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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아름답고 담담하고 처연한…홍상수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등록 2021-10-16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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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스틸. (사진=영화제작전원사/콘텐츠판다 제공) 2021.10.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장편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는 수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동생의 집에 머무는 전직 배우 상옥(이혜영 분)의 하루를 따라간다.

미국에서 오랜만에 귀국한 상옥은 동생 정옥(조윤희)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 있어 본 적이 없어 동생은 어떻게 이런 높은 곳에 살면서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동생 집에 불쑥 들어와 살게 된 상옥은 무언가 숨기는 비밀이 있는 것 같지만 서로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상옥은 여동생과 산책을 하고, 조카의 가게를 찾으며 한국에서의 일상을 만끽한다.

한 중견 감독의 연락도 받았다. 상옥보다 나이 어린 영화감독 재원(권해효)은 상옥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영화를 함께하고 싶다고 한다. 상옥은 한두 번 거절하다 점심시간 그 감독을 만나러 가고, 시간이 남아 옛날에 살던 집도 찾아가 본다.

영화는 순간을 살아가는 것과 일상의 가치를 조명하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질감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정적이고 고요한 카메라 무빙과 시각적 문법은 그의 각본만큼이나 절제돼 있어 관객들이 일상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느꼈던 삶의 마법 같은 순간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단조롭고, 시나리오와 연출은 감동적이다. 상옥은 죽음에 직면한 시한부다. 홍상수 영화치고 굉장히 드라마틱한 상황 설정이 더해졌다. 결코 감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사는 인물과 일상에 초점을 맞춰 어쩔 수 없는 처연함이 느껴진다.

2020년에 개봉한 김민희 주연의 '도망친 여자'에 이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옛 영화였다면 주체가 되었을 법한 영화감독 재원이 객체로 등장해 주체를 바라본다. 또한 영화는 그의 초기작에선 볼 수 없었던 자매 관계에 대해 다루고, 죽음을 서정적으로 풀어내 신선하게 다가온다.

홍상수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 이혜영의 연기력은 압도적이다. 뛰어난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내뿜은 40년 연기 경력의 베테랑 배우 이혜영은 그동안의 작품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수수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삶에 대한 신념을 가진 상옥이라는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제74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국내에서는 부산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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