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민간에 요소수 빌려준 軍…군용 경유차 매연은?
軍, 요소수 대란서 환경 문제 감수성 노출군용 차량,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사례전문가들,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라 주문
요소수는 전시에 대비하는 비축물자가 아니므로 잠시 민간에 빌려줘도 무방하다는 의미였다. 여기에는 급변 사태 등으로 급할 때는 굳이 요소수를 넣지 않고 군용 차량을 운행해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방부의 이 같은 입장에 취재진은 지난 11일 군용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 가스와 온실 가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2015년도부터 나오는 차량들은 요소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이전 작전차량들이나 이런 것들은 저감 장치가 안 달려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시가 되면 매연이라는 게 과연 얼마나 전장 상황에서 필요한지 저는 잘 모르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 발언은 대기 환경 문제에 관한 군의 인식과 감수성을 짐작케 한다.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임무가 더 중요하므로 군용 차량과 각종 장비에서 나오는 배출 가스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게 군의 입장으로 보인다. 게다가 탱크나 장갑차 등 군용 차량은 아예 매연 저감 장치 장착 대상이 아니다.
군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조직이다. 군사장비의 생산, 시설 운영, 작전, 훈련, 수송 등 다양한 군사활동은 대량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군 내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군사장비는 원자재의 추출부터 무기체계의 제조, 부대 내 운영, 폐기까지 단계별로 탄소를 발생시킨다. 게다가 군사적 목적으로 쓰는 자동차나 열차, 탱크, 장갑차 등 군용 차량은 배출 가스 규제로부터 벗어나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군용 및 경호업무용 등 국가의 특수한 공용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동차와 소방용 자동차는 배출 가스 인증이 면제된다.
군용 차량은 작전요구성능에 의해 가스 배출량이 대형 상용디젤차량 수준까지 급증하기도 한다. 아울러 군용 차량은 용도가 다양해 정기검사 때 적합한 검사기준이나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군의 에너지 소비량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군이 배출하는 탄소도 증가하고 있다. 국방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방통계연보에 의하면 군의 시설유지비 중 공공요금 집행액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9년 군이 낸 공공요금은 4913억원으로 2010년 2844억원 대비 1.7배였다. 연 평균 공공요금 증가율 역시 약 6.6%를 기록했다.
군이 친환경차를 도입하면 연기와 냄새, 소음을 줄일 수 있다. 또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하는 온도에 비해 더 낮은 온도로 은밀하게 기동할 수 있다. 유사시 다른 차량에서 원격으로 동력을 받거나 태양광, 물 등을 통해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친환경차는 야전 정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내연기관차는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된 반면 친환경차는 3분의 1 수준이다.
친환경차 전환의 일환으로 군은 수소차량을 도입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9년 수소승용차(SUV) 1대를 시작으로 2020년에 수소승용차 4대를 보급했다. 올해 수소버스 12대와 수소승용차 20대를 보급했다. 수소트럭과 수소지게차가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국방 전문가들은 군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군에 주문했다.
이현재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선임전문연구원은 국방일보 기고문에서 "향후 장기적 관점의 탄소중립과제로 수소버스, 보급부대에서 사용이 가능한 지게차, 팔레트 잭 및 트럭, UAV, 보트, 잠수함 등이 있다"며 "해당 장비 사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필수다. 이동식 수소충전소와 민·군 수소충전소 준공 및 장기적으로 군수단 등 연료 보급부대 내 수소충전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 강소영 연구위원과 심송보 선임연구원은 '탄소중립사회로 전환 대비, 우리 군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보고서에서 "군의 임무 연계성을 고려한 국방부문 탄소중립 정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관련 예산과 조직 등 자원을 신속하게 투입해야 한다"며 "군의 적극적인 준비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국방부문에서 제약이 아닌 전투력 강화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