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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지일 "배우 된 아들과 같은 무대 설레면서 비현실적"

등록 2021-12-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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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립극단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박지일-박용우 父子, 한 무대에 처음
아들 박용우 "생경했는데 금방 편안해져"
박지일 악질 변호사...박용우 드랙퀸 역
파트 원과 파트 투 합해 장장 8시간
"시대 뛰어넘는 보편적 메시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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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배우 박지일-박용우 부자(父子)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배우가 된 아들과 처음 무대에 같이 선다는 게 너무 설레고 기분 좋았죠. 언젠가는 같이 설 날이 있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실제 같은 무대에 서니까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었어요.(웃음)"

무대와 영상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해온 데뷔 35년차 배우 박지일(61)이 아들인 배우 박용우(32)와 한 무대에 섰다. 지난달 26일 막을 올린 국립극단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다. 이들 부자(父子)가 한 무대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연장을 늘 따라다니던 아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건 새로웠다. 아들은 아버지의 무대 뒤편을 늘 봐왔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연기하는 과정을 처음 마주했다.

박지일은 "생경하면서도 완전 낯설지는 않았다. 처음엔 신경도 쓰였지만, 금방 늘 해왔던 것처럼 편해지더라"라고 말했다. 박용우도 "제가 일하는 걸 아버지가 처음 본 것"이라며 "중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매일 보는 건 처음 같다"고 미소 지었다.

◆박지일, 악명 높은 극우 변호사…박용우, 흑인이자 전직 드랙퀸 역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미국의 극작가 토니 커쉬너의 대표작으로,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반동성애적 분위기 속에 버텨야 했던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은유적 서사로 풀어냈다. 동성애는 물론 인종, 종교, 정치,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러닝타임이 4시간여에 달하며, '파트 투'까지 더하면 장장 8시간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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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배우 박지일-박용우 부자(父子)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06. pak7130@newsis.com
그만큼 연습 기간도 4개월 이상으로 길었다. 8명의 배우가 만들어가는 이 작품은 대사 전달에 중점을 두고 테이블 리딩만 3개월여의 시간을 쏟았다. 국립극단 작품은 처음이라는 박지일은 "8시간 대작에 참여해 영광"이라며 "모험이자 도전"이라고 했다. 현재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활동 중인 박용우도 "한 번쯤 호흡이 긴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 하고 싶으면 꼭 해야 되는 성격이라서 연출님께 편지도 썼다"고 웃었다.

박지일은 극 중 극우 보수주의자이며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역을 맡았다. '악마의 변호사'로 불리며 실제 도널드 트럼프의 멘토로 알려진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다.

그는 "권력의 시녀로 온갖 권모술수를 부리며 그 뻔뻔함과 사악함은 전무후무한 인물"이라며 "무대에서 형상화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다. 말속에 이미 폭력성, 교활함이 있기에 오히려 외형적으로는 감출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실존 인물이자 기존에 표현된 작품이 여럿 있지만, 저만의 장점으로 차별화된 로이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용우는 전직 드랙퀸(옷차림이나 행동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이자 흑인 간호사 '벨리즈'로 활약한다. 머리를 염색하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것은 물론 전직 드랙퀸의 자태를 위해 보깅 댄스를 한 달가량 배웠다. "처음엔 흑인이고 소수자이다보니 조심해서 접근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인물의 내면이나 역할이기에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하자란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파트 원 무대에서는 직접 만나진 않는다. 하지만 "2막에서 질리도록 만난다"며 "서로 욕하고 싸운다. 동료들이 그걸 보며 더 좋아하더라"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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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배우 박지일-박용우 부자(父子)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6. pak7130@newsis.com
◆박지일, 배우 길 선언한 아들 박용우에 "그럴 줄 알았다" 첫 마디

박용우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 건 고3 때였다. 무대에 설 때가 가장 좋았다며 배우를 해야겠다는 말에 박지일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박용우는 "'아휴, 그럴 줄 알았다'가 아버지 첫 마디였다"고 떠올렸다.

박지일은 "돌이켜보면 너무 힘든 길이다. 저는 아버지와 의절하다시피 하면서 해왔기에, 은연중 다른 길을 갔으면 했지만 그 갈망을 누구도 못 막는다는 걸 알고 있다. 단 하나, 과연 재능이 있느냐가 걱정됐다"고 말했다.

"저도 배우로서 긍지와 자부심이 있고 이만큼 매력적인 직업이 없기에 잘 해낸다면 오히려 쌍수 들고 환영할만했죠. 수능을 보고 올라오라고 했고, 연습실에서 처음 연기를 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다양한 주문을 했는데 알아듣고 조금씩 변화하길래 싹수가 있구나 했어요. 배우의 큰 미덕은 자기를 변화하는 힘이거든요."

그러면서 아들 박용우에 대해 "아직 덜 익은 느낌은 있다. 하지만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해석력과 상상력이 굉장히 자유롭다. 연극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나 성실성은 저보다 나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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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배우 박지일-박용우 부자(父子)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6. pak7130@newsis.com
박용우에게는 가장 오랫동안 봐온 배우인 아버지 박지일이 제일 좋은 스승이라고 했다. 그는 연기할 때 아버지가 늘 강조해온 작품의 본질과 약속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폭발하는 에너지가 있으면서도 정제돼야 해요. 무대 위에서 감정에 매몰되거나 순간적인 영감에 의지하는 연기는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해요. 약속을 지키며 나를 통제할 수 있는 연기를 하죠. 우리를 매일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똑같이 가장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죠."

이어 두 배우는 환하게 웃으며 무대의 설렘을 공감했다. 박용우는 "연극은 저를 가장 설레게 한다. 눈앞에 살아있는 관객이 앉아있는 건 그 어떤 거로 대체할 수 없다"고 했고, 박지일도 "관객들이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의 쾌감은 엄청나다"고 맞장구쳤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원은 오는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파트 투는 내년 2월에 올라갈 예정이다.

박지일은 "서사 자체가 방대하고 생경한 내용이 많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왜 이 작품인가는 우리에게도 계속 숙제"라며 "역병이 몰아치는 암울한 시대엔 차별과 편견, 사람간 장벽이 더 짙어진다. 수많은 모순을 갖고 죽일 듯이 미워하던 이들도 2부에선 화합하고 용서하며 서로를 구원한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울림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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