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병준 "이준석에 강한 경고 보내자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뉴시스] 박준호 김승민 기자 =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준석 당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윤석열 대선 후보의 행보와 관련해 "그것보다 훨씬 더 단호한 의견을 개진해야 된다는 견해가 있었다"며 "후보 중심성을 해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뉴시스 인터뷰에서 "좀 더 단합을 강조하는 쪽으로의 의견도 있었지만 후보의 결정은 본인이 다 정리해서 하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전날 당 선대위 회의에서 직접 "비상 상황"이라며 당 구성원들에 위기의식을 주입하고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윤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특정 인사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당 주변에선 이준석 당대표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후보의 '평론가' 발언이 이 대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인지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라고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후보에게 조언한 사람들에는 '강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좀 더 따뜻하게 접근해서 같이 해야 된다'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가 지금처럼 선거전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당대표를 선거운동에서 배제시킬 가능성엔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하기 뭣하다"며 "오늘(27일) 후보 이야기 속에 다 담겨있다고 해석해달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한 바 있는 김 위원장은 선거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부분으로 '후보 중심성'을 들었다.

그는 "(유권자들은) 다른 사람 보고 찍지 않는다. 후보 보고 찍는 것"이라며 "아마 이 대표도 틀림없이 그 후보 중심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윤 후보를)도우려고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그걸 얘기하는 거지, 후보 중심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한 사과가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일단 그 변수 자체로 인해서 더 지지율이 더 내려가는 건 막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다른 변수들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봐야 한다"고 관측했다.

"예를 들어서 당대표하고의 관계라든가 이런 등등이 어떻게 영향 미칠지, 그 다음에 후보의 일정이라든가 메시지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두고봐야 되지만, 배우자 문제로 인해 내려가던 그 부분은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김씨가 대국민 사과를 결정하는 과정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사과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가 푸시를 하고 안 하고 간에 후보나 후보 배우자가 어떤 압박을 받고 있을 것 같나. 어떤 사람의 푸시나 말보다도 더 강한 압박을, 세상에 없는, 아마 평생 받아보지 못한 그런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후보와 배우자가 받고 있는 압박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후보를 만나보면 정말 옆에서 엄청난 압박을, 정치적 동기에 의해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내가 굳이 직접적 표현은 안 하겠지만, 본인과 본인 배우자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부담감이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사석에서 배우자 문제로 인한 힘든 심정을 사석에서 토로하시냐고 묻자 "하죠"라고 답했다.

김건희씨의 대외적인 행보 여부에 관해선 말을 아꼈지만 "대통령 부인이라고 해도 독자성을 인정해야 된다"며 "영부인이나 퍼스트레이디 이런 시대가 아니다. 자기 직업이 있으면 권력이나 돈이 개입되지 않는 한, 자기 특성 살려서 사회적 활동도 하고 그래서 대통령 부인이라 해도 그 독자성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야권분열을 획책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본다"면서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렇게 분열을 그냥 놔두고 있을 분이 아니다. 그런 방향으로의 메시지나 그런걸 내지 않으실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옥고를 치르면서 국가의 장래나 미래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궁극적으로 절대로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잊지 않고 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 시절 계파 갈등을 잠재우려 한 노력도 결과적으로 '박근혜 사면'이 야권분열이나 대선의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몇 가지 단기적 목표를 가졌는데 첫번째가 계파갈등을 완화시키는 것이었다"며 "친이·친박, 게다가 현역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을 박탈했잖나. 그 분들 중에 두 사람 빼고 공천 못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도 내 느낌에는 이미 계파갈등이 줄어들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며 "밖으로 보기에는 (친이·친박간)싸움이 대단한데,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대가 지나고 있었잖나. 그러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었지, 그 분들 둘이서 밖에서 실질적 정치활동을 계속 하고 있었다면 내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핵관(윤석열 후보측 핵심 관계자)' 논란에 대해선 다른 평가를 내렸다. 김 위원장은 "선거는 후보와 가까운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치르는 것"이라며 "우리는 후보가 자꾸 당 중심 선거체제, 말하자면 사적인 캠프나 이런 걸 안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당 중심으로 가다보니까 후보의 소위 복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힘을 못 쓰거나 다른 선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힘을 적게 쓰는 상황이다. 이 사람들을 '윤핵관'이라고 부르는건데, 내가 보기에는 이 사람들이 힘을 쓰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의 대표적인 정책공약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차차 1월부터 하나씩 나갈 것"이라며 "후보한테 자유주의적 관점, 자유시장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계속 하고, 규제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규제라는 틀에서 정책이 계속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 성장도 중요하고 자유시장경제도 중요하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극단적으로 생활이 어렵다면 자유를 이야기할 시간도 없다"며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게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다. 불평등 구조가 심해지면 불만이 싹트고 그 다음에 그게 쌓였다가 터진다. 그게 결국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로 가면서 결국은 결국 자유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참여정부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냐는 질문에 "참여정부도 양자를 다 선택하려고 했다"며 "양쪽을 다 하려고 했는데, 너무 시간이 짧았고 여러가지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와 1대1 토론을 요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향해선 "토론은 말재주로 하지 않는다. 말재주가 좋다고 토론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진실성이 없으면 한마디로 무너진다"며 이 후보의 주요 정책공약 번복도 문제 삼았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윤석열 후보가 이제 말실수다, 그 다음에 뭐 말이 꼬였다 여러가지 표현을 쓸 수 있겠는데 중요한 건 진실성이다. 노무현이나 윤석열은, 말 표현이 이상하지만 투명하다"며 "가식 있는 사람하고 소통해서 뭐하겠나. 이재명 후보하고는 소통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무시했다.

윤 후보의 호남 개발 정책으로 동북아 최초 무제한 속도의 '아우토반' 건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김 위원장은 제시했다. 해당 고속도로는 F1경기장이 위치한 전남 영암군~광주광역시 사이 구간으로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사업 규모만 최소한 2조5000억원~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광주의 자동차산업과 연계될 뿐만 아니라 호남의 관광산업, 문화산업 등 "호남 성장의 상징이 되는 고속도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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