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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남중국해 무력 압박 나서는 중·러…유라시아 전운 고조

등록 2021-11-27 11:00:00   최종수정 2021-11-27 11: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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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접경에 군 집결…"내년 초 침공 가능"

중국, 남중국해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서방-중·러 각 관계 밀착…"전략적 협력 강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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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지난 4월22일(현지시간) 크림반도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 군장비 모습. 사진은 러시아 국방 제공. 2021.11.27.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와 중국이 흑해 연안과 남중국해 등에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유라시아 대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역에 병력을 집결해 군사훈련에 나서는 등 서방 압박에 나섰으며,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무력 도발을 경계하며 서방이 안보 블록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도 군사 협력에 나서면서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접경에 러시아군 11만명…"내년 초 침공할 수도"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인근에 정예부대를 포함한 병력을 대거 이동시키면서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압박하고 있다.

돈바스 지역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곳으로, 러시아는 인근 국경 지대에 병력 11만4000명을 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방은 러시아가 군사 도발에 나설 것에 대비해 경계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최근 나토 일부 회원국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대규모 침공 시나리오를 공유했으며,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이 오는 2022년 1~2월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공격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인 1만4000명 희생을 낳은 2014년 크림반도 갈등 당시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우크라이나는 이번주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서 무인기 훈련과 대전차 및 공수부대를 위한 군사 훈련에 나섰으며, 러시아도 흑해에서 가상 공격을 가정해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을 경계하며 전략적 동맹 관계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흑해에 해군 경비정을 파견한 상태로, CNN에 따르면 박격포, 제블린 대전차 미사일, 스팅어 미사일 등을 포함한 무기류와 함께 군사 고문단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국도 우크라이나에 600명 규모 군을 파견할 예정으로, 우크라이나와 17억파운드(약 2조7000억원) 규모 무기 수출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러시아의 유럽 침공에 대비해 독일 나토 부대에 탱크와 전차 수백대 등도 재배치할 계획이다.

다만 영국과 미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러시아가 실제 침공에 나서지 않도록 외교적 방법으로 긴장을 해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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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우크라이나)=AP/뉴시스]우크라이나 수호의 날인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 참전 용사들이 수도 키예프의 기념 집회에 참가,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2021.11.27.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가 없다며, 군사 도발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인근 병력 집결은)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으며, 걱정거리가 돼서도 안 된다"며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남중국해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KADIZ 침입도

중국도 남중국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남중국해 상공에서 활공 중 분리하는 형태로 극초음속 무기를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중국 국방부는 극초음속 무기 탑재가 가능한 신형 탄도 미사일 둥펑(東風)-17 미사일이 실전에 대거 배치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낮은 고도에서 음속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로 비행한다.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목표로 향하는 탄도 미사일과 달리 원하는 방향으로 쏠 수 있어 기존 방공망으론 요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중국 해안경비대는 지난 16일 남중국해에서 스프래틀리 제2 토마스 숄로 향하는 필리핀 보급선 2척에 물대포를 발사해 필리핀과 미국 비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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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 방공식별구역 카디즈. 2021.11.19. (자료=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 지난 19일 러시아와 함께 군용기 총 9대를 독도 동북방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우리 군은 중·러 연합훈련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미국을 올해 들어 매달 1회씩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자유작전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일본 자위대와 남중국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서방, '민주주의' 안보 블록 확장…중·러도 협력 강화

미국 등 서방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며 진영 확장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9일부터 이틀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어 110개국과 협력을 꾀한다. 특히 대만도 초청 대상에 올려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영국도 다음달 10~12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한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아세안 국가를 초청했다. 미중 경쟁에서 한 쪽 편에 서는 걸 꺼리는 아세안 국가를 대중 진영으로 포섭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맞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23일 화상 회담을 열어 양국 군사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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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23일 웨이펑화 국방부장(장관)이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화상회담을 갖는 모습. (사진=중국 국방부 사이트). 2021.11.27.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최근 한 달간 미국이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30여 차례 전략폭격기 훈련을 강행했다"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양국 협력으로 세계정세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장관도 "제정신이 아닌(frantic) 미국의 봉쇄와 압박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거대한 산처럼 하나로 뭉쳐 있다"며 "우리 우정은 깨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추가 무력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군사평론가 쑹중핑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과 러시아의 동해, 동·남중국해 등 아태 지역 훈련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사일 요격과 조기경보 시스템 등을 포함한 공동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절 굴드-데이비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러시아·유라시아 선임연구원은 "중러 관계는 적어도 1950년대 중반 이후 가장 강하고 가까운 최고의 상태"며 "앞으로도 이 정도의 관계는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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