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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아니스트 허원숙 "하이든, 모차르트보다 순수하고, 베토벤보다 진취적"

등록 2021-12-05 07:00:00   최종수정 2021-12-05 13: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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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소나타 전곡 연주 프로젝트2 '하이든 스타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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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허원숙. (사진=오푸스 제공) 2021.1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하이든은 흔히들 모차르트와 베토벤 사이의 어디 쯤에 있는 작곡가로 알고 있지요. 그 음악적 내용을 보면 모차르트보다 더 순수하고, 베토벤보다 더 진취적인 작곡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피아니스트 허원숙(63) 호서대 교수는 '교향곡의 아버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1732~1809)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면으로 만난 그는 "하이든은 남을 엉뚱하게 놀라게 하지만 선물도 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만 할 수 있는 서프라이즈"라고 했다.

허 교수는 오는 1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하이든 스타일(Haydn Style)'을 선보인다. 그는 하이든 소나타 전곡 연주 프로젝트에 도전했고, 이번이 두번째 공연이다.

2019년 허 교수는 하이든의 초기·중기·후기 작품을 두루 선보이는 무대를 선사했다. 하이든의 건반 음악에는 하이든 특유의 유머가 녹아있다. 하이든의 키보드 소나타 중 그의 작품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을 모아보니 놀랍게도 가장조부터 사장조까지 순서대로 배열됐다.

당시 연주회에 대해 그는 "하이든을 대표할 수 있는 곡들을 6곡 모아 조성을 A부터 시작해 F까지 차례로 올라가면서 배치했고, 앙코르곡이 G였다"며 "프로젝트1에서 보여준 곡들이 비교적 유명한 소나타들이었는데도 '처음 들었다'는 반응들이 많았고, '하이든이라니 참 새롭다'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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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허원숙. (사진=오푸스 제공) 2021.1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젝트2 제목 '하이든스타일'은 "'제가 하이든의 스타일을 보여주겠다'라는 뜻이 아니라, '하이든이 이제 자기의 스타일을 갖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이든의 초기 건반악기 작품들은 습작이나 소품들이 많았고요. 그래서 무대 위에 올리기에는 다소 무리인 작품들, 그러나 음반으로는 남겨야하는 작품들이었던 것이고요. 이번에 보여드리는 프로젝트2 작품은 비로소 하이든 음악의 본격적인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두번째 프로젝트 '하이든 스타일'에서는 '하이든다움'에 보다 집중한 선곡을 들려준다. 초기 빈 악파의 전통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무렵의 'Hob. XVI:18 in B-Dur'와 'Hob. XVI:19 in D-Dur'를 필두로 1760년대말 이 장르 최초의 대작이라 할 수 있는 'Hob. XVI:46 in As-Dur' 등의 선곡을 통해 '하이든 스타일'이 어떻게 구축됐는지를 알려준다.

이후 3개 공연은 하이든 프로젝트III 'Nicolaus Esterhazy(니콜라우스 에스터하지)', 하이든 프로젝트 IV 'Experimentalist(실험가 정신)', 하이든프로젝트V 'Destination(이 곳, 하이든)'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다섯번째 공연과 함께 앨범 9장이 유럽의 CD 레이블 '둑스’(DUX)'를 통해 발매될 예정이다.

그는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전체를 무대에 올리는 일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와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이든의 소나타로 분류되는 작품에는 습작들이나 중복작품(다른 편성에서 차용된 곡)이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에서는 57곡이라고 추정되는 작품들을 전부 수록하지만, 무대 위에 그 모든 곡을 올리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그래서 하이든의 시대를 셋으로 나눠서 프로젝트 2, 3, 4에 넣고 프로젝트1에서는 하이든을 소개하고, 프로젝트5는 프로젝트 종결로 하자는 구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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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허원숙. (사진=오푸스 제공) 2021.1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허 교수는 서울음대 기악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피아노과를 졸업했다. 유학 중 발세시아 국제 콩쿠르 1위를 비롯해 비오티 국제 콩쿠르, 포촐리 국제 피아노 콩쿠르, 마르살라 국제 콩쿠르에 입상했으며 1989년 호서대 교수로 임용돼 재직 중이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으로 2019년 2월 룩셈부르크의 권위 있는 음악잡지 피치카토로부터 '슈퍼소닉상'을 수상했다.

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저에게 서프라이즈였다"며 "예전엔 바흐를 무서워해서 피해다니기만 했는데, 나이 들어 용기를 낸 보람이라고나 할까요"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음반의 결과가 좋아서 또다른 용기를 낸 프로젝트가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이든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코로나19로 연주 일정이 다 어긋난 상황입니다. 폴란드에서의 녹음 진행도 계속해야 하는데, 현재 유럽 상황이 좋지 않아서요. 원래 계획으로는 연주와 음반 작업 전체 프로젝트가 반 이상 진행됐어야 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렇게 미뤄졌습니다."

"그래도 달팽이처럼 천천히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며 "최선을 다해 연습과 연주·녹음을 해서 프로젝트5 때에는 멋진 음반과 함께 무대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 강의를 한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난생 처음 피아노 실기를 온라인으로 해보고 녹화해서도 해보고 여러 경험을 많이 했지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 알게 된 비상구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제자들이나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대면수업이 좋다. 학교 가고 싶다'였어요."

허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 2021년은 모두에게 힘든 나날이었다"며 "그 어두운 시간들을 버티게 해준 음악이 하이든이었다. 밝고 따뜻한 노래들을 연습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사실 그래서 더 슬프기도 했어요. '세상은 암울한데 왜 하이든은 이리도 예쁜 거야' 하면서요. 그래도 그런 매직샵이 있었으니 지금까지 지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보배같은 매직샵. 보배는 보조배터리의 줄임말이래요. 뜬금없는 줄임말 같지만,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할 때 보조배터리는 정말 든든한 보배같은 존재잖아요. 그게 매직샵이고 하이든인 듯해요.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존재가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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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허원숙. (사진=오푸스 제공) 2021.1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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