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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종전 제안에 北 "좋은 발상"…남북대화 물꼬 트나

등록 2021.09.24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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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북한, 文 유엔연설 이틀 만에 종전선언에 반응
리태성 외무성 부상, 김여정 부부장 잇딴 담화
'시기상조', '적대 정책 철회 우선'…조건 제시
靑, 北 반응에 반색 "대화 길 열려 있단 메시지"
전문가 "화답 단정 어려워…이중행태 비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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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9.2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던진 마지막 대북 승부수에 북한이 반응하는 모양새다. 임기 내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다시 꺼낸 종전선언에 북한이 비교적 빠르게 입장을 냈다. 남북이 종전선언을 고리로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대화 재개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76차 유엔총회 전후 열흘 사이 한반도 정세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9월11일·12일)와 전술지대지탄도미사일 발사(15일),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9월15일)가 더해지며 한반도 내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며 미사일 전력 증강을 통한 확실한 억지력을 강조했다(9월15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9월15일).

일주일 뒤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가운데 유엔총회 연단에 섰던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살얼음판 같은 남북관계 위기 속에서 4·27 판문점선언 속 남북 정상 간 합의 내용을 끄집어 낸 것.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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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9.24. bluesoda@newsis.com

종전선언은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남북정상 합의 사항이다. 3조3항에는 '남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하와이 호놀룰루를 출발해 서울로 돌아오는 귀국길 공군 1호기 내에서 이뤄진 동행 취재 기자단 간담회에서 예상치 못했던 종전선언을 강하게 제안한 배경에 대해 "이제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결과물로써 북한에 건네는 시혜적 관점의 선물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로 종전선언을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각 (비핵화) 협상에서 어느 시기에, 어떤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그게 구사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대해서는 전략적인 검토들이 필요한 것"이라며 "남북 간, 북미 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결국은 막상 해결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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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09.22. bluesoda@newsis.com

이러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대외적으로 공개된 날 공교롭게도 북한에서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반응이 연거푸 나왔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차례로 나서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리 부상은 "장기간 지속되여 오고있는 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것을 공개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긍·부정이 섞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 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우선 철회를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우선 조건으로 내세웠다.

김 부부장은 한미 간 군비경쟁에 열을 올리면서도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는 불공평한 이중잣대를 우선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런 선결조건이 마련돼야 서로 마주앉아 의의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며 북남관계, 조선반도의 전도문제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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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09.22. bluesoda@newsis.com

남측의 SLBM 발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자주권 확보 차원이고, 북측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로 규정한 문 대통령의 일주일 전 발언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남측의 태도에 전향적 변화를 종전선언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 전화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는 미국을 향해서 대화의 길이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조건이 붙어있다는 것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서로 대화와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은 좋은 신호"라고 풀이했다.

북한이 대미 메시지에 앞서 대남 메시지를 통해 관계 개선의 여지 가능성을 먼저 시사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북관계 발전으로 북미관계 발전을 추동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중재자론'을 파고든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이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잣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 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론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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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날 반응은 미국이 내세우고 있는 '조건 없는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동엽 북한학원대학교 교수는 "리태성 부상이나 김여정 부부장이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했다고 우리의 종전선언 제의에 화답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담화의 핵심은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고, 그 선결조건의 책임이 남쪽(김여정 담화)과 미국(리태성 담화)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를 화답이라고 하기 보다는 세련되게 거절하면서 오히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행태를 비판한 것이라고 본다"며 "남쪽과 미국이 먼저 바뀌어서 종전선언을 할 여건이 만들어지면 한 번 생각해 보겠다는 정도"라고 했다.

문 대통령 역시 성급한 접근보다는 긴 호흡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결국은 북한도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북한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면서 "다만 그 시기가 우리 정부에서 이뤄질지, 다 끝내지 못하고 다음 정부로 이어졌을 때 이뤄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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