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0주년 특집-경제위드코로나①]코로나가 할퀴고 간 자리…나랏빚은 1000조 시대로
코로나에 6차례 추경…'확장재정' 유지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채무 400조↑내년 국가채무 1061.4조…GDP 절반 '빚'전문가 "차기 정부서 지출 축소 불가능""안정적 세수 확보·재정준칙 도입해야"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지난해 3월 국내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불어 닥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오후 10시가 되면 밤새 불을 밝혔던 주점들 앞으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TV 속에 여러 차례 등장했던 명동, 이태원 맛집들마저 폐업하는 등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손 놓을 수 없었던 정부도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나라 살림이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하더라도 2023년으로 예측됐던 나랏빚 1000조 시대는 어느새 내년으로 바짝 앞당겨졌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목전에 뒀다. ◆코로나19 극복에 6차례 추경…빗장 풀린 나라 곳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피해가 극심해진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나라 곳간을 활짝 열었다. 지난해 59년 만에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올해는 두 차례 추경으로 재정을 쏟아 부었다. 전염병 피해를 최소화하고 '확장재정-경기회복-세수증대'라는 재정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경제회복의 밑바닥을 다지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급격한 지출 증가로 나라 살림은 빠르게 위태로워졌다. 정부는 지난해 전년보다 9.1% 증가한 512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4차 추경으로 총지출이 554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 본예산보다 8.9% 늘린 558조원의 '슈퍼예산'을 짰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총지출 규모는 604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수입보다 지출이 큰 '적자 예산'을 꾸리면서 국가채무는 지난해 본예산(805조2000억원) 때보다 150조원 넘게 늘어나 963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를 넘어 올해 47.2%까지 상승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604조4000억원의 예산을 설계했다. 사상 처음 본예산이 600조원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올해 본예산보다는 8.3% 증가한 규모로 2019년(9.5%), 2020년(9.1%), 2021년(8.9%)에 이어 내년까지 8%대 이상의 지출증가율을 유지했다. 총지출 규모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가팔라졌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100조원을 넘긴 이후 노무현 정부 집권 시절인 2005년에 200조원을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300조원을 넘어선 후 2017년 박근혜 정부 시기에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문 정부 출범 3년 뒤인 2020년 500조원을 넘긴 데 이어 600조원 시대를 여는 데까지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부가 재정을 푸는 사이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가 2차 추경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나랏빚은 963조9000억원으로 불어나고 내년에는 1061조4000억원까지 증가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나랏빚이 임기 5년 동안 400조원 넘게 증가하는 셈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47.2%에서 내년 49.9%로 치솟게 된다. GDP 절반은 나랏빚을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후 2023년 52.3%, 2024년 54.7%까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부터 지출 '다이어트'…재정준칙 도입도 숙제 정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23년부터 총지출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2023년에는 내년 본예산보다 5.0% 증가한 634조7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2024년에는 전년보다 4.5% 증가한 663조2000억원 규모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구상이다. 2025년에는 총지출 증가율을 4.2%(691조1000억원)로 맞춰 경상성장률(4.2%)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023년에는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재정지출 증가율을 5%대로 점차 낮추기로 했다"며 "경기 상황, 재정에 바라는 시대적 과제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는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혜택을 받은 국민이 다음 정부에서 재정 축소하는 것을 쉽게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 정부에서 팽창 예산을 해왔는데 차기 정부에 재정 축소를 강요하는 건 책임성이 떨어지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다음 정권이 명확하게 '지출을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우지 않는 이상 실현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이라며 "코로나를 겪으면서 지출을 늘리면 굉장히 달콤하다는 걸 안 만큼 다음 정권이 굳이 현 정권의 (지출 증가율 축소) 계획을 따를까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빠르게 접어들면서 복지지출 증가 등이 불가피한 만큼 결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와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재정 악화를 경계하기 위해 2025년 도입을 목표로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홍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팽창 예산을 줄이기는 어렵다"며 "민간경제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 규제를 풀어 소비를 촉진하고 투자를 잘해 들어오는 세금을 늘리는 게 재정건전성 확보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 역시 "생산성을 높여 세금이 더 걷히게 해야 한다"며 "민간이 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을 지출해야지, 국민이 원한다는 이유로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정부가 가져온다면 나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게 가장 최선일 것"이라며 "중복되는 재정사업들은 다 통폐합하거나 폐지해 재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