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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학대' 실형 vs 집행유예…부모들 "피눈물 난다"

등록 2021-09-2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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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애아동 학대 사건…원장·교사 모두 실형

경남 사천 장애아동 학대…교사 집행유예 그쳐

장애아동 맘카페, 합당한 법원 처벌 요구 봇물

"내 아이에게 그런 짓 했다면 가서 XX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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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다니는 A(사건 당시 5세)군의 머리에 난 상처. A군의 모친은 지난해 9월15일 이같은 상처를 발견하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청했다. 2020.10.28. (사진 = A군 측 제공)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똑같이 장애아동을 상습적으로 학대했음에도 어떤 보육교사는 실형을, 다른 보육교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처벌 수위를 제각각 결정하는 법원 판결에 대한 장애아동 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장애아동들을 학대한 보육교사 6명은 전부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반면, 경남 사천에서 장애아동을 상습 학대한 보육교사는 집행유예에 그치면서 장애아동 맘카페 등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달라"는 호소가 나온다.

2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지난 6일 열린 인천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 6명의 아동학대 혐의 선고기일에서 이들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원장과 보육교사들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 등을 받는다.

보육교사 6명은 지난해 11~12월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자폐증을 앓는 원생 10명을 상습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어린이집 원장은 이를 방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은 피해아동들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채를 잡아끌고 간 뒤 폭행하거나 손바닥으로 배를 때리는 등 2개월에 걸쳐 피해아동 10명을 상대로 총 263차례에 걸쳐 학대를 일삼았다고 한다. 특히 발달장애를 앓는 한 원생은 2개월 동안 담임교사로부터 115차례의 학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판사는 보육교사 2명에게 각 징역 4년과 3년을, 불구속 기소된 보육교사 4명에게 징역 1년~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원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판사는 "원장은 보육교사들의 행위가 적절하지 않은 것을 알고도 이를 타개할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만큼 상습적인 아동학대는 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또 보육교사들은 성인보다 체구가 훨씬 작은 아이들을 아동의 눈높이에서 보육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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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장애 전담 어린이집이 제공한 폐쇄회로(CC)TV 영상. 해당 영상에는 한 보육교사가 밥 먹기를 거부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아이의 입 안에 음식을 억지로 밀어넣고, 손등을 수차례 내려치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다. 2020.10.28. (사진 = CCTV 영상 갈무리)
반면 똑같이 장애아동을 상습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남 사천의 장애아동 전담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일각에서는 '법원의 처벌 기준에 원칙이 있는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를 방관한 혐의를 받는 사천 어린이집 원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인천 어린이집 원장과는 달리 1심에서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3단독 이재현 판사는 지난 7월14일 열린 사천 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의 아동학대·학대 방관 등 혐의 선고기일에서 원장에게 벌금 400만원을, 보육교사에게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사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뇌병변장애 2급을 앓아 말을 하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피해아동 A(사건 당시 5세)군을 약 한 달에 걸쳐 수십대를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뉴시스 2020년 10월30일자 보도 [단독]장애아 학대 어린이집…모친 "CCTV엔 최소 80번 찍혀" 참조>

이 보육교사는 A군이 징징거리는 소리를 계속 낸다는 이유로 다리 부위를 밀치고, 음식 먹기를 거부하자 양 손바닥으로 A군의 얼굴과 어깨, 뒷목 등을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A군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리를 때리거나 주먹과 컵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판사는 "자신을 믿고 아이들을 맡긴 피해아동의 부모도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 측에게 피해 회복을 하거나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초범인 점 등을 이유로 보육교사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교사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장애아동을 상습 학대했음에도 전원 실형이 선고된 인천 어린이집 사건과 달리 사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벌이 집행유예에 그치자 피해아동의 부모 및 장애아동 맘카페 등에서는 법원의 합당한 판단을 요구하는 호소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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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인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 등을 상습 학대한 혐의를 받는 보육교사들이 지난 2월1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1.02.15. [email protected]
장애아동 맘카페의 한 회원은 "내 아이에게 그런 짓을 했다면 전 가서 그 선생을 XX버릴 것"이라며 "분해서 손이 떨린다.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다른 회원은 "장애아동을 키우는 엄마로서 제가 가서 그 교사의 목을 비틀고 싶다"고 했다.

이 외에도 "속상하고 화가 난다.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느냐", "이렇게 약한 처벌 때문에 아동학대가 계속 일어나는 건데 우리나라는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한 것 같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니 실형을 선고해달라"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피해아동 A군의 모친은 뉴시스에 "제 아이는 아직도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힘들게 버텨나가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모든 걸 잊고 다시 취업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며 "교사와 원장은 재판에서 판사에게 '사과를 했는데 피해아동 부모가 받아주지를 않는다'고 억울해하고 재판이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해자들을 볼 때마다 CCTV 영상 안에서 벌벌 떨고 있는 제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숨을 쉴 수가 없다"며 "2심에서는 법원이 부디 합당한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천 어린이집 장애아동 학대 사건은 1심 선고 이후 검찰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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