약계층 대상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변환 지원, 서민금융 확대, 신용회복 지원 등 금융 지원과 함께 희망회복자금 등 직접적인 현금지원, 세정지원, 근로장려금 지원 등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을 통해 더 신경 써서 대책을 펼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을 앞두고 서민 생활과 직결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방역 조치의 영향이 집중되고 있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을 통해 선제적이고 세심하게 민생을 챙길 것"이라며 "장바구니 물가 걱정을 더는 넉넉한 명절과 서민·취약계층과 함께하는 따뜻한 명절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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