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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대사 "성평등은 남녀 제로섬게임 아닌 윈윈 확산해야"

등록 2021-11-27 09:00:00   최종수정 2021-11-27 11: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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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조영숙 양성평등 대외 직명대사 인터뷰
"IT는 첨단 달리지만 인권 담론 수준 낮아"
"韓, 성평등 제도 갖췄지만 실천에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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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조영숙 양성평등대사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1.2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성평등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여성과 남성 간 (상대의 패배가 나의 승리가 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 승자가 되는) 윈윈이란 개념을 확산하는 데 우리가 주력해야 한다."

조영숙 양성평등 대사는 25일 한국의 성평등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제3차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국제회의'가 열린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기존 특권 내려놓는 건 민주화 과정"

조 대사는 국제사회에서 문화강국의 입지를 공고히 해가고 있는 한국에서 인권, 평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설익었다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BTS)과 오징어게임을 포함한 K문화 콘텐츠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사회의식 수준은 국제사회 기준과 거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조 대사는 "정보기술(IT), 연예 분야가 첨단을 달리는 만큼 일상 언어와 행동이 인권적 규범에 입각해야 한다"며 "하지만 어떤 면에선 우리가 세계를 이끈다는 판타지가 있으면서도 인권, 평등 영역에 관한 담론은 굉장히 수준이 낮아 들쑥날쑥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사는 지난해 9월 열린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에서 MZ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현실을 더욱 절감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구축해온 여성 관련 정책과 정부기구 등 인프라가 실제로 작동되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많은 저항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존에 가졌던 특권을 내려놓는 걸 민주화 과정이라고 이해하지 않고 뺏겼다고 생각하는 데서 발생하는 저항들"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가 주최한 세대평등포럼과 주한 캐나다대사관이 연 여성·평화·안보 회의 등 다양한 국제회의도 있었다. 조 대사는 "많은 국가와 한국에서 진행되는 성평등 정책 경험을 나눴다"며 "그런 활동이 국내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뿌리를 내리는 논의로까지 확산되지 못한단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시스템은 AI 아냐…사람의 관점과 의지가 중요"

한국의 성평등 제도를 배우고 싶다는 국가도 많지만, 존재하는 제도가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조 대사는 강조했다. 지난 30년 동안 정책, 정부기구 등을 마련하며 성평등 제도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현실 사이 간극이 넓다는 지적이다.

조 대사는 "(한국이) 시스템은 갖췄지만 타자를 억압, 착취, 차별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스스로의 한계를 보이는 건 아닌가"라며 "이 한계를 따라잡을 때 한국이 소위 '선진국 시민'의 자세로 보다 발전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데, 여기에서 계속 미끄러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 대사는 "최근 지자체나 여러 기구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놓고 봐도 (방지 및 처벌) 시스템이 없진 않다. 그런데 작동하질 않는단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는다"며 "시스템은 인공지능(AI)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고, 사람의 관점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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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조영숙 양성평등대사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1.27. chocrystal@newsis.com

◆정치권 책임의식 중요…"사회적 최소 기준도 없어"

당장 여성에게만 낙인을 찍는 '○○녀'란 표현에서 자유로운 언론사를 찾기 힘든 게 한국의 현실이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경 무용론과 여성가족부 폐지론에 불을 지피면서 정의당과 페미니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긴커녕 일차원적인 남녀갈등만 극한으로 치닫는 데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고 조 대사는 봤다.

조 대사는 "유럽연합(EU)의 경우 나치즘,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방지하기 위해 성차별과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강력한 법규를 추진해왔다"며 "반면 한국은 그 부분을 허용하는 데서 나아가 조장하기까지 하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회적으로 'DO NOT(하지 말라)'에 대한 최소 기준조차 없다"며 "이대남(20대 남자), 이대녀(20대 여자)를 이야기하는 분들은 본인의 정치적 탐욕으로 다음 MZ세대들이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갈등 대상으로 보도록 만들어내면서 어떻게 미래세대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가 되겠단 것인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대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및 평등 관점에서 우리의 성숙도가 요구된다"며 "양성평등 대사의 역할은 그런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진국은 이미 성평등 대사 활발 활동

양성평등 대사는 민간 전문가에게 대사 직위를 부여해 정부 외교활동을 지원토록 하는 대외 직명대사로, 조 대사는 여성 운동에서 뜻깊은 해인 지난해 5월 임명됐다. 지난해는 분쟁지역 성폭력 근절을 요구한 '여성, 평화와 안보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 채택 20주년이었다. 각국 입법 등 전 과정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를 제시한 북경행동강령 25주년이기도 했다.

선진국에선 이미 낯설지 않은 성평등 대사(gender equality ambassador)가 국내에서 임명된 건 조 대사가 처음이다.

미국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년 '세계 여성 문제를 위한 특임대사'가 등장했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이후 10여개 국가에서 비슷한 직책이 생겨났다면서 "이런 특사직을 포함해 외교정책에서 성평등을 진전시키는 건 세계 번영과 안정을 위한 현명한 투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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