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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유산' 남기고 떠나는 메르켈…유럽 "그리울 것"

등록 2021-12-09 08:06:30   최종수정 2021-12-13 10: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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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총리 취임으로 임기 공식 종료

1990년 의회 입성…2005년부터 16년 총리직

유로존, 난민 위기, 코로나19 등 문제서 해결사

유럽인 "메르켈 리더십 그리울 것"…일부 비판도

퇴임 후 정계 뜻 없어…"독서·휴식하며 지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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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퇴임식(Grand Tattoo, Groser Zapfenstreich)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1.12.03.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8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신임 총리 취임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6년여간 임기를 마치고 마침내 물러나게 됐다.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스스로 총리직에서 내려온 메르켈 총리는 2005년부터 16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독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나아가 세계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독일 통일 후 하원 입성…첫 여성·동독 출신 총리

루터 교회 목사 딸로 태어난 메르켈은 동독에서 자라 평범한 물리학자로 활동했다. 독일이 통일된 1989년 동독 정부 부대변인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헬무트 콜 전 총리 발탁으로 1990년 기독민주당(CDU) 의원으로 연방하원에 입성했다. 1991~1994년 가족부 장관, 1994~1998년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1998년 CDU 사무총장에 올랐다.

1999년 콜 전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되자 정계 은퇴를 요구하며, 콜 전 총리를 제외한 새로운 CDU 재정비를 추진했다.

2000년 CDU 지도자에 올랐으며, 2005년 총선에서 기민련이 35.2%로 승리하면서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동독 출신 총리가 됐다.

이후 네 번의 총선을 모두 승리를 이끌면서 정치 멘토 콜 전 총리에 이어 최장수 총리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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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해 3월1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실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녹음하고 있다. 2021.12.03.

◆유럽 위기서 '해결사' 역할…'무티 리더십' 돋보여

메르켈 총리는 '무티'(독일어로 '엄마')라는 애칭으로 종종 불렸으며,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를 세계 정치 지도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2009년 유로존 부채 위기 속에서 그리스, 스페인에 긴축정책을 밀어붙이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유로존을 정상 궤도로 돌려놨다. 이 때문에 그리스 등 남유럽 국민은 메르켈 총리를 고집불통이란 의미의 '프라우 나인'(독일어로 '아니요 부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2015년 유럽 난민 사태 때는 "우리는 할 수 있다" 연설을 통해 전 유럽 차원의 대응을 이끌면서 국경 개방 정책을 취했다. 다만 난민 친화적 태도는 유럽 내 극우세력 부상을 야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선 분명하고 솔직한 의사소통으로 위기 국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리학자 출신답게 전염병 사태를 과학적으로 대처해 세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임기 중 최대 위기로 난민 사태와 코로나19를 꼽았다. 다만 포용적 개방 정책을 취했던 만큼, 난민 사태를 '위기'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인도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다.

성과로는 실업률 감소, 연구·혁신 분야 발전, 이산화탄소 배출량 40% 감소 등을 꼽았다.

임기 중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등 미국 대통령 네 명과 국제무대에서 활동했으며, 한국 대통령으론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과 협력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2010년 제외)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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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0월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양자회담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3. [email protected]

◆유럽인들 "역동적 리더십 그리울 것"…일부 비판도

유럽인들은 메르켈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은 '위대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인터뷰한 23세 한 독일 쾰른 거주 학생은 "난 메르켈 세대로, 메르켈을 유일한 독일 총리로 알고 자랐다"며 "소녀는 뭐든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메르켈 총리의 침착함과 믿음은 사회 안정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32세 한 이탈리아 시민은 "독일과 유럽이 메르켈 총리의 역동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그리워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메르켈 총리의 유럽에 대한 꿈이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은퇴한 한 60대 포르투갈 면역학자는 "메르켈 총리는 독일과 유럽에 재앙이었다"며 "이민자 정치학이나 핵에너지 등 대부분 결정은 재앙적이었고, 독일을 공적 토론 없는 곳으로 분열시켰다"는 비판을 내놨다.

메르켈 총리의 다음 행보는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67세인 메르켈 총리는 퇴임 후 정치인으로 남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정치 무대에서 '해결사' 역할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독일 도이체벨레(DW)와 인터뷰에서 "(퇴임 후) 독서와 수면을 번갈아 하는 게 우선순위"라며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고, 앞으로 몇 달은 그렇게 살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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