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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소 이른감 있는 강민석 회고록 출간

등록 2021.09.07 20: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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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의 회고록(回顧録)이 출간 전부터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본 최측근 참모가 엮어낸 기록에 눈길이 쏠렸다. 쏟아진 관심 만큼이나 곱씹어 볼 대목도 많이 남았다.

저자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대변인을 맡아 4차 대유행 국면에서 물러난 자신의 경험칙에 기반해 책을 썼다. 코로나 비상시국을 헤쳐나가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과정을 상세히 그리고 있다. 저서를 '코로나 견문록', '코로나 난중일기'라고 스스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난 극복 과정을 열두폭 병풍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회고록은 카메라 앞에서 밝힌 브리핑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기자 출신 대변인의 눈으로 풀어낸 상황 해석, 외부에 공개한 적 없는 약간의 비화(祕話)를 씨줄날줄처럼 엮었다. 문 대통령의 정책결정 과정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도운 점은 사료적 가치를 더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아주 없지는 않다. 초판본에 담겼다가 최종 편집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관한 문 대통령 일화가 대표적이다. 오랜 인권변호사 동지를 떠나보낸 '인간 문재인'으로서의 슬픔을 표현한 부분이 도마에 올랐다.

'2차 가해' 비판 우려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가려고 했었다는 대목은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을 낳았다. 출판간담회 순간까지 관련 내용이 담겼다가 추후에 최종본 삭제를 이유로 보도자제를 요청한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작년 3월 비상경제 시국 극복을 위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정치 경제'를 강조했다는 대목에 여의도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저자의 주관적 표현으로 씌어진 챕터 제목이 실제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 당장 야당은 "국가 재정을 악용한 선거 개입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고, 보수단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문 대통령을 고발하는 일까지 생겼다. 이 같은 상황 전개는 예상 범주 내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으로 재직할 때 봤던 관찰기"라고 규정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짧은 반응에서 회고록 출간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저작물로써의 의미 부여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전적으로 저자의 책임"이라는 다른 반응에서는 불편함과 함께 논란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며 수습에 나선 저자에게서 다소 당혹감도 읽힌다.

청와대가 회고록으로 홍역을 앓았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전회의(NSC) 보좌관이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외교 비화를 다뤄 대응에 진땀을 뺐다. 북한 보유 핵무기량을 둘러싼 오역 논란을 낳았던 밥 우드워드의 '분노' 출간도 지난해 9월이었다.

당시 강 대변인은 볼턴 회고록에 관해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했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나섰다. 정 실장은 실명 입장문을 통해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사실 왜곡", "외교관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 등의 표현으로 원색 비난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 대통령의 외교 노력이 뒤늦게 조명되면서 '볼턴 회고록의 역설'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청와대는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선 경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회고록이 발간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산 측면이 없지 않다. 후반부에 이재명·이낙연·정세균·윤석열 등 여야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남긴 것은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을 담고 싶었다는 출간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출간 시점만 놓고봤을 때 지난해 볼턴 회고록의 경우에도 미 대선 레이스 시작 국면에 출간되면서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자신을 쫓아낸 트럼프에 대한 보복 성격의 기획 출판,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비판을 받았다. 비밀준수 위반도 논란 거리였다.

강 전 대변인은 회고록 서문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참모였던 존 볼턴의 회고록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국익이나 안보와 관련해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시크릿 파일' 같은 없다"며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8개월을 더 달려야 할 문 대통령에 대해 평가를 시도한 것 자체에 이른감이 있다. 역대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임기 재임 중에 회고록을 남긴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 대변인을 지내며 '노무현의 그림자'로 불렸던 윤태영 전 연설기획비서관의 경우 노 전 대통령 서거 5년 뒤에서야 회고록 '기록'을 펴냈다.

2014년 5월 출간 당시 문재인 의원은 추천사에서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면 노무현의 진심"이라고 평가했다. 7년 뒤 아직 재임 중인 자신을 소재로 한 회고록 출간계획 보고에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는 취지의 답을 줬다는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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