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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세에 식품업계 하반기 수출 청신호 켜질까 '주목'

등록 2021-09-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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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 지속될 경우 달러 거래국 상대 수출 실적 증가 예상

원재료 가격 인상은 불안 요인…고환율 장기화시 제품 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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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3140.51)보다 16.87포인트(0.54%) 내린 3123.64에 출발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1046.12)보다 5.74포인트(0.55%) 내린 1040.38,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75.0원)보다 8원 오른 1183.0원에 출발했다. 2021.09.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이 1183.0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점을 찍으면서 식품업계의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등 달러를 통화로 사용하는 국가들에 수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수출 거래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원화약세(환율상승)가 지속될수록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어서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식품업계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환율이 오를 경우 원자재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환율 등락에 따른 식품업계의 손익 계산이 분주한 이유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8.9월 오른 1183.0원에 출발했다. 오후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75.0원)보다 0.5원 오른 1175.5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연고점인 1181.1원을 뛰어넘었다. 장중 환율로는 지난해 9월15일 1183.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날인 24일에는 전 거래일(1175.5원)보다 1원 내린 1145.5원에 출발, 1176.5원에 마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미국의 조기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과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 회사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통화정책 정상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자산매입도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산매입 축소 시점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금명간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금리 억제를 위해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는데 미국 내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런 자산매입의 규모를 줄이는 행보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른 금리 인상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은 별도로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18명의 FOMC 위원 중 절반인 9명이 2022년 중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고 공개했다. 연내 테이퍼링을 시사는 달러 강세 기조를 이끄는 요인이 된다.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는 단기간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달러 강세 기조를 형성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파산 우려가 낮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손익계산이 분주한 모습이다. 원화 약세 상황에서는 달러로 거래되는 국가에서 생산,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환차익이 발생한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금액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해외 수출 실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하락한 1조10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2분기 평균 1220.8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1121.2원으로 낮아진 영향을 받아서다.

환율 영향을 제거할 경우 CJ제일제당의 2분기 해외 수출 실적은 전년대비 4% 증가한 것으로 계산된다. 미국·중국 코로나 상황 변화에 대한 전략적 B2B(기업간 거래) 대응, K-푸드 매출 확대로 감소폭을 완화했다고 CJ제일제당은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는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일 수록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 기준 국내외 사업 비중은 국내 43%, 해외 57%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규모는 16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액인 1797억원 대비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2019년 상반기 1215억원에 비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수출액 목표는 3억 달러로 내세웠다.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불닭볶음면 브랜드 파워에 안주하지 않고 라면 라인업 확장을 통한 매출 극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달 1일부터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등 13개의 국내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6.9% 인상하면서 수출 단가 역시 국내와 유사한 폭으로 인상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는 더욱 가파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주요 곡물가 및 원부재료가 상승에 따른 부담 요인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수입산 원료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원가 상승 압박이 높아져서다.

식품업계는 현재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맞춰 원재료 구매 타이밍을 늦추는 등 대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주요 원자재 시세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식품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환율이 1200선에서 횡보하거나 소폭으로 움직이는 경우다. 원자재 시세가 지난해와는 달리 안정세를 보일 경우 3개월 이상의 비축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의 수출 마진이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업 규모가 커진 만큼 최근에는 환율에 따른 다양한 대응전략을 사용하고 있어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기업의 실적 증가를 수치로 계산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된 상황이라면 달러 거래를 하는 국가를 상대로 한 수출 실적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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