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이 공연Pick]침실에서 발코니로 360도 회전 신박하네…뮤지컬 '레베카'

등록 2021-11-30 11:26:29   최종수정 2021-12-15 15:52:5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뮤지컬 '레베카'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1.11.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뮤지컬 '레베카'에는 정작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는 반전이 있다. 하지만 '레베카'를 부르짖는 가장 유명한 넘버의 압도적 힘이 여기에 있다. 마치 그녀를 눈앞에서 본 것처럼 존재감이 뚜렷하다. 갈등과 혼란 끝에 석양을 바라보며 평온함을 찾는 극의 끝엔 한 편의 영미 고전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든다.

뮤지컬 '레베카'가 여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영국의 대표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레베카'는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특징적이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막심 드 윈터'는 몬테카를로 여행 중 우연히 '나(I)'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결혼해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로 함께 돌아온다. 맨덜리 저택은 아름답지만 어딘가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여전히 막심의 전 아내 레베카의 그림자가 곳곳에 남아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뮤지컬 '레베카'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1.11.30. [email protected]
이야기는 막심과 나(I)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로맨스부터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까지 다채롭게 담아낸다. 하지만 그 가운데 극의 긴장감을 불러오는 집사 댄버스 부인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꼿꼿한 자세로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하는 댄버스 부인은 시선을 강탈한다. 절도 있는 동작에 눈동자와 얼굴 근육만을 사용한 절제된 감정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는 나(I)를 경계하며 레베카를 향한 애정과 집착이 가득하다. 자신의 모든 것이 레베카이며 그녀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댄버스 부인은 그 광기를 폭발시킨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후엔 레베카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 허망함으로 그 자신과 저택을 집어삼킨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뮤지컬 '레베카'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1.11.30. [email protected]
레베카의 보랏빛 서쪽 침실에서 댄버스 부인과 나(I)가 대치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레베카의 흔적이 담긴 침실에서 순식간에 360도 회전해 발코니로 전환돼 객석 앞으로 바짝 다가오는 신은 긴박함과 함께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대중적으로도 가장 잘 알려진 대표 넘버 '레베카'가 귀를 휘감으며, 그 폭발력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댄버스 부인으로 이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옥주현이 풍부한 성량과 고음으로 레베카를 향한 집착과 광기를 서늘하면서도 처절하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그려낸다.

순수함을 강조한 나(I)는 극이 전개될수록 성장해나간다. 처음엔 소극적이고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지만, 댄버스 부인의 함정에 빠지고 막심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단단해진다. 이지혜는 순수하고 정직한 나(I)의 모습부터 맨덜리 저택에서 레베카의 존재를 지우고 사랑하는 막심을 지키고자 강인하게 변해가는 모습까지 담아낸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뮤지컬 '레베카'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1.11.30. [email protected]
9년 전 레베카의 사촌이자 내연남 '잭 파벨' 역으로 활약한 에녹이 이번엔 막심으로 처음 합류해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으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명문 집안에 매력적인 레베카를 아내로 둔 그를 누구나 부러워했지만, 그 속에 감춰진 진실로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막심의 내적 갈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아름답지만 묘한 분위기의 맨덜리 저택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국 저택이 그대로 무대에 구현된 듯 시선을 사로잡으며 극의 몰입감을 더욱더 높인다. 커다란 창문 밖 날씨 변화부터 바다가 보이는 배 보관소의 짙은 안개와 거센 파도, 절정에 이르며 불타오르는 맨덜리 저택까지 영상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생생함을 더한다.

막심 역에는 에녹을 비롯해 새로 합류한 김준현, 이장우와 2017년 이후 다시 컴백한 민영기가 나선다. 댄버스 부인은 옥주현과 함께 2013년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모두 참여한 신영숙이 맡았다. 나(I) 역에는 이지혜 외에 임혜영, 박지연이 출연한다. 내년 2월2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