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의 반려학개론]특별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지난해 같은 기간 9270마리보다 10.5%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동기 5222마리와 비교해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항공으로 수입됐다는 것은 대체로 먼 나라, 반려동물 선진국에서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반려동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들여오는 개, 고양이는 대체로 배를 이용한다. 이들은 대부분 경매장을 통해 온·오프라인 펫숍으로 팔려나간다. 저렴한 가격이 생명인데 배를 통해 들여와야 이를 맞출 수 있다. 물론 중국에서도 값비싼 항공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는 고가의 개, 고양이로 국한된다. 누적 수입가는 사실 의미 없다. 관세청에 신고한 반려동물 수입가가 진짜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려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도 그들이 원하는 반려견·묘를 국내에서 충분히 공급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반려동물 선진국에서 수입이 급증한 것은 더 좋은, 더 특별한 반려견·묘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중국 송나라 범엽은 '후한서'(後漢書)에서 인간의 속성을 이렇게 지적했다. 인간의 욕망은 끝도 없다는 얘기다. 반려 생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누구나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반려동물로 출발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욕망은 커지기 마련이다. 필자는 그런 개인의 자유를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국내에서 번식된, 평범한 반려견·묘를 기르라고 호소하겠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국내보다 수준 높거나 그간 보기 힘들었던 반려견·묘가 다양하게 많이 들어와 반려 수준과 질을 높이고, 종류를 다양화할 수 있다면 반려동물 문화가 업그레이드되길 염원해 온 사람으로서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다만 단순한 호기심이나 SNS에서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일종의 '일탈'을 하는 경우가 우려된다. 지난해 8월 경기 평택시에서 주민들을 놀라게 한 '사바나캣' 사건이 좋은 예다. 사바나캣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고양잇과 야생동물인 '서벌'과 '샴고양이'를 교배해 만든 대형 반려묘다. F1(1세대 혼종)~F3(3세대 혼종)는 외모나 성격이 고양이보다 서벌에 더 근접해 야생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묘미도 있지만,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
평택 사바나 캣은 한 반려인이 3년가량 키우다 잃어버린 뒤 홀로 떠돌며 길고양이나 닭, 토끼 등 소형 가축울 잡아먹고 살다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됐다. 한강유역환경청 유전자 검사 결과 F1이나 F2(2세대 혼종)으로 파악됐다. 자칫 사람마저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사바나캣은 셔벌이 국제멸종위기종인 데다 야생동물이자 맹수로 분류돼 F3까지는 개인 사육이 금지됐다. 그렇지만 평택 사바나캣 사건으로 볼 때 당국에 발각되지 않으면 별다른 제약 없이 얼마든지 기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끼도 여느 고양이와 구분이 잘 안 돼 수입 단계에서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특별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자유만큼이나 책임과 의무도 뒤따른다. 1만4000년 전 늑대를 개의 조상으로 변신시킬 때, 5000년 전 야생 고양이를 고양이의 선조로 삼을 때의 인류에게는 호기심이나 욕망은커녕 각각 '맹수 경계' '쥐 퇴치'라는 '생존'을 위한 이유가 있었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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