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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돌아온 '라이브 클럽 데이', 안정·청정·우정

등록 2021-12-05 10:05:53   최종수정 2021-12-05 1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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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올해 20주년…"왜 '라이브 음악을 듣는가' 물음에 대한 답"
3일 CJ아지트 광흥창서 포문…21일까지 공연장 11곳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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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라이브 클럽 데이' 첫째 날 박소은. 2021.12.05. (사진 = 라이브클럽협동조합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라이브 클럽 데이', 고딩 때 다녔는데 이제 어엿한 성인이 돼 공연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남다르네요. (돌아온) '라이브 클럽 데이'의 첫날을 열게 돼 정말 기뻐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 2년 만에 대면 공연으로 돌아온 '라이브 클럽 데이'(라클데)는 '왜 라이브 음악을 듣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이날 문을 연 싱어송라이터 박소은은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처음 공연하는데 바이브가 좋네요. 영화 '스쿨 오브 락'을 좋아하는데, 그 영화 첫 장면에서 노래하는 클럽 같다"며 웃었다.

역시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2년 만에 오프라인 공연을 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무대 만큼, 이번 '라클데' 무대 의미도 크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는 음악업계에 타격을 줬다. 특히 주 수입원이 공연인 인디음악 업계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얼마되지 않았는데, 코로나19가 직격탄이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 등에 따르면 지난해 콘서트 티켓 매출액은 전년 대비 85% 감소했다. 올해 1∼8월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고사 상태 직전인 셈이다.

"환기 상태가 양호한 대형 실내 공연 시설이 식당·카페 보다 안전하다"(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문가의 판단에도, 대중음악 업계는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차별을 받아왔다. '흥청거리는 풍악'으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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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라이브 클럽 데이' 첫째날 송예린. 2021.12.05. (사진 = 라이브클럽협동조합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지난달 시작된 '위드 코로나'로 다시 찾아온 '라클데'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안정감과 위로를 동시에 안겼다.

키워드는 '3정'으로 요약 가능하다. 주로 스탠딩으로 공연한 CJ아지트는 방역 지침을 지켜 청정(淸淨) 구역이었다. 거리두기한 객석으로 40명만 받아 쾌적했다.

박소은을 비롯 최근 급부상 중인 싱어송라이터 송예린,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겸 베이시스트 이루리 등 인디계 스타들이 출연했음에도 객석에선 환호·함성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박수 소리만 울려퍼질 뿐이었다. 간혹 한 관객이 손으로 눌러 "삐익~ 삐익~" 소리를 내는 도구로 응원에 힘을 실었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 덕에 2년 간 공백에도 운영은 안정(安定)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뮤지션, 스태프, 관객 너나 할 것 없이, 어렵게 재개한 이 소중한 공연을 위한 연대의 우정(友情)도 눈에 띄었다.
 
이날 무대들도 완성도가 높았다. '고강동'으로 유명한 박소은은 컨트리 팝 풍의 노래를 오가며 위트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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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라이브 클럽 데이' 첫째날 이루리. 2021.12.05. (사진 = 라이브클럽협동조합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포크의 신개지'로 통하는 송예린은 최근 발매한 EP '바다' 수록곡 중심으로 꾸몄다. 몽환적인 목소리는 그 자체로 위로였다. 송예린은 "2021년이 가기 전에, 2년 만에 돌아온 '라이브 클럽 데이'에서 박소은·이루리 님과 한 무대에 서게 돼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루리 무대는 리드미컬했다. 베이스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자신의 히트곡 '다이브'를 비롯 톤스 앤드 아이(Tones and I)의 '댄스 몽키(Dance Monkey)' 커버곡도 선보였다.

물론 무대에 올랐는데, 환호가 들리지 않는 건 뮤지션들에게 아직은 어색한 풍경이다. 이루리 역시 "조용해서 큰 벽에 막혀 있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녀는 "우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긍정했다.

관객들은 모든 무대가 끝나고 퇴장할 때도 질서정연했다. 성숙한 문화 의식이 돋보였다. 하지만 조용하다고 열정까지 침묵한 건 아니었다.

이날 입장 2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는 회사원 김모(29)씨는 "라이브 클럽 데이는 힘들게 산 20대 중반을 위로해줬다. 이번에 돌아와서 너무 기뻐 소식 듣자마자 예매했다. 오늘 너무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무대를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번 '라클데' 두 번째 날인 지난 4일 라이브 클럽 빵에서 공연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은 "11년 만에 돌아온 빵은 많이 변했지만, 분위기는 그대로"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여전히 홍대 앞 청년 문화의 상징인 '라클데'는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티켓 한 장으로 홍대 인근 20여 개의 클럽을 드나들 수 있었던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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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라이브 클럽 데이' 첫째 날. 2021.12.05. (사진 = 라이브클럽협동조합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물론 인디업계에 야박한 사회 덕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1년부터 10년간 진행되다 2011년 1월에 폐지됐다. 그러다 4년 만인 2015년 부활, 명맥을 이어왔다.

돌아온 '라클데'는 코로나19로 인해 운영 방식을 바꿨다. 공연장마다 날을 달리해서 공연을 연다. 오는 21일까지 30여팀이 열한 곳의 라이브 공간에서 총 11회 나눠 공연한다. 거리두기 좌석제로 각 공연마다 소량의 예매만 진행한다.

네이버TV의 서울 인디 뮤직 페스타 채널을 통해 온라인 중계도 병행한다. 코로나19 시대 맞는 온오프라인 병행 하이브리드 행사인 셈이다.

행사에는 홍대 인근 내로라하는 공연장들이 모두 참여했다. 네스트 나다(5일), 벨로주(7일), 컨벤트(8일), 언플러그드(11일), 프리즘홀(15일), 클럽에반스(16일), 클럽FF(17일), 스트레인지 프룻(19일), KT&G상상마당(21일)이다. 정미조, 강아솔, 이날치, CHS, 노브레인, 크라잉넛 등 라인업도 화려하다.

이 홍대 앞 공동체는 개별의 시대에도 연대로 도약하는 방법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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