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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 "솔로 데뷔 25주년, '현재 진행형 음악'이 의미가 있죠"

등록 2021-12-08 15: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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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라이브·미발표 음원 담은 앨범 '라이트 & 섀도우'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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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방언. 2021.12.08. (사진 = 엔돌프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61)은 지난 2015년 1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과 절친한 러시아 가수 오리가(Origa)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오리가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스탠드 얼론 콤플렉스'의 1기 오프닝 '이너 유니버스(Inner universe)'를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 양방언과 온라인 판타지 게임 '아이온(Aion)' OST를 함께 작업하면서 단짝이 됐다. 

양방언은 오리가가 눈을 감은 지 6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 오리가의 생일인 지난 10월12일엔 그녀를 기리는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에 남겼다. 그런데 이 글이 또 다른 음악을 낳았다.

오리가의 팬이자 '아이온'을 좋아한 러시아 누리꾼이 양반언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뇌종양을 앓았는데 다행히 수술 후 자신이 좋아하는 양방언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당시 양방언은 유성이라는 뜻의 신곡 '미티어(Meteor)'를 작업 중이었다. 힘겨운 시기에 사람들의 염원이 유성에 담겨 이뤄지기를 바라는 곡이다. 러시아 팬의 메시지를 받은 뒤 이 곡 제목은 '미티어 ~ 노라(Nora)'가 됐다. 노라는 그 팬의 이름이다. 

8일 정동에서 만난 양방언은 "노라 씨에게 엄청 힘을 받았어요. 제가 하는 음악이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라도 됐다는 생각에요. '미티어 ~ 노라'는 그 힘과 희망을 담은 곡"이라고 말했다.

'미티어 ~ 노라'는 양방언이 최근 솔로활동 25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앨범 '라이트 & 섀도우(Light & Shadow)'의 타이틀곡이다.

1996년 '더 게이트 오브 드림스(The Gate of Dreams)'로 데뷔한 양방언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 라이브 음원을 모은 '라이트(Light)'와 미발표곡을 포함한 영상작품 음원에 오리지널 신작을 더한 '섀도우'를 합해 내놓은 2장짜리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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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방언. 2021.12.08. (사진 = 엔돌프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양방언이 2016년 베스트 앨범 '더 베스트(The Best)'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이자 그의 첫 라이브 앨범이다.

이번 앨범의 '라이트'는 햇살이 비치는 음악을 뜻한다. 화려한 조명 속 라이브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공유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양방언의 대표곡 '프론티어(Frontier)'를 재즈풍의 밴드음악으로 발표한 '네오 프론티어', 정선아리랑을 녹여낸 '에코스 포 평창', 제주의 바다를 보고 느낀 감정을 담은 '프린스 오브 제주' 등이 실렸다.

반대로 '섀도우'는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음악들을 가리킨다. 햇볕이 드는 장소(스테이지)가 아닌 주로 산에 위치한 자택의 스튜디오에서 만든 음악들이다. 게임, 영상 등과 관련 미발표 음원을 모아서 담았다.

모바일 게임 '명일방주'와 협업한 음원인 '불굴(Fortitude)', 누적 발행부수 3700만부를 돌파한 인기 만화 '일곱 개의 대죄'로 만든 게임의 음원인 '애로우스 오브 더 레인보우(Arrows of the Rainbow)' 등이다.

특히 이번 앨범 작업에서 '섀도우' 파트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양방언은 털어놨다.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에 포함된 음원은 곡 자체만으로는 홀로 서기 힘들어, 말 그대로 그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태어난 음악은 가급적 들려드리고자 하는 마음이에요. 그래야 그림자가 되지 않죠. 현재 진행형의 음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곡을 했습니다."

사실 양방언은 신곡만으로 채운 앨범을 먼저 발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가능했다. 보통 그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신곡 녹음을 하는데, 많은 인원이 모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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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방언. 2021.12.08. (사진 = 엔돌프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이 아니면 라이브 베스트 앨범을 내지 못했을 거예요. 전 보통 발매한 음원이나 지난 라이브를 돌아보지 않고 다음으로 가는 성격이거든요. 이번에 25주년을 맞아 단계 단계를 인식하게 됐죠. '잘했다' '열심히 했다'는 생각보다, '이런 부분을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의사에서 음악가로 인생진로를 바꾼 재일동포 2세 양방언은 제주 출신 아버지와 신의주 태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음악가에게는 저마다 생태계가 존재하는데, 양방언에게는 이 생태계가 활짝 열려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같은 굵직한 국가 행사는 물론 온라인게임 '아이온',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등의 작업을 오간다. 그런 그에게 크로스오버, 뉴에이지, 네오 클래식 같은 장르 구분의 수식은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하고 싶거나 표현하고 싶은 말의 내용은 그 때마다 사용하는 악기들이 대신해 줄 뿐"이다.

그런데 장르뿐만 아니라, 출신지, 국경 등 음악 내외적으로 각종 오해에 휩싸이다보니 음악가의 삶에 빛과 그림자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양방언은 특유의 긍정으로 그 모든 걸, 음악 자양분으로 만들었다.

"삶엔 당연히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삶에 대한 저의 자세는 긍정적이에요. 저에 대한 다른 인식을 마주했을 때, 싫다는 생각보다 그런 생각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오히려 제가 다른 음악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해요."

초창기 가수 음반 프로듀서, 게임 음악을 만들 때 가사가 있는 곡도 작업했다. 하지만 양방언의 솔로 작업의 대부분은 노랫말이 없는 연주곡이다. 양방언은 "그 지점이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고 들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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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방언. 2021.12.08. (사진 = 엔돌프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그런데 평소에 양방언은 가사가 있는 노래를 많이 듣는다. 그가 좋아하는 록 페스티벌에서 울려 퍼지는 록은 대부분 가사가 있다.

"무엇보다 음악이 다양했으면 해요. 제가 하는 표현이 연주곡일 뿐이죠. 다양한 음악은 제 성장의 밑바탕이 됩니다. 현재 진행형의 음악, 그게 의미가 있는 음악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솔로 음악 작업과 다른 작업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계속 성장하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음악 작업에 지속적으로 흥미가 생긴다. 올해 초엔 처음으로 뮤지컬 작업에 참여했다.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공연에 편곡으로 힘을 보탰다. 코로나19로 인해 길게 공연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는 양방언은 편곡이 아닌 뮤지컬 작곡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기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몇 차례 자가격리를 한 그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악기와 더 친말하게 대화도 했다. 작곡가가 아닌 연주자로서 더 몰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다. 이밖에 코로나19 때문에 멈췄지만 대기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수두룩하다.

라이브 음반을 낸 직후인 현재는 '새로운 스타일'의 라이브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특정 공간에서 하는 라이브에 대한 관심, 고민이 더 늘었다. 작년에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설치된 새로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전시 공간 '디지털 실감 영상관'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그다.

"연주엔 공간의 울림이 중요해요. 이번에 서울에 들어오기 전에, 일본 성당에서 연주했는데 울림이 달랐죠.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서 들려준 음악은 라이브가 아니었지만 그 공간을 상상하고 역사를 감안하면서 만든 거죠. 게임음악과 대비되는 거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라이브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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