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전수방위 원칙 위배한 日 군비 증강에…주변국 우려
일본 총리,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시사북한·중국 대응 이유로 전수방위 허물어핵탄두 6000개 제조 가능한 플루토늄량짧으면 6개월 길면 5년 안 핵개발 가능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 경항모 개조평화헌법, 일본 반핵 여론 등이 안전판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일본의 군비 증강이 심상치 않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을 위배하면서까지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방위력 강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특히 일본은 6000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어 결심만 하면 6개월~1년, 최대 5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의 군비 증강이 자칫 중국·북한과의 핵 군비 경쟁을 야기해 한반도에 전운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육상자위대 아사카 주둔지에서 열린 사열식 훈시를 통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 필요한 방위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적 기지 공격 능력'이란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을 시사하며 탄도미사일 발사에 착수했을 경우 사전에 적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기시다 총리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려는 이유로 북한과 중국을 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을 겨냥해 "극초음속 무기와 변칙 궤도 미사일 등 새로운 기술의 개발·향상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충분한 투명성을 결여한 채 군사력을 강화하고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5일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 방침에 기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군사적 잠재력 역시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세종연구소 발간 계간지 '국가전략'에 기고한 '동아시아 비핵국가들의 Plan B: 핵잠재력 확보를 통한 잠재적·보험적 억제력 구축' 논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외에 플루토늄 46.1t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 비핵국가 중 가장 많은 수의 민간 핵시설(원자로 54기)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P5)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제외하면 무기용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기술(완전한 핵연료 주기)을 갖춘 유일한 나라다. 일본은 결심하기만 하면 6개월~1년, 최대 5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내부에서 수행된 2006년 연구는 핵물질의 탄두화·소형화까지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계산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유사시 적의 요격미사일 사거리 밖에서 발사해 지상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약 1000㎞의 스탠드오프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예산 335억엔(약 3487억원)을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미사일이 개발되면 북한 전역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일본은 재래식 전력 투사력도 확대하고 있다.
2023년까지 일본의 계획대로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22대가 도입되면 이를 개조된 이즈모함에 탑재해 실질적인 경항모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호위함 개조는 전수방위 방침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조비연 연구원은 "그동안 일본 정부는 자국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았지만 공격을 위해 사용되는 무기는 보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며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나 경항모는 허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잠수함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000t급(소류급) 잠수함을 비롯해 일본은 잠수함 22척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이 아닌 디젤 잠수함이지만 비핵잠수함 중 소음이 가장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이 핵무기 등을 앞세워 다시 세계를 위협하지 않게 하는 안전판은 남아 있다.
1988년 7월 발표된 미일 원자력 협정 역시 일본이 핵무기에 전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핵폭탄 두 발을 맞아본 경험이 있는 일본 대중은 뿌리 깊은 핵 기피 인식을 갖고 있다. 일본 국민의 핵 기피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더욱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로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이 심화되면서 재난 발생 직전까지 가동되던 총 54기의 원자로(일본 전력의 30% 공급)가 2012년 5월부터 약 2년간 모두 중단됐다. 조비연 연구원은 "일본에서 실시된 2017년 한 설문에서는 약 69%가 일본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더라도 비핵국가로 남아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가장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75%가 일본이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하고 국회가 비준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