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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인터뷰]유아인 "도전 중독된 내가 버거워…이렇게 살 수밖에"

등록 2021-12-05 05:00:00   최종수정 2021-12-13 10: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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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주인공 '정진수'
지옥 전 세계 1위에 "반갑고 감사하다"
"감사하지만 정신 차리고 일해야 된다"
"지옥 통해 내 연기 한계 극복 도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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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정진수'는 조용히 끓다가 단번에 폭발한다. 그는 태산처럼 서있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 무너져내린다. 20년 전, 미지의 존재에게서 딱 20년 뒤에 죽게 될 거라는 고지(告知)를 받은 정진수는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 불가해한 절망 끝에서 그는 결국 이유를 창작한다. '이건 하늘의 계시. 죄를 지었기 때문에 지옥의 사자가 찾아와 죄 지은 자를 벌한다. 그러니 더 정의로워져라!' 자신의 죽음에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정진수를 연기한 건 배우 유아인(35)이다. 이건 최적의 캐스팅인 것 같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그가 전에 보여준 적 없는 연기로 정진수를 훌륭하게 연기해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정말 정진수 같다.

지난 3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유아인은 자신의 한계에 관해 말했다. 그는 "최근 연기에 대한 한계를 느꼈고 그걸 깨부수기 위해 작품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만난 캐릭터가 정진수라는 것이다. 정진수가 죽어야 한다는 자기 삶의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새진리회를 만들어내고야만 것처럼 유아인은 자기 연기가 정체돼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 속에서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유아인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배우로서 위엄을 보여주다가도 자기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약해졌다. 어쩌면 유아인이 정진수를 만난 건 필연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말한다. "노력도 노력인데, 등떠밀리는 기분도 있어요."

-'지옥'이 열흘 연속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기분이 어떤가.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다. 촬영을 하면서 시청자가 이 작품을 어떻게 소화해줄까, 두려움이 있었다. 호불호가 나뉘는 것 같지만, 저마다 다른 반응과 해석을 내놓는 지금의 상황이 '지옥'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반갑고 감사하다."

-'지옥'에 대한 반응 또는 평가를 찾아봤나. 봤다면 어떤 평이 가장 기억에 남나.

"반응을 이렇게까지 많이 찾아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선명한 한 가지 반응보다는 (시청자가 이 작품을) 다르게 소화한다는 게 흥미롭다. 가장 기분 좋은 건 많은 분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고 표현해준다는 것이다. 연상호 감독이 대단한 떡밥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작품에 출연한 배우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서 현재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하나의 작품이 다양한 배경·환경·삶 속에 있는 많은 분에 의해 소화되고 해석되고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그런 게 우리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힘이 될 것이고, 작품을 더 성장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무대의 크기나 관객, 또는 시청자에 대한 너무 큰 의식이 좋은 연기를 하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작품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작업자 입장에선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핵심을 잃지 않고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똑부러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정재 선배가 그러더라. 이제 시작이라고. 너희들을 위한 시대가 열렸다고. 희망적이고 기분 좋더라. 부끄럽지 않게 존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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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지옥'을 열기도 전에 껍데기(제목)만 보고도 너무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연기 변화를 모색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다 싶은 끌림도 있었다."

-정진수라는 인물에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배우 본인의 경험 또는 철학이 인물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정진수처럼 초자연적인 사건을 겪진 않았지만, 그가 그 사건을 통해 겪게 되는 외로움이나 절망 같은 걸 비슷하게 느낀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인간 삶 바깥으로 표현되는 순간을 알고 있다. 내가 20대 초반에 외로움에 취해서 그 바이브를 타면서(웃음) 썼던 짧은 글이 생각난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느낌을 누군가 알아주면 덜 외로울 것'이라고. 나의 외로움과 고독을 외부로 전이하려는 인간 욕망은 정진수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본다. 다만 이 외로움과 고독은 대개 건강한 방식이 아닌 부정적인 방식으로 발현되곤 한다. 정진수가 그런 사람일 것이다."

-정진수를 연기하면서 경계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나.

"'지옥'은 미스테리를 다룬 작품이고, 정진수는 미스테리 그 자체다. (시청자가 정진수의) 내면을 끊임없이 추측하게 하는 것으로 몰임감을 생성하는 인물이라서, 이런 측면에서 정진수의 내면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을 최대한 지양하고 경계하려 했다."

-정진수라는 캐릭터의 차분함이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사이비 종교 지도자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떤 의도였나.

"물론 감독의 요구와 원작 인물 영향이 있었다. 이와 함께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사이비 종교 수장이라는 이미지를 피해 가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게(정진수 특유의 차분함이) 수준 높은 차원의 트위스트는 아니지만 한끗 차이로 비껴가면서 의외로 신선함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정진수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인가.

"그 자체가 자기합리화다. 인간 나약함의 발현이 정진수다. 그 논리적인 척하고, 정의로운 척하는 말 모든 게 다 궤변이지 않나. 그는 선을 따지고 정의를 따지면서 사람들을 선동하는데, 정작 자신을 구제하지는 못한다. 아주 센 인물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나약하다."

-그러면 '지옥'이라는 작품을 어떻게 해석했나.

"'지옥'은 인간의 마음에 관해 얘기한다.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그리는 작품에 우리가 열광하는 상황이 시사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 현실이 '지옥'이 그려가는 부정적인 세계와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 아닐까.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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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의 연기가 전작들과의 연기와 달랐던 점이 있나.

"연상호 감독은 배우에게 부담을 준다. '알아서 잘해주실 거잖아요.' 하면서.(웃음) 배우 어깨에 어마어마한 짐을 올려놓고 나 몰라라 하는 척하면서 미치게 하는 거다. 난 그걸 도발적으로 느꼈다. 그러니 애쓰게 되더라. 나는 지금껏 주로 선이 굵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그 연장선에서 내가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변주해야 할지 고민했다."

-연기 방식이 달랐다는 건가.

"음…모르겠다. 연기를 오래한다고 연기력이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얼마나 고민하고 애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 고민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실망시지키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도전과 성장이라는 강박에 중독된 내 자신이 힘겹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 거다.(웃음) 물론 어떤 분은 내 연기가 항상 똑같다고 얘기할지 모른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알아주면 좋겠다."

-최근 쉬지 않고 일한다. 최근 3년 간 '지옥'과 함께 '버닝' '국가부도의 날' '#살아있다' '소리도 없이'에 나왔고, 내년엔 '승부'와 '하이파이브'가 개봉 예정돼 있다. 이렇게 빠듯하게 일하는 이유가 뭔가. 이 열정의 원동력이 궁금하다.

"노는 게 전처럼 재미가 없다.(웃음) 자유로운 시간이 전처럼 자유롭게 느껴지지 않는달까. 나를 계속 펼쳐갈 수 있을 땐 천천히 갔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내 한계를 느꼈고, 그 한계를 깨부숴야 한다는 강박 탓에 나를 못살게 굴고 도전한다. 이건 노력이기도 하겠지만 등떠밀리는 기분으로 애써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 한계를 조금 넘어섰다고 느낄 때도 있다. 어찌됐던 그 한계가 너무 강렬하게 느껴져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싶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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